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Life story

환생

Chris Yoon 2022. 7. 27. 01:15

 

 

늘 몸이 어딘가 아프다

항암치료를 하느라 일곱달을 정신없이 보내고,

항암치료를 모두 마치고 정신을 차려보니

온 몸이 성한곳이라곤 하나도 없다.

항암치료를 하느라 면역력이 결핍되어

폐렴이 오면서 호홉곤난이 와서 119의 도움을 받아 응급실로 실려가

열흘만에 겨우 산소호홉기를 떼고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대상포진이 와서 한쪽 다리가 수두로 뒤덮히더니

한달이 넘었는데도 뼈를 깎아내는듯한 고통이 계속되며

한번씩 불에 달군 쇠꼬챙이처럼 쑤실때마다 이마에 땀이 맺힐정도로 힘들다

잠을 잘 수가 없다. 이렇게 통증에 시달리면서 잠들 수는 없다.

정확히 엉덩이에서 무릎까지이니 앉아있지를 못한다

앉아았으면 자체 무게에 눌리어서 통증이 더해 하루종일 소파에 누워서 시간을 보낸다

 

말을 하거나 작게 움직이는 일을 할때도 숨이 가빠서 헐떡이며 앉아 한동안 진정을 시킨다

나의 병명이 아밀로이드종이듯 심장에 불필요한 단백질이 끼어서 그렇다 

그동안 체중이 12Kg이나 빠졌다

주치의가 권하는 식욕돋구는 약을 복용하며 간신히 미각을 찾으려는 요즘,

꼭 밥이 아니더라도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떡을 사먹고 있다

이번 한 달은 떡값만 15만원이 들었다

각종 콩과 견과류가 들어간 영양떡과 제주 오메기떡으로 식사를 한다

그런데 오늘 또 문제가 생겼다.

입안의 감각이 이상하여 보았더니 윗 어금니가 반으로 갈라졌다

마치 갈라진 바위처럼 두쪽으로 나뉘어 흔들린다

역시 면역력이 떨어지다보니 치아에까지 그 여파가 전해진 것이다

 

내가 여태까지 살면서 무슨 잘못을 해서 이렇게 끝없이 병마에 시달리며 살아야하는가!

한군데가 아파서 치료를 하고나면 또 한군데, 또 한 군데를 치료하고나면 또 다른 곳이 아프다

온 몸이 폐가처럼 성한곳이 없다.

 

 

 

 

 

 

오래전에 서울에서 방송작가 생활을 하다가 하도 힘들어서 낙향하는 남행열차를 탄 시인을 알고있다.

 

몸이 서툴다 사는 일이 늘 그렇다

나무를 하다보면 자주 손등이나 다리 어디 찢기고 긁혀

돌아오는 길이 절뚝거린다. 하루 해가 저문다

비로소 어둠이 고요한 것들을 빛나게 한다

별빛이 차다 불을 지펴야겠군

이것들 한때 숲을 이루며 저마다 깊어졌던 것들

아궁이 속에서 어떤 것 더 활활 타오르며

거품을 무는 것이 있다

몇 번이나 도끼질이 빗나가던 옹이 박힌 나무다

그건 상처다 상처받는 나무

이승의 여기저기에 등뼈를 꺾인

그리하여 일그러진 것들도 한 번은 무섭게 타오를 수 있는가

언제쯤이나 사는 일이 서툴지 않을까

내 삶의 무거운 옹이들도 불길을 타고

먼지처럼 날았으면 좋겠어

타오르는 것들은 허공에 올라 재를 남긴다

흰 재, 저 흰 재 부추밭에 뿌려야지

흰 부추꽃이 피어나면 목숨이 환해질까

흰 부추꽃 그 환한 환생

 

- 박 남준

 

전주 모악산의 무당이 버리고간 집에서 살던 시인은

그후. 지리산까지 들어가서 뜻 맞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있다.

 

시인이 썼듯이 옹이는 상처다.

옹이가 불에 타들어가면 더 무섭게 타오른다.

그리고 마침내 하얗게 재를 남긴다

나는 언제쯤이나 몸이 회복되어 옹이 박힌 나무가 불에 타듯이 활활 태워버릴 수 있을까

그리고 옹이가 탄후 흰 재로 변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재가  부추밭에 뿌려져

다시 흰 부추꽃으로 피어날 수 있을까?

 

아! 환생...

이제 이쯤해서 환생하고싶다.

 

 

- 尹馝粒(윤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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