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의 하늘에 양떼를 풀어 놓았다 그리움을 갖기 전의 일이다 낮게 깔려있는 하늘은 늘 푸르렀고 상형문자의 구름은 천천히 자막으로 흘러갔던 것인데 하늘이 펄럭일 때 마다 먼 곳에서 들리는 양떼 울음을 들었던 것이다 목동이었던 내가 먼저 집을 잃었던 모양이다 잃었거나 잊었거나 아니면 스스로 도망쳤던 그 집 아마도 그 집은 소금이 가득했던 창고 아버지는 비와 눈을 가두어 놓고 바다를 꿈꾸었던 것인지 밤새 매질하는 소리 들리고 눈과 귀 그리고 입을 봉한 소금처럼 우리는 태어났던 것 유목을 배우고 구름의 상형문자를 배웠으니 하늘이 바다이고 바다가 하늘인 것 또한 알 수 없는 일 내가 잠깐 이 생의 언덕 위에 올라 발 밑을 내려다 볼 때 울컥 목젖이 떨리면서 깊게 소금에 절여 있던 낱말을 뱉어낼 수 있었던 것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