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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의 사상 - 최 금진

단풍의 사상 최 금진 절제된 참선의 광기가 산속의 절을 세웠겠죠? 내가 절간에 그려진 단청의 을긋불긋함에 대해 말할 때 동행하는 스님은 너무 젊어서 비범한 구석도 없이 그저 웃는다. 한무리의 시든 단풍이 뻘건 각혈을 토하며 계곡에 엎드려 있을 때 등 탁탁 쳐주며 그만 자신을 용서하라고 말해줄 만한 깨달음이 없으므로 나도 그만 웃는다. 마을 저 아래에서 폐비닐들이 바람을 타고 올라오고 해발 800고지까지 떠오른 힘에 대해 나는 아무 말 못한다 말할 수 없는 것에 침묵하는 것과 스님들의 빡빡 깎은 머리는 비유적으로 같은 건가요? 나보다 열살은 젊은 스님의 웃음은 나보다 열살은 행복할까 행복한 건 죄가 아닐까, 단전에 힘을 모으고 아랫도리를 단련하는 불상들은 연꽃을 깔고 앉아 있고 연꽃은 만개한 여성의 성기와..

- 그의 애송詩 2021.10.15

착한 이별의 시 - 류근

착한 이별의 시 류근 당신에게 버려지고 나서야 비로소 몸 버리고 흘러가는 구름의 마음을 알겠습니다 굳이 이별을 말하지 않아도 때에 이르러 흩어지는 것으로 구름은 하느님의 시간을 보여줍니다 당신과 나 이 아름다운 하늘 아래서 사람의 언어로 깨끗이 사랑하였습니다 숲이 달빛을 위해 제 등을 내어주고 나무가 바람의 길을 위해 소리를 내어주듯 나 또한 깊은 뉘우침과 당신의 따스한 슬픔을 위해 내 열망의 나날들 내어줍니다 멀리서 잎을 지운 꽃나무처럼 우리에게 베풀어진 하느님의 시간이 여기까지인 것을 믿습니다 사람의 시간 쪽으로 날이 저뭅니다 - 착한 이별의 시 / 류 근 - Music / Kevin Kern - When I Remember Kevin Kern - When I Remember [Track List] ..

- 그의 애송詩 2021.10.15

노래가 된 詩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류 근

2018. 10. 14.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류근 동백장 모텔에서 나와 뼈다귀 해장국집에서 소주잔에 낀 기름때 경건히 닦고 있는 내게 여자가 결심한 듯 말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라는 말 알아요? 그 유행가 가사이제 믿기로 했어요 믿는 자에게 기쁨이 있고 천국이 있을 테지만 여자여, 너무 아픈 사랑도 세상에는 없고사랑이 아닌 사랑도 세상에는 없는 것 다만 사랑만이 제 힘으로 사랑을 살아내는 것이어서 사랑에 어찌 앞뒤로 집을 지을 세간이 있겠느냐 택시비 받아 집에 오면서 결별의 은유로 유행가 가사나 단속 스티커처럼 붙여오면서 차창에 기대 나는 느릿느릿 혼자 중얼거렸다 그 유행가 가사,먼 전생에 내가 쓴 유서였다는 걸 너는 모른다 Photo :: Chris Yoon Poem :..

- 그의 애송詩 2021.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