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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마지막 바다

여름이 문을 닫을 때까지 나는 바다에 가지 못했다 흐린 날에는 홀로 목로주점에 앉아 비를 기다리며 술을 마셨다 막상 바다로 간다해도 나는 아직 바람 의 잠언을 알아듣지 못한다 바다는 허무의 무덤이다 진실은 아름답지만 왜 언제나 해명되지 않은 채로 상처를 남기는지 바다는 말해 주지 않는다 빌어먹을 낭만이여 한 잔의 술이 한잔의 하늘이 되 는 줄을 나는 몰랐다 젊은 날에는 가끔씩 술잔 속 에 파도가 일어서고 나는 어두운 골목 똥물까지 토한 채 잠이 들었다 소문으로만 출렁거리는 바다 곁에서 이따금 술에 취하면 담벼락에 어른거리던 나무들의 그림자 나무들의 그림자를 부여잡고 나는 울었다 그러나 이제는 어리석다 사랑은 바다에 가도 만날 수 없고 거리를 방황해도 만날 수 없다 단지 고개 를 돌리면 아우성치며 달려드는..

- 그의 애송詩 2021.10.14

살아있어 줘서 고마워 - 김선정

하늘처럼 멀리 있는 사람, 바다처럼 닿지 못할 사람 문을 박차고 나왔다 희미한 가로등 아래 창백한 눈만 꿈틀거릴뿐 어둠 속엔 아무도 없다. 정처없이, 언덕의 집들사이로난 구불구불한 길을 걸으며 나는 모른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집집마다 켜진 등불 사이로 비친 사람들의 모습은 정겹다. 저 앞에 한 무리의 검은 물체들이 보인다. 부부싸움 뒤의 우울한 나의 걸음이 그들에게 불미스런 빌미가 될 수도 있겠다싶어 무슨 급한 볼 일이라도 있는것처럼 걸음을 서둘러 위장한다. 술취한 그들이 예상외로 얌전하다. 어느새, 한기가 뼈 속까지 침투한다. 정신없이 나온 나의 얇은 옷차림에 바다바람과 진눈깨비는 너무 잔인하다. 부두가 보인다. 바닷물이 높게 일렁이고, 나의 서러운 마음도 높게 일렁인다. 세상에 혼자 깨어있는..

- 그의 애송詩 2021.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