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Life story 196

서글픈 일기 III

이 가을에는 아프지않았으면, 이 가을에는 마음의 쇠사슬을 모두 끊어버리고 자유로워 졌으면, 이 가을에는 앓고있는 병들이 모두 홀가분하게 나았으면, 이 가을에는 저 나이든 은행나무처럼 좀 더 의연해졌으면. 이제 더 이상 내 삶에 욕심을 부리지말고 옛날로 돌아갔으면... 2022. 11. 17. 어제부터 생리식염수 500CC 맞은것이 나의 몸을 지탱하고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원의 전부입니다. 요즘 식욕이 없어 아무것도 먹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밤 새 꿈을 꾸며 몇번인가를 자다, 깨다, 자다, 깨다를 .. 되풀이 하다가 아침을 맞습니다. 아침부터 어렴풋이 보이는 저편 저승의 세계. 그러나 지나간 것들은 이제 원망을 말아야겠죠. 다 그럴만한 이유로 그런 운명을 타고났던 것을... 일어나려고 죽을 사력을 다 해도..

- 그의 Life story 2022.11.17

서글픈 일기 II

아침부터 아프다. 지난 11일, 금요일, 송교수의 진료가 있던 날, 송교수는 다시 입원을하자고했다, 그리고 골수검사를 다시 받자고 했다. 아! 왜 이런 일이 자꾸 일어나는 것일까? 11월 15일, 입원을 하기위해 코로나 검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 눈을 돌리는 곳마다 온통 노랗다. 노란 은행잎들이 작은 바람에도 우수수 떨어진다. 나는 지금 작은 바람 한 줄기에도 마음이 상하며 병세가 걱정되는 노인이다. 좀 더 건강해야 할것을. 제발 아무일 없게 하여주십시요. 2022. 11.15. 내가 살던 동네를 지나서 강동성심병원 입원실로 간다. 옷후 1시 30분 송헌호 교수의 골수검사로 시작한다. 능수능란한 송교수의 진행으로 골수검사는 잘 끝났다. 이 골수검사를 가지고 돌아오는 11월 22일 송헌호 교수의 진료가 있..

- 그의 Life story 2022.11.16

서글픈 일기 I

1. 오래전부터 해월당이 찿아와서 가을산엘 다녀오자고 제안했다. 해월당과 산행을 제안했던 것은 작년부터였다. 내가 시름시름 앓고있을무렵부터 용문사엘 가서 하루를 묵어 오자고 했었다 몇백년 묵은 은행나무가 자꾸 눈앞에 아물거렸다. 그런데 용문사에 계시던 주지스님이 북한산 망월사로 옮겨가셔서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망월사는 북한산 포대능선 가는 길에 있는 거의 북한산의 정상에 위치한 절이 아니던가! 2. 그후 나는 1년을 앓아누워있으며 항암치료에만 전념을 했다. 어쩌다가 해월당이 찾아와서 항암치료를 받아내며 면역력 고갈로 대상포진까지 이르러 몸마저 마음대로 쓰질 못하는걸 보고 그저 한숨만 쉬다가 돌아갔다. 그러면서도 그는 나에게 최선을 다했다. 이른 새벽부터 차를 몰고와 병원으로가서 순번표를 끊어 대..

- 그의 Life story 2022.11.15

신경학 검사 시작

북극(Arctic / Arctica)은 지구의 북쪽 끝 인근을 뜻하는 말로, 일반적으로 백야가 나타나는 북위 66도 33분선 지역부터 북극점까지를 북극 지방으로 본다. 지도만 놓고 보면 발디딜 곳이 없는 바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위 사진에서 알 수 있듯 거대한 빙하가 자리잡고 있다. 다만 북극은 대륙이 아니라 빙하이므로, 지도에서는 바다로 표시하는 것이다. 남극과 달리 북극해가 대부분의 영역을 점유하고 있어서 보다 덜 추운 편이나, 어디까지나 남극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일단 대륙 하나가 뚝 떨어진 남극과 달리 구대륙, 신대륙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극지방치고는 사람이 적지 않게 살고 있는 지역이다. 종합병원은 북극과도 같은 곳이다. 병원이라는 테두리가 있는 영역안에 수백명, 수천명의 병원 종사..

- 그의 Life story 2022.09.16

秋夕斷想

추석연휴가 끝나고 다시 돌아온 일상. 이번 추석연휴는 9월 9일부터 시작으로 대체공휴일인 12일까지 사흘간의 긴 연휴였다. 그러나 명절이 끼고 대체공휴일로 연휴가 길다해도 우리가 산다는 것은 그저 연속성의 별다름없는 그 생활이 이어지는 것이다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이었던 8일에 송교수의 진료가 기분좋게 끝났기에 큰 시름은 덜었지만 대상포진으로 인한 다리통증의 고통으로 진통제를 찾아 삼키며 잠을 못자고 침대에서 뒤척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신음을 참아가며 엎치락 뒷치락거리다보면 밤새 침구는 흥건히 땀에 젖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젖은 침구와 속옷을 세탁기에 넣고 빨았다 연달아서 이틀간을 빨래를 하며 연휴의 반을 지내고나니 추석날은 미국이 9.11테러를 당한 비극의 날이었다. 그러고보니 이번 추석은 좀 빠른감..

- 그의 Life story 2022.09.13

9월, 폭풍이 지나갔다

어제밤, 잠을 이루지못하고 꼬박 밤을 새웠다. 통증의 아픔은 온 몸을 쑤셔대며 아픔은 온몸을 지배했고 구석구석 온 몸은 마치 벌레가 기어다니듯 근질근질 가려워서 잠을 못이루고 이리저리 뒤척였다. 오늘은 병원에서 온갖 검사를 마치고 송교수와 판독을 하며 그동안 1년간의 최종 진료를 하는 날이다. 1년전에 아밀로이드를 동반한 혈액암을 선고받은 날, 나의 머리속은 하얗게 점멸하며 아무 생각도 나지않았다. 사람들은 나의 생존여부를 만나는 사람들마다 거의 포기했고 심지어 어느 병원에서는 많이 살아야 3년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아내는 울면서 끝까지 고칠 수 있다는 희망의 줄을 놓지않고 병원을 함께 다니며 상담에 참여했다. 나는 죽는다는 실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삶의 의지를 반은 포기를 했다. 그리고 송교수와..

- 그의 Life story 2022.09.08

Saguaro 선인장으로의 출발

사람이 죽으면 선인장이 하나 생겨나요 그 선인장이 죽으면 사람 하나 태어나지요 원래 선인장은 널따란 이파리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것이 가시가 되었지요 찌르려는지 막으려는지 선인장은 가시를 내밀고 사람만큼을 살지요 아픈 데가 있다고 하면 그 자리에 손을 올리는 성자도 아니면서 세상 모든 가시들은 스며서 사람을 아프게 하지요 할 일이 있겠으나 할 일을 하지 못한 선인장처럼 사람은 죽어서 무엇이 될지를 생각하지요 사람은 태어나 선인장으로 살지요 실패하지 않으려 가시가 되지요 사람은 태어나 선인장으로 죽지요 그리하여 사막은 자꾸 넓어지지요 - 이병률의 [사람] Saguaro선인장은 미국의 애리조나주의 대표적인 꽃이다 미국 애리조나 주 남부의 소노란 사막과 멕시코 북부에서만 볼 수 있다. 이 선인장이 사는 넓은 지..

- 그의 Life story 2022.09.08

불면(不眠 / Insomnia)

밤에만 날아다니는 새가 있다 내가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 새 때문이다 저벅 저벅 걷다가 때론 울다가 훌쩍 날아다니기도 한다 비밀을 하나씩 들킬 때마다 새의 날개는 점점 견고해진다 기억나지 않는 기억 사이를 이미 지나간 내일과 아직 오지 않은 어제 사이를 날아다닌다 끝내 詩가 되지 못한 詩語들만 물어다 놓고 숫자도 없는 시계 속에서 붉은 부리로 밤새 소리도 없이 시간을 쪼아댄다 관념들이 생각에 생각을 물고 그 새의 꼬리가 길어져 간다 밤새, 열리지 않는 눈꺼풀을 기웃거리다가 아침이면 깃털 하나 남기지 않고 새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내 머리카락 속에 새집만 덩그러니 지어져 있다 저 엉성한 둥지 하나 만들려고 밤새도록 잠 속을 헤집고 다녔나 보다 - 정용화의 이 시는 기표적 의미(시니피앙/ sign..

- 그의 Life story 2022.09.04

다시 9월

9월이 돌아왔다. 지난 1년동안을 병원에서 살며 항암치료를 받느라 아무 일도 못했으니 1년을 건너뛰고 9월이 다시 돌아온것이다. S.N.S.를 보니 작년의 오늘, 즉 작년 2021년 9월1일에 나는 인천 소래 염전을 개간한 풍차가 있는 소래습지공원을 거쳐 토평항에서 바다로 해가 지는것을 촬영하고 이튿날 강원도 인제 방태산의 폭포를 마지막으로 촬영하고 와서 병원으로 갔었다. 병명을 못찾아서 두달동안이나 이병원, 저병원을 다니며 검진을 받고 혹시나해서 처음 갔다가 혹시 암일지도 모른다는 검진을 마친 혈액종양내과를 다시 찾아갔다. 두달동안 그런식으로 병명도 모르고 병원순례를 하는 사이 나의 몸은 퉁퉁부어오르고 숨이 가빠져서 세걸음만 걸어도 가슴이 뻐개질듯이 힘든 상태에 이르렀다. - 위급하니 일단 입원을 하고..

- 그의 Life story 2022.09.01

여름의 끝

아주 오래전 옛날. 산비둘기 두마리가 사랑을 했답니다. 그 나머지는 너무 흔하고 뻔한 말이라서 이야기 할 수가 없습니다. 산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비슷비슷하게 조금은 남루하고, 부끄럽고, 그러나 피해 갈 수 없는 현실이다. 아내는 쓰레기 종량제가 많이 나온다고 과일껍질이나 채소 다듬고 남은것등을 베란다에 널어서 말려 무게를 줄여서 버린다. 그러면 훨씬 더 절약이 된다고 한다. 얼마전 그 베란다에서 빈 화분에 싹이 돗아나고 잘 자라서 이제는 어엿한 넝쿨이 뻗어나가더니 제법 꽃몽오리를 달고 꽃까지 피울려고 준비하는 성주참외 넝쿨이 한창이다. 볼때마다 기분이 좋다. 그런데 매일 비둘기 두마리가 날아와 난리법석을 피우고 놀다가간다. 과일씨앗이나 심지어 껍질까지 먹으며 입에 물고 상대에게 권하기도 한다. 어찌나 그..

- 그의 Life story 2022.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