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전 겨울에도 오늘처럼 문 열고 있었다 문 밖 짧은 해거름에 주저앉아 햇빛 제대로 이겨내지 못하는 북향, 쓸쓸한 그 바람소리 듣고 있었다 어떤 누구와도 정면으로 마주보고 싶지 않을 때 문득 고개 들어 바라보는 창 나뭇잎 다 떨어진 그 소리 듣고 있었다 세상 모든 추운 것들이 추운 것들끼리 서로 모여 내 핏속 추운 것들에게로 다가와 똑 똑 똑 생의 뒷면으로 가는 문 두드리는 소리 듣고 있었다 물결치는 겨울 긴 나이테에 휘감긴 울창한 숲 향기와 지저귀는 새소리와 무두무미한 생의 입김들이 다시 돌아올 봄 문턱에다 등불 환히 켜는 소리 듣고 있었다 마치 먼 길 혼자 달려온 천 년 전 겨울 천천히 가슴으로 녹이는 것처럼 내 몸 안의 겨울 이야기들이 소리 없이 내리는 함박눈에 실려 누군가의 기억 속으로 기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