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560

가파도 1.2.3.4. - 권재효

가파도 加波島 가파도 1 - 긴급 생방송 오늘은 꼭 저 섬에 가 보리라 모슬포서 배타고 뜨거운 커피 한 잔 하노라면 닿을 지척의 섬 영등할망 시새움일까 두 번이나 뱃길 허락지 않던 오늘은 저 섬에 꼭 가 보리라 영등할망 또 변덕 부리는지 아침부터 수평선에 이는 수상한 구름 웅성거리는 대합실 초행길아라는 서울 손님과 나는 커피잔 부딪치며 영등할망께 빈다 제발 바람 재워줍서 그 간절함 통했을까 직원의 긴급 생방송 예정대로 배 출항합니다! 가파도 2 - 가파도 처녀 모슬포항 대합실 가파도 처녀에게 말을 건넨다. 무엇이 볼만 한가요, 저 섬엔? 사람덜이 볼만 하지마시. 어떤데요, 사람들이? 법 어서도 살 사람다븐 사람마시! 똑 부러지게 말하는 처녀 대체 저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사람다운 사람들이 산다는 가..

- 그의 애송詩 2021.10.14

가파도 4 (하얗게 지나가는 바람) - 권재효

청보리밭에 하얗게 바람이 지나가고 있었다 온 몸으로 온 몸으로 그는 느끼고 있었다 가파도 4 - 하얗게 지나가는 바람 몇 년 전, 한 사내가 그 섬에 있었다 온 섬 가득히 청보리가 일렁이는 무렵이었다 사내는 화폭에 청보리를 담았는데 암만해도 바람을 담지못 하겠다며 툴툴거렸다 달빛 쏟아지는 청보리밭 갑자기 붓을 잡은 그의 손이 춤을 추었다 청보리밭에 하얗게 바람이 지나가고 있었다 온 몸으로 온 몸으로 그는 느끼고 있었다 권재효 [Shannon Janssen]Seaside Noturne Peder B. Helland - Long Road

- 그의 애송詩 2021.10.14

나는 우울을 즐긴다 - 권재효

나 . 는 . 우 . 울 . 을 . 즐 . 긴 . 다 비가 내리는군 이런 날 고질적인 나의 우울은 텃밭의 상치처럼 싱싱하게 자라지 초록빛 바다 같아 풍덩! 몸을 담그고 나는 물고기처럼 헤엄치지 우울은 술이 되기도 해 와인잔에 빨간 우울을 팔부쯤 채운 후 천천히 음미하면 서글픈 내 사랑이 바이올린 소리를 내는군 툭, 끊어지는 선율 하얀 물보라가 일면서 어쩌라고 또 너는 비너스처럼 내게로 오는 것인지 가끔 나는 머플러 대신 우울을 목에 감고 외출 한다 - 권재효의 '나는 우울을 즐긴다' 全文 Tomaso Giovanni Albinoni Adagio In G Minor 모음 1. [Il Divo] 2. [Dominic Miller] 3. [Nathalie Manser] 4. [Thijs Van Leer] 5...

- 그의 애송詩 2021.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