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문을 닫을 때까지 나는 바다에 가지 못했다 흐린 날에는 홀로 목로주점에 앉아 비를 기다리며 술을 마셨다 막상 바다로 간다해도 나는 아직 바람 의 잠언을 알아듣지 못한다 바다는 허무의 무덤이다 진실은 아름답지만 왜 언제나 해명되지 않은 채로 상처를 남기는지 바다는 말해 주지 않는다 빌어먹을 낭만이여 한 잔의 술이 한잔의 하늘이 되 는 줄을 나는 몰랐다 젊은 날에는 가끔씩 술잔 속 에 파도가 일어서고 나는 어두운 골목 똥물까지 토한 채 잠이 들었다 소문으로만 출렁거리는 바다 곁에서 이따금 술에 취하면 담벼락에 어른거리던 나무들의 그림자 나무들의 그림자를 부여잡고 나는 울었다 그러나 이제는 어리석다 사랑은 바다에 가도 만날 수 없고 거리를 방황해도 만날 수 없다 단지 고개 를 돌리면 아우성치며 달려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