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방안엔 빠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것이라고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마흔 세살 나의 이마에 불헌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흐르는 까닭일까 저 때가 언제였던가?.... 아들 아이가 너댓살 밖에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