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Life story 196

거룩한 식사 - Story II

Story II 83세의 나이를 곱게 넘기고 계신 누님이 계시다. 작년부터, 아니... 내가 항암치료를 받기전부터 혈액암이라는 소식을 듣고 6년근 수삼 100뿌리와 함께 다려먹으라고 어렵게 구한 경산 대추를 보내셔서 톡톡히 덕을 보게하신 누님이다. 그 누나가 이번에는 내가 항암치료를 받고 입맛이 없어서 밥을 못 먹는다는 소식을 듣고 또 일을 내셨다. 누나는 물맑은 바다가 펼쳐지고 봄이면 동백꽃이 만발한 청정지역 남쪽지방에 사신다. 따라서 좋은 생선을 젊어서부터 대놓고 먹는 집안이다. 명절이나 제사날이 오면 내 팔뚝만한 온갖 생선들을 구해다 전을 부치고 쌓아올려 젯상이 넘치게 차리는 집안이다. 누나는 나에게 보내려고 몇일전부터 단골생선집에 대구(大口魚)·를 주문하셨다. 풍랑이 거세고 일기가 고르지않아 대구..

- 그의 Life story 2023.01.05

거룩한 식사 - Story I

Story I 새해가 밝았다. 뭔가는 달라져야한다. 사소한 것들도 아주 중요한, 거룩한 것들이 있다. 새해들어 우선 나는 먹는것에 대하여 이야기하련다. 우리가 먹는 것은 위대하고 거룩하다. 다 들 알다시피 항암치료를 끝낸 환자들은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고통을 이야기들 한다. 항암치료를 받고나면 에너지가 고갈이 되고 암세포를 죽이느라고 다른 신체의 기능마저 모두 말살된다. 나는 항암치료를 받은후, 거식증에 걸리고 식탁에 앉으면 속이 뒤집히고 아무것도 먹지못하는지가 꽤나 되었다. 아내는 나에게 무엇이던지 조금이라도 먹이려고 갖은 애를 다 썼다. 퇴근길에 시장에 들려 육류도 사다가 구워놓고, 생선도 사오고, 이것저것 사다가 반찬을 많이 만들어 식탁을 차렸다. 그러나 오히려 역효과로 나는 아내에게 짜증까지 냈다..

- 그의 Life story 2023.01.04

아밀로이드종 Amyloidosis 재발.

새벽, 영하 17도까지 기온이 내려갔다. 금년들어 한파가 기승을 부리고있다. 아내와 함께 커피와 떡을 몇 개 챙기고 채혈검사서류를 가지고 병원으로 향했다. 오늘은 채혈을 한 뒤, 1시간여를 기다렸다가 검사결과가 나오면 송교수의 진료가 있는 날. - 백혈구가 이젠 현저히 줄어들어 정상치입니다. 빈혈도 없어졌구요. 그러나 신장이 나빠졌습니다. 그동안 이뇨제를 복용하여 부종을 다스렸었는데 이젠 신장때문에 이뇨제를 드시면 안됩니다. 커피도 될수록 절제하셔야합니다. 수액주사를 몇 대 맞으시고 3주후에 뵙겠습니다. 그리고 돌아와서 이튿날부터 아내가 놓아주는 수액주사를 맞았다. 오늘은 아내가 병원을 쉬는날이라서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천천히 무리하지않고 맞았다. 1년반동안 항암치료를 하느라 주사를 수백대를..

- 그의 Life story 2022.12.29

Merry Chrismas for you.

시골길 작은 웅덩이마다 살얼음이 끼어 있고 숲은 멀리 있다. 농장 집 개들이 인기척에 놀라 사납게 짖어댄다. 개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저 늑대의 종족들을 가둔 어리석음이 죄악이다 빠르고 민첩한 것들이 사라진 숲, 잔광(殘光)을 받으며 드러나는 가난한 살림, 이끼들이 고사한 나무 등걸 위에 들러붙어 있다. 나는 좀 더 걸어 숲속으로 들어간다. 물가에 집을 꾸리고 살던 시절은 이미 옛날이다. 감찰나무 아래에선 상심들이 바스락댄다. 숲속에서 위층 집 사람을 생각한다. 오후 네 시마다 피리를 부는 사람, 음들의 혼돈 속에서 바른 음을 찾아 세우는 그는 서른 몇 해 전에 내가 알던 사람, 그를 만난 것도 이미 옛날이다. 누군가 천지간의 빛들을 거둬 갈 무렵 내 그림자와 함께 나무들의 그림자들이 길어진다. ..

- 그의 Life story 2022.12.24

크리스마스 케익

크리스마스 이브 눈 내리는 늦은 밤거리에 서서 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 늙은 아내를 생각한다 시시하다 그럴 테지만 밤늦도록 불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빵 가게에 들러 아내가 좋아하는 빵을 몇 가지 골라 사들고 서서 한사코 세워주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며 20년 하고도 6년 동안 함께 산 동지를 생각한다 아내는 그 동안 네 번 수술을 했고 나는 한 번 수술을 했다 그렇다, 아내는 네 번씩 깨진 항아리고 나는 한 번 깨진 항아리다 눈은 땅에 내리자마자 녹아 물이 되고 만다 목덜미에 내려 섬뜩섬뜩한 혓바닥을 들이밀기도 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이브 늦은 밤거리에서 한번 깨진 항 아리가 네 번 깨진 항아리를 생각하며 택시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한 해가 또 저물어가고 있다 한 해동안 항암치료를 받고나..

- 그의 Life story 2022.12.22

눈 내리는 날

아침 8시 아내와 집을 나선다. 병원으로 가는 날, 아침에 공복전에 채혈을 하여 조사의뢰를 하고 1시간여를 기다려 검사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내분비내과 김두만교수, 혈액종양내과 송헌호교수의 진료를 받는다. - 당뇨도 생각만큼 걱정할 정도는 아니고 갑상선도 아밀로이드때문에 생긴증세인데 많이 좋아졌습니다. - 김두만교수 - 백혈구도 많이 줄었군요. 일주일간 편히 쉬시고 2주후에 뵙겠습니다. - 송헌호 돌아오는 길. 잠실 윤경제한의원에 들려 윤경제원장을 만나다. 나의 혈액암을 알아보고 암시를 줬던 분. - 당신, 기분나빠. 어디서 이런 병을 옮아가지고와서 지금 문제가 심각해. 나는 그 길로 병원으로 가서 아밀로이드종을 병명받고 치료를 시작했다. 그리고 1년 반, 다시 윤경제원장을 만났다. 윤경제원장과 그동..

- 그의 Life story 2022.12.13

노인들의 삶에 나는 통곡한다.

밤새 불면에 시달리다가 7시에 눈을 뜬다. 8:00부터 9:00까지 병원으로 가서 공복 채혈검사에 X-Lay 촬영이 있는 날. 그리고 한 시간여 검사결과를 기다렸다가 검사가 나오면 송헌호교수의 진료를 하고 와야한다. 또 내일은 비뇨의학과 양재열교수와 8:30부터 9:00까지 진료가 있는 날이다. 아침부터 머리가 무겁고 정신이 흐트러지면서 삶의 의욕이 없다. 7시50분 아내와 집을나와 차를 운전하여 강동성심병원으로 향한다. 나는 나대로의 머리가 복잡하고 아내는 아내대로 생각에 잠겨있다. 아내역시 친구의 암진단으로 슬픔에 잠겨있다. 아내에게는 결혼전부터 함께 어울려다니던 친구들이 4명이 있다. 그 친구중 한명이 제주에 있는 친구로 암진단을 받고 치료를 했으나 시기를 놓쳐 온몸에 전이가 되어 집에서 죽음만 기..

- 그의 Life story 2022.12.06

Autumn Life III

저것이 가을인가 묻는다. 파랗고 있는 것을, 싸늘하고 있는 것을, 두 귀가 아프고 있는 것을. 가을인가 묻는다. 기막히고 있고 눈부시고 있고 붉고도 있는 저것이 가을인가 묻는다 가난하고 친하고 떨리고 있는 저것이 가을인가 묻는다. 어쩌면 틀리고 있는 저것이 그래서 맞으려고 있는 저것이 더 맞으려고 있는 저것에게 가을인가 묻는다. 위험허고 천만하고 외롭고도 있는 저것을 가을인가 묻는다. 저것이 저것에게 저것을 오 저것으로 부르는 저것에게 가을인가 묻는다. 무안하고 무색하고 뚝 떨어지고 있는 저것이. 저것이 가을인가? - 김언 밤새 음악을 들으며 잠결에 어렴풋이 시계를 보면 2시간쯤씩 흘러가고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수면제 없이도 많이 잘 자는 편이다. 기진맥진 하듯이 누워서 한동안 시간을 보내다가 아침이면..

- 그의 Life story 2022.12.05

Autumn Life II

11월도 이제 마지막 장을 덮을때가 되었다. 노란색의 향연, 붉은 색의 향연... 우리는 그래도 하루밤만 지나고나면 훌쩍 몰라보게 잎을 떨구고난 헬쓱한 나무들과 바람이 불면 난무하며 떨어지는 낙엽들속에 행복을 느꼈다. 노란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질때 우리는 인생의 허무를 느낀다고 했다. 정신없이 아프고 죽음이 가까이 왔다고 생각해보라. 허무를 느낄 틈이 어디 있는가! 저 무성하던 잎이 진 나무들을 보아라. 얼마나 쓸쓸한가! 그래도 나무들은 쓸쓸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마지막 한 잎마저 다 떨어져도 그대로 서있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는듯하다. 마치 모두 떠날곳으로 떠나보내고 혼자남은 노인같지않은가! 노인은 그래도 외로움을, 쓸쓸함을 내색하지않는다. 그러나 새벽녁이면 혼자 일어나 앉아 눈물짓는다. 몸이 아..

- 그의 Life story 2022.11.30

Autumn Life I

2022.11.15. 晩秋에 접어들었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 남한산성에서 부터 밀려내려오는 안개가 자욱하다. 가을안개를 내어다보며 금방 햇살이 펼쳐질것을 예상하며 아침부터 바쁘게 서둘러야한다. 아침 8시부터 송헌호교수의 진료가 있다. 마주 대하는 송교수의 표정이 어둡다. - 현재 빈혈이 아주 심하고 숨이 찹니다. 며칠 입원을 하고 안정을 취하면서 치료를 하도록 합시다. - 송교수님, 저는 멀쩡하다가도 병원에 입원을 하면 더 몸이 아픕니다. 나는 완강히 반대했다. 송교수의 말씀인즉 심장에 이상이 있어서 좀 더 커지고 숨이 가쁘니 심장혈관내과로 추천서를 써줬다. 정 입원이 불가피하면 심장 정밀 검사만이라도 받자는 것이다. 2022. 11. 23. 아침부터 기분이 착잡하고 무겁다. 오늘 심장혈관내과에서 정밀검..

- 그의 Life story 2022.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