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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호동에 가본 적이 있는지 - 이상국

2013. 8. 25. 청호동에 가본 적이 있는지 이상국 혹시 청호동에 가본 적이 있는지 집집마다 걸려 있는 오징어를 본 적이 있는지 오징어 배를 가르면 원산이나 청진의 아침햇살이 퍼들쩍거리며 튀어오르는 걸 본 적이 있는지 그 납작한 몸뚱이 속의 춤추는 동해를 떠올리거나 통통배 연기 자욱하던 갯배머리를 생각할 수 있는지 눈 내리는 함경도를 상상할 수 있는지 우리나라 오징어 속에는 소줏집이 들앉았고 우리들 삶이 보편적인 안주라는 건 다 아시겠지만 마흔해가 넘도록오징어 배를 가르는 사람들의 고향을 아는지 그 청호동이라는 떠도는 섬 깊이 수장당한 어부들을 보았거나 신포 과부들의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은 없는지 누가 청호동에 와 새끼줄에 거꾸로 매달린 오징어를 보며 납작할 대로 납작해진 한반도를 상상한 적은 없는..

- 그의 애송詩 2021.10.11

대포항 - 김영은

2013. 8. 24. 대포항 김영은 살다 누군가 떠나보내야 한다면 대포항 저잣거리에 나가 자연산 도다리 한 접시 시켜놓고 소주잔 기울이며 이별을 얘기하고 싶다 건들거리며 아픈 마음 달래는 나룻배 무심히 바라보는 어둠 속 어디에도 간다 온다 말 인사 남기지 않고 이별은 그렇게 질펀한 밤을 지나갈 것이다 멀리서 반짝이는 오징어 배 집어등 처럼 언제도록 가슴에 불씨로 남을 사랑 서로의 눈은 마주치지 않기 그 눈에 가득 고인 마음 보지 않기 그 눈에 흘러넘치는 쓸쓸함은 더욱 모른 체 하기 그 사랑 위해 밤새 부를 이별가 대신 회 한 점 입에 넣고 질기게 씹으며 그렇게 그렇게 이별을 견디고 싶다 이별이란 저 어둠 속에 이유없이 던져지는 막막한 남들과의 싸움이란 것도 확인할 아무런 그리움도 남기지 말기 돌아서는 ..

- 그의 애송詩 2021.10.11

그곳 - 이상국

2013. 8. 22. 그곳 이상국 나무들도 엉덩이가 있다 새벽 숲에 가면 군데군데 쭈그리고 앉아 볼일 보는 나무들을 볼 수 있는데 그런 날 아침은 산이 향기로 가득하다 내 사는 설악산의 엉덩이는 얼마나 깊고 털이 무성한지 내 그것과는 감히 견줄 수가 없다 또 어떤 날은 미시령을 넘어가며 달도 엉덩이를 보일 때가 있는데 그 모습이 하도 아름답고 섹시해서 나는 어둠 속에서 용두질을 할 때도 있다 모든 것들은 엉덩이가 있고 우리는 모두 그곳에서 왔는데 하늘은 발딛을 데가 없으므로 더러 구름이나 물새를 보내거나 오줌 소나기로 강을 닦아 놓고는 자신의 엉덩이를 비춰 보고는 한다 시인 이상국을 처음 만난 것은 1999년 어느날 한 작은 갤러리에서 시인과 화가가 Duo展을 한다는 조인트 전시회장에서였다. 눈부신 초..

- 그의 애송詩 2021.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