馬頭琴 켜는 밤 박정대 봄밤이 깊었다 대초원의 촛불인 모닥불이 켜졌다 몽골의 악사는 악기를 껴안고 말을 타듯 연주를 시작한다 장대한 기골의 악사가 연주하는 섬세한 음률, 장대함과 섬세함 사이에서 울려나오는 아름다운 음악 소리, 모닥불 저 너머로 전생의 기억들이 바람처럼 달려가고, 연애는 말발굽처럼 아프게 온다 내 生의 첫 휴가를 나는 몽골로 왔다 폭죽처럼 화안하게 별빛을 매달고 있는 하늘 전생에서부터 나를 따라오던 시간이 지금 여기에 와서 멈추어 있다 풀잎의 바다 바람이 불 때마다 풀결이 인다 풀잎들의 숨결이 음악처럼 번진다 고요가 고요를 불러 또 다른 음악을 연주하는 이곳에서 나는 비로소 내 그토록 오래 꿈꾸었던 사랑에 복무할 수 있다 대청산 자락 너머 시라무런 초원에 밤이 찾아왔다 한 무리의 隊商들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