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꿈들이 마구 얽히며 이어진 오래된 발자욱의 흔적 유랑의 역사를 기록한 낡은 종이쪽이다. 나는 지구의 삼분의 일을 돌아 기꺼이, 그들은 양들을 먹일 초지를 찾아 늘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길에서 만났다 나는 타국에서 왔지만 그들은 지구라는 행성의 원주민이다. 내가 차가운 울타리 안에서 페허처럼 병들 때 그들은 외로운 변방에서 견고한 내면을 쌓았다 나는 정착의 유혹에 흔들리는 불임의 유랑이지만 그들은 삶의 관성에서 자유로운 다산(多産)의 유랑이다. 내가 푸른빛의 호수를 만날 때 세상에서 가장 황홀한 순간이었지만 그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황홀한 푸른빛의 일부였다. 나는 떠나온 것 같은데 그들은 돌아온 것 같다. ...그러나 끝내는 도달할 수 없었던 달의 뒤편처럼 아주 캄캄한 유목의 밤 그들이 그곳으로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