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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촌토성의 Lonely Tree, 그리고 빈 의자 하나

세상을 살며 많이 싸웠다. 마음에 안들어서 싸웠고, 부당해서 싸웠고, 손해보는것 같아서 싸웠다. 그러나 어쩌랴. 이제 나도 나이가 먹은것을. 내가 의자가 되어야한다는 것을. 산다는 것은 다른 이, 누군가에게 의자가 되는 것이다.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의자 / 이정록 언제부터 였을까? 내 가슴속에 ..

방문객 - 정현종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머 어마 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 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불어 볼수 있을 마음 내 마음 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이 작품은 지난 겨울 복간된 '비평'지(통권 13호)에 실린 정현종의 詩, '방문객'의 전문이다. 작품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내 가슴 속에는 아주 느리고 고요하게, 그러나 순간적으로, 순결한 감동과 충격의 파문이 번져가고 있었다. 나는 지금도 내 가슴 속에서 번져 나가고 있는 그 파문이 더 많은 사람들의 가슴으로 번져나가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방문객'이란 나를 찾아온 사람이다. 아무리 귀한 방문객이라..

- 그의 애송詩 2021.10.15

말(言), 말(馬)

2019. 7. 6. 정확하게 말하고 싶었어 했던 말을 또 했어 채찍질 채찍질 꿈쩍 않는 말 말의 목에 팔을 두르고 니체는 울었어 혓바닥에서 혓바닥이 벗겨졌어 두 개의 혓바닥 하나는 울며 하나는 내리치며 정확하게 사랑받고 싶었어 부족한 알몸이 부끄러웠어 안을까 봐 안길까 봐 했던 말을 또 했어 꿈쩍 않는 말발굽 소리 정확한 죽음은 불가능한 선물 같았어 혓바닥에서 혓바닥이 벗겨졌어 잘못했어 잘못했어 두 개의 혓바닥을 비벼가며 누구에게 잘못을 빌어야 하나 - 詩 / 말 - 장승리 - Photo / Chris Yoon (이일호의 작품앞에서) 화자는 세 개의 소망을 말했다. 정확하게 말하고 싶고, 정확하게 사랑받고 싶고, 정확하게 죽고 싶다는 것. 이 모든 것의 출발은 우선 말이다. 그는 정확하게 말하고 싶었으..

- 그의 애송詩 2021.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