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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9. 서부관광도로를 가다가 눈처럼 하얀 바다를 보았다. 지도에도 없는 이 바다는 중심부에서 가장자리로 끝없이 물결을 밀어내고 있었다. 나의 차도 물결에 휩쓸렸다. 나의 차는 작은 잠수함이 되어 바다 속을 헤집고 다니는 것이었다. 신비한 음악 소리가 들리고 봄부터 가을까지 쏟아진 햇빛과 별빛이 고운 모래로 쌓여 현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바람의 집을 보았다. 큰 동굴 속에 바람은 살고 있었다. 암만해도 내가 그 집을 건드린 모양이었다. 벌떼처럼 달려나온 바람이 순식간에 온 천지를 춤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었다.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 곳을 빠져 나왔는지 모른다. 그 곳이 바로 이어도였을까? 몽롱한 눈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 권재효의 ‘억새꽃’ 전문 -

- 그의 애송詩 2021.10.12

섬 - 안도현

세상한테 이기지 못하고 너는 섬으로 가고 싶겠지 한 며칠, 하면서 짐을 꾸려 떠나고 싶겠지 혼자서 훌쩍, 섬에 한번 가봐라, 그 곳에 파도 소리가 섬을 지우려고 밤새 시퍼렇게 달려드는 민박집 형광등 불빛 아래 혼자 한번 섬이 되어 앉아 있어봐라 삶이란 게 뭔가삶이란 게 뭔가 너는 밤새도록 뜬눈 밝혀야 하리 - 안도현 중에서 발췌 몇일째 섬을 찾아, 섬에 들어와, 섬 사진을 찍으며, 섬에서 살고 있습니다

- 그의 애송詩 2021.10.12

당나귀와 함께 천국으로 가기위한 기도 - Francis Jammes

당나귀와 함께 천국으로 가기위한 기도 - Francis Jammes 제가 당신께로 가야 할 때에는 축제가 벌어진 들판에 먼지가 이는 날이 되게 하소서. 제가 이곳에서 그랬던 것처럼 제 마음에 드는대로 천국으로 가는 길을 가게 해주소서. 그곳은 한낮에도 별들이 빛나는 곳. 내 지팡이를 짚고 큰 길을 걸어가게 해주소서. 저는 제 친구인 당나귀들에게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 내 이름은 프랑시스 잠이야. 나는 지금 천국으로 가고있지. 하느님 나라에는 지옥이 없다고 하더군 - 나귀들은 아주 유순하게 가만히 머리를 숙여 조그만 발들을 움직일 것입니다 내가 이토록 사랑하는 이 짐승들 속에 끼어 당신 앞으로 갈 수 있도록 해주소서. 그들이 나를 뒤따르게 하며 당신께 가겠습니다. 옆구리에 바구니를 걸친 당나귀, 곡마단의..

- 그의 애송詩 2021.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