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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사티 '음악의 일요일들' - 장 석 남

2016. 6. 26. Eric Satie - Gnossiennes 에릭 사티 '음악의 일요일들' 장석남 (시인) 사티의 음악을 들으면 언제나 일요일 같다.모처럼 화창한 겨울 하루, 마당에 서 있는 나무의 긴 그림자가 오지호의 그림처럼 이편으로 건너와 처마를 거쳐 지붕에 이르는 동안의 그 시간을 묘사한 듯한 그의 음악은 그래서 혼자만의 젖어 있는 시선을 표시하고 안내한다. 커피를 한 잔 놓고, 읽어도 되고 안 읽어도 되는 책을 한 권 손에 쥐고 앉는다. 어두워 가는 창가를 바라보고 있다. 불빛이 돋아오는 창밖 풍경은 내면으로부터 어떤 음악을 부르는데 그것이 바로 내게는 (파스칼 로제 피아노, 데카)이란 앨범이다. 그래서 그렇게 자주 들었다. 건너편의 성의 불빛과 말라버린 담쟁이넝쿨들, 수척해 뵈는 십자가..

- 그의 애송詩 2021.10.14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정희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고정희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목을 길게 뽑고 두 눈을 깊게 뜨고 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있는 저음으로 첼로를 켜며 비장한 밤의 첼로를 켜며 두 팔 가득 넘치는 외로움 너머로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러질때까지 어두운 들과 산굽이 떠돌며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달력 속에서 뚝, 뚝, 꽃잎 떨어지는 날이면 바람은 너의 숨결을 몰고와 측백의 어린 가지를 키웠다 그만큼 어디선가 희망이..

- 그의 애송詩 2021.10.14

Rainy day... 장마시작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기억나는 일이 뭐 아무 것도 없겠는가? 6월의 살구나무 아래에서 단발머리 애인을 기다리며 상상해 보던 피아노 소리 가늘고도 긴 현의 울림이 바람을 찌르는 햇살 같았지 건반처럼 가지런히 파르르 떨던 이파리 뭐 기억나는 일이 없겠는가? 양산을 꺼구로 걸어놓고 나무를 흔들면 웃음처럼 토드득 살구가 쏟아져 내렸지 아! 살구처럼 익어가던 날들이었다 생각하면 그리움이 가득 입안에 고인다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살구처럼, 하얀 천에 떨어져 뛰어다니던 살구처럼 추억은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추억의 건반 위에 잠드는 비, 오는 밤 6월의 살구나무 - 김현식

- 그의 애송詩 2021.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