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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리운 겨울날들 2 - 윤필립

봄 날이 오리라 생각하면서 쓸쓸히 긴 겨울을 보냈었던가 콘크리트 장벽 아래 벚꽃이 봉오리를 맺고 힘차게 수맥으로 물을 빨아 올리는 소리가 들린다 내 혈맥같은 저 소리들 새벽마다 잠자리에서 듣는 내 심장소리같은 소리들이다 세워 두었던 낡은 바이크의 먼지를 닦는다 가야지, 떠나야지...하루 하루을 견디며 다져왔던 지난 겨울의 다짐들 오늘은 물 오른 나무가지에 낯 선 새 한 마리 찾아와 운다 세상을 어떻게 살다가야 잘 살았다고 후회없이 눈 감고 떠나갈 수 있을까 지구에는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막이 있고 내가 가보지 못한 빙하가 있고 그 사막과 빙하는 크고 넓어서 내가 사는 서울은 작은 모래알같은 곳이고 그곳에서 숨 쉬며 서있는 나는 먼지보다 작은 존재인것을...그러나 그곳 빙하언덕에도 찾아가는 사람이 있고 그..

- 그의 自作 詩 2021.10.14

그 그리운 겨울날들 1 - 이성희

그 그리운 겨울날들 1 이성희 그때는 당신이 가곡 수선화를 좋아한다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났다 점심을 굶은 채 학교앞 구멍가게에 숨어 언 손으로 담배를 피우며 당신을 생각할 수 있었다 광안리 바다 억센 겨울 파도가 밀려 오는 막막한 어둠이 그 어둠 속에 멀리서 걸어오는 당신의 노랫소리가 취한 내 뜨거운 이마에 닿으면 손이 시렸다 이해되지 않는 문고판 시집을 주머니에 넣은 겨울날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 낯선 항구의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그리웠다 이해되지 않는 세상은 그리움이었고 빈 속의 소주 몇 잔에 쓰라리게 토하고 나면 갈대가 눕는 저 바람의 끝 하구의 저녁은 아름다웠다 퇴색한 지명 수배 벽보에서 우울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민청학련 주모자의 신화같은 얼굴에서도 나는 그리움만을 읽어냈다 새들은 흐린 하늘로..

- 그의 애송詩 2021.10.14

사랑 - 김용택

사랑 김용택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 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을 잊어야겠지요 그래도 마음 속의 아픔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 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이 돋겠지요 이제 생각해보면 당신도 이 세상 하고 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 지난 몇 개월 동안 아픔은 컸으나 참된 아픔으로 세상이 더 넓어져 세상만사..

- 그의 애송詩 2021.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