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馬頭琴 켜는 밤 - 박정대

馬頭琴 켜는 밤 박정대 봄밤이 깊었다 대초원의 촛불인 모닥불이 켜졌다 몽골의 악사는 악기를 껴안고 말을 타듯 연주를 시작한다 장대한 기골의 악사가 연주하는 섬세한 음률, 장대함과 섬세함 사이에서 울려나오는 아름다운 음악 소리, 모닥불 저 너머로 전생의 기억들이 바람처럼 달려가고, 연애는 말발굽처럼 아프게 온다 내 生의 첫 휴가를 나는 몽골로 왔다 폭죽처럼 화안하게 별빛을 매달고 있는 하늘 전생에서부터 나를 따라오던 시간이 지금 여기에 와서 멈추어 있다 풀잎의 바다 바람이 불 때마다 풀결이 인다 풀잎들의 숨결이 음악처럼 번진다 고요가 고요를 불러 또 다른 음악을 연주하는 이곳에서 나는 비로소 내 그토록 오래 꿈꾸었던 사랑에 복무할 수 있다 대청산 자락 너머 시라무런 초원에 밤이 찾아왔다 한 무리의 隊商들처..

- 그의 애송詩 2021.10.15

내 낡은 기타는 서러운 악보만을 기억하네 - 박정대

내 낡은 기타는 서러운 악보만을 기억하네 박정대 나 집시처럼 떠돌다 그대를 만났네 그대는 먼길을 걸어왔는지 바람이 깍아놓은 먼지조각처럼 길 위에 망연히 서 있었네 내 가슴의 푸른 샘물 한 줌으로 그대 메마른 입술 축여주고 싶었지만 아, 나는 집시처럼 떠돌다 어느 먼 옛날 가슴을 잃어버렸네 가슴 속 푸른 샘물도 내 눈물의 길을 따라 바다로 가버렸다네 나는 이제 너무 낡은 기타 하나만을 가졌네 내 낡은 기타는 서러운 악보만을 기억한다네 쏟아지는 햇살 아래서 기타의 목덜미를 어루만지면 가웅, 가웅 나의 기타는 추억의 고양이 소리를 낸다네 떨리는 그 소리의 가여운 밀물로 그대 몸의 먼지를 날려버릴 수만 있다면 이 먼지나는 길 위에서 그대는 한 잎의 푸른 음악으로 다시 돋아날 수도 있으련만 나 집시처럼 떠돌다 이..

- 그의 애송詩 2021.10.15

장도열차 - 이병률

장도열차 이병률 이번 어느 가을날, 저는 열차를 타고 당신이 사는 델 지나친다고 편지를 띄웠습니다 5시 59분에 도착하였다가 6시 14분에 발차합니다 하지만 플랫폼에 나오지 않았더군요 당신을 찾느라 차창 밖으로 목을 뺀 십오 분 사이 겨울이 왔고 가을은 저물 대로 저물어 지상의 바닥까지 어둑어둑했습니다 ◇시인의 말 장도열차를 탄 지 이틀 만에 중국 란쩌우(蘭州)에 내렸다. 기차에서 만난 인연은 다음 날, 란쩌우 역을 지나기로 되어 있었다. 대합실로 들어가 열차 시각표를 봤다. 시간에 맞춰 그를 만나기 위해 플랫홈에 나갈 것인가, 아니면 15분이란 시간 속으로나 들어가 혼자 기웃거려야 할 것인가. 마음에 칼날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영원히 닿지 못할 인연. 국민일보 2002.10.17 *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