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안거(夏安居) 허형만
나도 이젠 홀로다, 이 나이에.
언제라도 목숨 건 사랑 한번 있었던가.
저 미치게 푸르던 하늘도 눈에 묻고
살결 고운 강물도 귓속에 닫은 채
시간의 토굴 속에 가부좌 튼다.
내 살아온 긴 그림자 우련하거니,
누구를 만났던 기억은 더욱 가뭇하거니,
아직도 무슨 미련 그리도 짙어
설풋설풋 서러워지느냐, 울고 싶어지느냐,
알고보면 인연이란 참으로 깊은 우물과 같은 것,
평생을 누추한 내 안에서
우물을 파며 살아온 햇살이며 별들까지
목구멍에 손가락 쑤셔넣어 토해놓고
나도 이젠 홀로다, 이 나이에.
허형만 시집 <첫 차> 중에서
夏安居 /
승려들이 여름 장마 때 외출하지 않고 함께 모여서 수행하는 일,
자연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의 언어가 얼마나 부족함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형형색색 꾸밈없는 모습을 지닌 수 만 가지의 꽃들은 각기 자기 많의 색과 향기를 지니고 있다.
누구에게도 그 색과 향기를 내 놓지 않고 씨 속에 담아낸다. 사람 또한 그 한 꽃에 불과한 모습임을 느낀다.
사람이 세월을 이겨내는 방법은 삶을 통해 배운다,
허형만 시인의 「하안거」는 세상을 잊고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을 갖겠다는 것이다.
살아 온 세상의 인연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인생이란 계절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모두 내 몸 안에 있다.
자기 자신을 수련해 가는 일이 쉬운 것은 없다. 무덤에 들 때까지 무엇을 하였다고 말할 수도 없다.
모두 허공에 남겨진 생각들 뿐이기 때문이다.
나무처럼 손을 뻗어 허공을 부여 잡을 수도 없고, 흙처럼 엉겨붙어 풀잎을 피워 낼 수도 없다.
오르지 마음으로 일구는 생각 많이 있을 뿐이다.
그 마음 밭에 풍성한 열매가 익도록 하기 위해서 나를 버리는 일이 얼마나 큰 짐인가.
하안거는 그 짐을 버리는 일이다. 나를 나로 만드는 일, 나를 죽음으로 끌고 가는 싸움이여야 할 것이다.
죽음까지 끌고 갈 수 있는 힘을 갖기 위해서 하안거는 그 수련의 한 방법일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한다.
오늘은 百中日 (百種日, 亡魂日)이라고 합니다
불교에서는 음력7월 보름을 기하여 승려들의 하안거가 끝나는 날, 백가지 음식을 차려놓고 공양하여조상의 망혼이 구천에서 헤메임을 구제하기 위해 제를 지내며 천도시키는 날이라고 합니다
역시 강원도 양양출신이며 그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있는 이상국시인의 시를 모티브로 하여 포스팅을 올려드리려 합니다
저는 이글을 쓰며 참으로 묘한 인연들을 떠올립니다
이상국 시인과 제 친구중 가장 친한 이상국이라는 同名의 친구가 있기에 저는 이상국 시인의 시를 일찌기 알았었습니다우리가 사는 우주의 나이는 140억년이라고 합니다
우주의 나이에 비하면 우리는 거의 동갑입니다
나이의 많고 적음이 무슨 큰문제가 되겠는지요
내가 그의 글을 읽고, 그가 나의 글을 읽고, 우리가 그의 시를 읽고,서로의 감성을 공유한다면...
세상은 새롭고 온갖 아름다움이 찾아 올 것입니다
Chris Nico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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