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Life story 196

장마

나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어둡고 푸른 하늘에서 빗 방울이 하나 떨어지더니 내 이마를 간질겼다. 나는 아주 오래전에 썼던 비닐우산을 쓰고 거리로 나왔다. 거리는 어둡고, 다른날보다 조금 더 쓸쓸하고 나는 외로웠다. 나는 가까운 에비뉴얼로 들어가 편하게 자리를 잡고앉아 가방을 열고 책을 꺼내어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동안 머릿속에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날개를 단듯 날아다니며 독서가 집중되질 않았다. 때로는 먼곳, 가까운 곳에 사는 얼굴들이 떠오르며 아늑한 고향처럼 보고싶기도 했다. 몇번인가 스마트폰의 번호를 누르려다 참았다. - 여긴 잠실이야. 내가 아픈 몸을 이끌고 마음을 다잡고 싶을때마다 잠실로 나온다는걸 누가알까? 잠실은 날로 변하고있다. 더구나 내가 살던 옛집터는 상상을 초월할정도로 변하고있다 저 매..

- 그의 Life story 2022.08.11

환생

늘 몸이 어딘가 아프다 항암치료를 하느라 일곱달을 정신없이 보내고, 항암치료를 모두 마치고 정신을 차려보니 온 몸이 성한곳이라곤 하나도 없다. 항암치료를 하느라 면역력이 결핍되어 폐렴이 오면서 호홉곤난이 와서 119의 도움을 받아 응급실로 실려가 열흘만에 겨우 산소호홉기를 떼고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대상포진이 와서 한쪽 다리가 수두로 뒤덮히더니 한달이 넘었는데도 뼈를 깎아내는듯한 고통이 계속되며 한번씩 불에 달군 쇠꼬챙이처럼 쑤실때마다 이마에 땀이 맺힐정도로 힘들다 잠을 잘 수가 없다. 이렇게 통증에 시달리면서 잠들 수는 없다. 정확히 엉덩이에서 무릎까지이니 앉아있지를 못한다 앉아았으면 자체 무게에 눌리어서 통증이 더해 하루종일 소파에 누워서 시간을 보낸다 말을 하거나 작게 움직이는 일을 할..

- 그의 Life story 2022.07.27

나의 항암치료를 모두 마치며

회복이라는 말 이현승 병실에서 시간은 느리게 간다. 풍경 발명가들은 하릴없이 창밖에나 눈을 준다. 그가 해시계 발명가로 업종을 바꿀 즈음 창밖 오후의 해가 나무의 그림자를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옮기는 것이 보인다. 회복 병실은 고요하다. 그래서 자꾸 수액 떨어지는 것에 눈을 주게 된다. 똑, 똑, 똑, 지워지는 소리들 잠든 사람의 가슴이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눌린 페트병의 힘겨운 복원력 같은 것을 생각한다. 밟혀 짜부라진 페트병 같은 것을 신이 지그시 밟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목숨을 건 전투에서 생환한 사람들이 그렇듯 두려움과 고통과 절망적인 외로움이 살아남는 것의 대가로 주어진다. 비명이 빠져나간 자리를 들숨이 황급히 메우듯 얼마간 두려울 수 있음이 더 살 수 있음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회복이라는 말은..

- 그의 Life story 2022.07.15

- 세상에서 제일 고통스러운 병 , 대상포진 (Herpes zoster)

회복이라는 말 이현승 병실에서 시간은 느리게 간다. 풍경 발명가들은 하릴없이 창밖에나 눈을 준다. 그가 해시계 발명가로 업종을 바꿀 즈음 창밖 오후의 해가 나무의 그림자를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옮기는 것이 보인다. 회복 병실은 고요하다. 그래서 자꾸 수액 떨어지는 것에 눈을 주게 된다. 똑, 똑, 똑, 지워지는 소리들 잠든 사람의 가슴이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눌린 페트병의 힘겨운 복원력 같은 것을 생각한다. 밟혀 짜부라진 페트병 같은 것을 신이 지그시 밟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목숨을 건 전투에서 생환한 사람들이 그렇듯 두려움과 고통과 절망적인 외로움이 살아남는 것의 대가로 주어진다. 비명이 빠져나간 자리를 들숨이 황급히 메우듯 얼마간 두려울 수 있음이 더 살 수 있음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회복이라는 말은..

- 그의 Life story 2022.07.08

여름의 먼 곳(The far end of summer)

오래된 마음은 장마에 가깝다 창가의 화분도 죽은 듯 잠들어 있었다 정말 죽어버린 것은 아닐까 싶어 귀를 가져다 대보기도 했다 심장 뛰는 소리가 너무 커서 무언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았다 꽃송이가 가슴을 뚫고 피어날 때마다 어떻게 꺾여야 아프지 않을지 헤아려보았다 ​ ​​ - 최백규의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창비, 2022) 중에서 「여름의 먼 곳」 오늘로서 6월이 다 갔다. 나는 6월 한달을 자폐(自斃)속에서 살았다. 자폐(自斃)... 스스로 넘어진 꼴. 그것은 오랜 기간동안 항암치료를 받느라 견디어온 결과였다. 자신을 폐(斃)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황이었다. 외부와의 단절을 하고 오로지 항암치료에만 몰두하여 일주일에 한번씩 독한 항암주사를 맞았다. 그렇게라도 해서 하루속히 건강을 ..

- 그의 Life story 2022.06.30

나의 항암치료 부작용, 그리고 끈질긴 생명

언제쯤 내 잠결에 날개깃을 펄럭이며 생명을 잉태한 새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인가. 고양이 울음소리같은 F.M. 음악소리들을 잠결 꿈속에서 듣다가 조금씩 조금씩 이동해 오며 현실로 잠을 깰 것인가 아직도 나는 꿈속에 있다. 그러나 내가 아프고 아직 살아있다는 것은 분명 현실이다. 빛은 어딘가에 반드시 있다. 단지 내가 그것을 발견하지 못할 뿐이다. 일어나야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밖으로 뛰쳐나가야한다. 요즘 내가 제일 부러운건 젊은이들의 걸음걸이다. 폭넓은 바지속에 꽂꽂하게 지탱하고 서있던 다리가 어느순간 거침없이 내딛는 스탭이 그토록 보기좋은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나도 그랬었다, 반듯하게 서있는 허리로 거침없이 미끄러지듯 걸어가던 발걸음이 경쾌하다는 말을 듣던 때가 있었다 항암치료 6차를 하루 ..

- 그의 Life story 2022.06.16

나의 항암치료 6차 도전기

매일 울지도 못하고 아팠는데 결과가 정상이어서 정말 다 내려놓고 목 놓아 울고 싶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원인은 모르지만 그럼에도 현재는 회복상태라서 얼마나 다행이고 다행인지 그래도 다음에 또 아플 일이 있다면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아프자 아프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아프니까. 항암치료란 점잖은 말로 항암치료이지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한 최종의 수단과 방법이다. 그렇게 힘들다는 치료를 어언 6개월. 혈액암이라는 판정을 받기전까지, 각종 검사까지친다면 8개월간이었다. 나는 골수검사와 신장조직검사, 복부 지방검사등을 받기위해 이동침대에 실려 수술실을 옮겨가며 생사를 넘나드는 검사를 받았다. 검사후 송헌호교수는 아내와 나를 앞에 앉히고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 병명은 '전신경쇄 아밀로이드증'입니다. 심장과 ..

- 그의 Life story 2022.06.11

항암치료 5차를 끝내며

이른 새벽 안개 낀 숲을 걸어본 적이 있는가? 안개가 낀 숲을 걸어가면 앞이 보일듯보일듯하면서 길이 보이질않는다. 이길을 걸어가면 과연 길이 나올까? 그러면서 한발자욱씩 앞으로 내디딘다 항암치료 5차가 끝났다. 항암치료는 마치 안개 낀 숲을 걸어가는듯하다. 1차부터 5차까지 도전을하고 고생스럽게 끝내면서도 꼭 낫는다는 보장도없다 항암치료는 안개 자욱한 숲을 걸어가듯 앞이 보이지않고 고생스럽고 고통이 동반한다 T.V.를 보거나 글을 쓰노라면 눈에 안개가 낀듯 잘 보이질않는다 부종을 다스리기위해 이뇨제를 하루에 세알씩 복용을 하다보면 소변 배출량이 많아진다. 그러면서 변기에 가득한 거품을보며 단백뇨를 의심하게된다. 누워있으면 온 몸의 뼈마디가 쑤시고 체내 장기의 어딘가가 아프다. 밤새 통증의 고통으로 2시간..

- 그의 Life story 2022.05.28

Happy birthday to me

생일날이라고 아내가 커다란 생일케익을 사들고 왔다. 나는 아내가 사들고온 생일케익에 촛불을 당겼다. 큰 초가 일곱개, 작은 초가 세개. 그것도 서양식으로해서 세개다. 어느새 내가 이렇게 나이가 들었나? 내가 살아온 날들이 벌써 그렇게 되었단말인가? 바로 몇년전같이 기억속에 모든게 또렷한데... 나는 큰 초 두개에는 불을 붙이지않았다. 그렇게라도 해서 이십년은 떼어버리고 쉰세살의 젊은날로 돌아가고 싶었다. 아내가 사온 케익이 내 생애의 마지막 생일케익이 되지 않기를 촛불이 다 타들어 갈때까지 빌었다. - Chris Yoon

- 그의 Life story 2022.05.17

나의 항암치료 5차 도전기

5월, 봄볕이 완연하다. 내가 처음 다발성골수증에 의한 아밀로이드에 걸려 병명도 못찾고 퉁퉁부어오른 몸으로 병원들을 찾아 송파거리를 느리게 걸어다닐때는 낙엽이 지던 11월이었다. 지금은 때이른 봄꽃들이 다 피었다지고 연산홍의 계절이다. 내가 다니는 병원 앞마당에도 연산홍이 가득피었다. 이렇게 시간은 지나고 계절은 덧없이 흘러간다. 일주일에 한번씩 항암치료를 받다보면 시간이 어떻게 그리 빨리지나가는지 모르겠다. 지난 금요일, 항암치료 5차의 검사를 위해서 실행한 채혈작업은 작은 시험관으로 다섯개나 채혈을 했다. 나는 순간적으로 채혈사가 나의 팔에 꽂은 주사기에 재빠르게 교체주사기로 다섯개나 뽑아내는것을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빈 시험관에 빨갛게 가득 채워지는 혈액. 채혈실을 나와서 X-Lay실로 걸..

- 그의 Life story 2022.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