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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휘의 '봄날'

2021. 4. 24. 새들이 깃털 속의 바람을 풀어내면 먼 바다에서는 배들이 풍랑에 길을 잃고는 하였다 오전 11시의 봄날이 이렇게 무사히 지나가는 것은 저 작은 새들이 바람을 품으며 날기 때문인 걸 적막한 개나리 꽃 그늘이 말해줘서 알았다 이런 때에 나는 상오의 낮달보다도 스스로 민들레인 그 꽃보다도 못하였다 나를 등지고 앉은 그 풍경에 한없이 귀를 기울이고 있는 나는 바보 같았다 - 심재휘의 을 읽으며 심재휘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심상을 따라가다보면, 그 '의외성'에 감탄하곤 한다. 전혀 다른 풍경들이 만들어내는 태평한 봄날을 잇는 의외성, 먼 바다의 배들이 풍랑에 길을 잃는 모습과 우리가 개나리숲에 앉아 오전의 봄 햇살을 즐기는 것과는 아이러니하게 상반된다. 그러면서도 나른한 감상에 젖어드는 공통..

- 그의 애송詩 2021.10.15

'봄 길'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정호승의 '봄 길' 4월의 마지막 주일이니 이제 곧 5월의 시작이다. 5월만해도 중순으로 접어들면 초여름일게다. 그러니까 봄도 아주 늦은 봄일 것이다. 꽃 사진을 찍으며 봄날을 보내다보니 그래도 아직 뭔가 봄에대한 미련이 남는다 그래서 '봄에 관한 詩' 몇 편을 더 올려보고 봄을 보내려한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 사랑..

- 그의 애송詩 2021.10.15

불안 - 신현림

2020. 12. 4. 지극히 혼란스런 의식이 새벽강처럼 고요해졌으면, 실수와 후회, 치욕스런 기억에 시달릴 때 시원스레 소나기가 쏟아졌으면, 잔인한 말 던진 자를 용서했으면, 그냥 잊었으면, 권태롭고 적막한 오후 세시경이면 전화라도 그냥 수다스럽게 울렸으면, 나처럼 이 시대의 나약한 바보 울보들이 천천이 비빔밥을 먹고 커피 마시듯 음미했으면, 갑작스런 사건에 놀라 허둥대지 않으며 추억의 지진으로 시간이 사망하지 않았으면, 진지함과 활달함의 변주곡 속에서 하루가 무사하고 우리 애인들 모두 안녕하였으면, 어서 쓸쓸한 저녁이 갔으면, 이 불안의 바퀴도 날아갔으면, 온몸 미칠 듯 번지는 칸나 같은 바퀴가 멈췄으면, 제발 멈췄으면. 오랜만에 오래된 친구와 만나 점심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고, 기분전환을 할겸 차를..

- 그의 애송詩 2021.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