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구월의 이틀 류시화 구월이 비에 젖은 얼굴로 찾아오면 내 마음은 멀리 간다 하루에 다녀올 수 있는 가장 먼 곳 오솔길이 비를 감추고 있는 곳 돌들이 저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곳 내 시는 그곳에서 오고 그곳으로 돌아간다 그 구월의 하루를 나는 다시 숲에서 보냈다 그토록 많은 비가 내려 양치류는 몰라보게 자라고 뿌리보다 더 뒤엉킨 덩굴들 기억이 들뜨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 누르고 있는 바위들 그곳에 구월의 하루가 있었다 셀 수 없는 날들을 타야만 하는 불씨가 있었다 이곳에 오고 싶었던가 그렇다, 나는 이곳을 떠나왔다 그렇게도 오래 나 혼자 모든 흐름이 정지했었다 다만 어디서 정지했는지 알 수 없었을 뿐 어느 날 밤에는 이상할 정도로 머리가 맑아서 창에 이마를 대고 밖을 내다보았다 어떤 물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