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안거(夏安居) 허형만 나도 이젠 홀로다, 이 나이에. 언제라도 목숨 건 사랑 한번 있었던가. 저 미치게 푸르던 하늘도 눈에 묻고 살결 고운 강물도 귓속에 닫은 채 시간의 토굴 속에 가부좌 튼다. 내 살아온 긴 그림자 우련하거니, 누구를 만났던 기억은 더욱 가뭇하거니, 아직도 무슨 미련 그리도 짙어 설풋설풋 서러워지느냐, 울고 싶어지느냐, 알고보면 인연이란 참으로 깊은 우물과 같은 것, 평생을 누추한 내 안에서 우물을 파며 살아온 햇살이며 별들까지 목구멍에 손가락 쑤셔넣어 토해놓고 나도 이젠 홀로다, 이 나이에. 허형만 시집 중에서 夏安居 / 승려들이 여름 장마 때 외출하지 않고 함께 모여서 수행하는 일, 자연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의 언어가 얼마나 부족함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형형색색 꾸밈없는 모습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