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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전날

2013. 9. 18. 달려라 도둑 이상국 도둑이 뛰어내렸다 추석 전날 밤 앞집을 털려다가 퉁기자 높다란 담벼락에서 우리 차 지붕으로 뛰어내렸다. 집집이 불을 환하게 켜 놓고 이웃들은 골목에 모였다. ― 글쎄 서울 작은 집, 강릉 큰애네랑 거실에서 술을 마시며 고스톱을 치는데 거길 어디라고 들어오냔 말야. 앞집 아저씨는 아직 제 정신이 아니다. ― 그러게, 그리고 요즘 현금 가지고 있는 집이 어딨어, 다 카드 쓰지. 거 돌대가리 아냐?라고 거드는 피아노 교습소집 주인 말끝에 명절내가 난다. 한참 있다가 누군가 이랬다. ― 여북 딱했으면 그랬을라고……, 이웃들은 하나둘 흩어졌다. 밤이슬 내린 차 지붕에 화석처럼 찍혀있는 도둑의 족적을 바라보던 나는 그때 허름한 추리닝 바람에 낭떠러지 같은 세상에서 뛰어내린..

- 그의 애송詩 2021.10.12

전설(傳說) - 윤필립

傳 說 尹馝粒 태초에,... 섬과 섬 사이에 바다가 살고 바다와 섬이 만나는 곳에 개펄이 생겼다 바다가 섬이 되는 날 섬이 바다가 되기까지 섬은 신음하며 개펄을 만들었다 바다가 개펄이 되는 날 섬이 개펄이 되는 날 그 까마득한 날들을 바다는 혼신을 다하여 개펄을 만들었다 바다... 남자, 남자는 진흙밭에 자신을 넣으며 섬의 신음소리를 들었다 지금도 달이 밝은 밤 가만이 귀 기우리면 섬을 핥는 바닷소리가 들리고 바다의 애무를 받아드리는 섬의 신음소리가 들린다

- 그의 自作 詩 2021.10.12

개펄에서 - 김민홍

2013. 9. 13. 개펄에서 1 개펄을 꿈꾸면서 흰옷들을 버렸어, 익명으로 숨을 순 없어서. 개펄이 그리운 날엔 마을을 떠났지, 마을엔 집을 지을 수 없기에. 온갖 날것들이 몸 부비며 사는 개펄에 해라도 쪼이면 눈부신 아지랑이, 맨몸으로 승천하는 그 끝으로 수시로 몸 바꾸며 바다가 누워 있었지. 허나, 나는 바다를 경영할 수 없었어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온몸으로 별이 쏟아지고 도대체 숨을 쉴 수 없었으므로. 개펄이 끝나는 진창에 안타까이 서 있곤 했어. 때가 되면 개펄에 물 들어오는 걸 눈물겹게 바라보았지, 깡그리 바다가 될 때까지. 묵묵히 개펄을 가늠하며 물이 들지 않는 개펄은 개펄이 아니기 때문에. 개펄에서 2 누가 또 멍든 채 떠나고 있는가. 개펄엔 시방 비 내리고 우비도 없이 나는 어쩔 것이냐..

- 그의 애송詩 2021.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