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9. 서부관광도로를 가다가 눈처럼 하얀 바다를 보았다. 지도에도 없는 이 바다는 중심부에서 가장자리로 끝없이 물결을 밀어내고 있었다. 나의 차도 물결에 휩쓸렸다. 나의 차는 작은 잠수함이 되어 바다 속을 헤집고 다니는 것이었다. 신비한 음악 소리가 들리고 봄부터 가을까지 쏟아진 햇빛과 별빛이 고운 모래로 쌓여 현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바람의 집을 보았다. 큰 동굴 속에 바람은 살고 있었다. 암만해도 내가 그 집을 건드린 모양이었다. 벌떼처럼 달려나온 바람이 순식간에 온 천지를 춤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었다.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 곳을 빠져 나왔는지 모른다. 그 곳이 바로 이어도였을까? 몽롱한 눈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 권재효의 ‘억새꽃’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