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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부두 - 이상원

2013. 8. 31. 밤, 부두 이상원 배들이 돌아왔다. 쭈글해진 주름살을 들어낸 채 술집 간판 몇 개가 덜그럭대는 부두, 절어있는 街燈은 긴 그림자를 하품처럼 달고 서서 돌아가 누울 아랫목이 그립다. 마파람이 큰 파도를 데리고 수평선에 마악 당도하는 시간, 목사리한 로프를 잘게 떨며 배들은 이마에 식은 땀이 배이고 질척이는 어둠이 비로 내려 주의보는 항로마다 자물쇠를 채운다. 이제 더는 항해를 기약할 수 없으리라 해풍에 질린 사내들은 빠짐없이 물의 집에 들어 한 생을 기탁하고 돌아누운 건물들의 잠처럼 모두가 울 안에 갇혀, 그 땅에 安住해 큰 바다는 서서히, 아주 잊혀져 가리라. 부두하면 페이소스[pathos]를 느끼는건 당연한지도 모른다 오래전부터 부두는 돈을 벌기위해 떠나가는 者와 남아있는 者가 ..

- 그의 애송詩 2021.10.12

흰 웃음소리 - 이상국

2013. 8. 30. 흰 웃음소리 이상국 내가 한 철 인제 북천 조용한 마을에 살며 한 사미승을 알고 지냈는데 어느 해 누군가 슬피 울어도 환한 유월 그 사미는 뽕나무에 올라가 오디를 따고 동네 처자는 치마폭에다 그걸 받는 걸 보았다 그들이 주고받는 말은 바람이 다 집어 먹고 흰 웃음소리만 하늘에서 떨어졌는데 북천 물소리가 그걸 싣고 가다가 돌멩이처럼 뒤돌아보고는 했다 아무 하늘에서나 햇구름이 피던 그날은 살다가 헤어지기도 좋은 날이었는데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온몸이 환해진다 세상을 살면서 청빈한 마음을 잃지않으려 나름대로 법문을 공부하고, 도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산다는 것은 곧이 곧대로 법문대로 행하라는 말이 아님을 나, 이제야 알겠다 어느 산중에 스님 한 분이 절집에서 개를 기르며 나이든 구..

- 그의 애송詩 2021.10.12

민박 - 이상국

2013. 8. 26. 민박 이상국 울산바위 꼭대기에는 별들의 집이 있다 어느날 집 떠나 해 지고 어두우면 그곳에 가 자고 싶다 설악으로 들어와 여장을 풀고 밤 늦도록 술을 마시고 돌아와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아!, 그랬더니 대기가 맑아서인지 별이 초롱초롱하게 떠있다 서울에서는 있을 수 없는일... 너는 그곳에 가서 더 행복한가?... 수많은 별중에 하나를 찾아 묻고 싶다 Chris Nicolas

- 그의 애송詩 2021.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