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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잘 있습니다

당신만은 방에서 나와 더 절망하기를 바랍니다. 오래 전하지 못한 안부를 전합니다. 바다는 잘 있습니다. 오랫동안 장마비가 내린다. 뉴스는 중부와 강원지역,... 가평, 여주, 양평등에서 산사태를 당하고 침수된 기사를 내보낸다. 간밤엔 잠을 설쳤다. 창문으로 번쩍하고 번개가 비치더니 이내 천둥이 창문을 흔든다. 그런가하면 머리맡에 둔 전화기에서 계속 재난문자신호가 울려서 열어보니 침수된 지역을 알려주며 피해가 없기를 당부한다. 그렇게 밤을 새웠더니 머리가 맑지를 못하다. 줄기차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다가 서재로 들어와 시집 하나를 꺼내들었다. 이병률시인의 '바다는 잘 있습니다'. 그렇다. 아무리 태풍이 일고 파도가 높아도 바다는 잘 있다. 작년, 울릉도를 가기위해 수만리 바닷길을 따라 올라갔던 생각이 난다..

- 그의 애송詩 2021.10.15

Rainy day

비오는 날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면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고 있다는 느낌 지금 아름다운 음악이 아프도록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곳에서 내가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 굳이 내가 살지않아도 될 삶 누구의 것도 아닌 입술 거기 내 마른 입술을 가만히 포개어본다 - 이성복 시집 『호랑가시나무의 기억』(1993,문학과지성사)에서 몇일전부터 비가 내린다. 어떤날은 몇 방울씩 떨어지다 그치고, 또 어떤날은 바람이 불며 줄기차게 내린다. 오늘이 그런날이다. 굵은 빗방울이 유리창을 때리며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가 무섭게 들린다. 창밖으로 보이는 메타세콰이어 나무들이 큰 키를 어쩔줄 모르고 휘청거리며 심하게 흔들린다. 전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볼 일이 있어 나갔다가 차안에서 비오는 풍경을 내어다보며 이어폰으로 ..

- 그의 애송詩 2021.10.15

억새꽃 - 권재효

2019. 11. 28. 서부관광도로를 가다가 눈처럼 하얀 바다를 보았다. 지도에도 없는 이 바다는 중심부에서 가장자리로 끝없이 물결을 밀어내고 있었다. 나의 차도 물결에 휩쓸렸다. 나의 차는 작은 잠수함이 되어 바다 속을 헤집고 다니는 것이었다. 신비한 음악 소리가 들리고 봄부터 가을까지 쏟아진 햇빛과 별빛이 고운 모래로 쌓여 현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나는 바람의 집을 보았다. 큰 동굴 속에 바람은 살고 있었다. 암만해도 내가 그 집을 건드린 모양이었다. 벌떼처럼 달려나온 바람이 순식간에 온 천지를 춤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었다.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 곳을 빠져 나왔는지 모른다. 그 곳이 바로 이어도였을까? 몽롱한 눈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권재효 - 억새꽃 윗 詩는 내가 좋아하는 ..

- 그의 애송詩 2021.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