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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떠나자 음악 소리가 들렸다 - 박정대

2013. 5. 8. 누군가 떠나자 음악 소리가 들렸다 박정대 1. 失 그가 기타를 치자, 나무는 조용히 울음을 토해냈네. 상처처럼 달려 있던 잎사귀들을 모두 버린 뒤라 그 울음 속에 공허한 메아리가 없지는 않았으나, 공복의 쓰라린 위장을 움켜쥔 낮달의 창백한 미소가 또한 없지는 않았으나, 결 코 어디로도 돌아갈 수 없는, 출가한 수도승의 머리 위에서 아무렇게나 빛나는 몇 점의 별빛처럼 그런대로 빛나는 음률을 갖추고는 있었네.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사랑이 아파서 그렇게 울고 있었는가, 텅 빈 귓속의 복도를 따라 누군가가 내처 그에게 다가가고 있었는데, 아무런 생각도없이, 느낌도 없이, 슬픔도 없이, 처음부터 그 울음 소리 는 자신이 울음인 줄도 모르면서 음악을 닮아 있었네. 누군가의 손끝에 걸려 있는 ..

- 그의 애송詩 2021.10.11

그 5월에 - 곽재구

2013. 5. 5. 그 5월에 곽재구 자운영 흐드러진 강둑길 걷고 있으면 어디서 보았을까 낯익은 차림의 사내 하나 강물 줄기를 거슬러 올라간다 염색한 낡은 군복 바지에 철 지난 겨울 파커를 입고 등에 맨 배낭 위에 보랏빛 자운영 몇 송이 꽂혀 바람에 하늘거린다 스물 서넛 되었을까 여윈 얼굴에 눈빛이 빛나는데 어디서 만났는지 알지 못해도 우리는 한 형제 옷깃을 스치는 바람결에 뜨거운 눈인사를 한다 그 5월에 우리는 사랑을 찾았을까 끝내 잊었을까 되뇌이는 바람결에 우수수 자운영 꽃잎들이 일어서는데 그 5월에 진 꽃들은 다시 이 강변 어디에 이름도 모르는 조그만 풀잡맹이들로 피어났을까 피어나서 저렇듯 온몸으로 온몸으로 봄 강둑을 불태우고 있을까 돌아보면 저만치 사내의 뒷모습이 보이고 굽이치는 강물 줄기를 따..

- 그의 애송詩 2021.10.11

여 행 - 윤성택

2013. 5. 4. 여행 윤성택 여정이 일치하는 그곳에 당신이 있고 길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시간은 망명과 같다 아무도 그 서사의 끝에서 돌아오지 못한다 그러나 끝끝내 완성될 운명이 이렇게 읽히고 있다는 사실, 사랑은 단 한 번 펼친 면의 첫줄에서 비유된다 이제 더 이상 우연한 방식의 이야기는 없다 이곳에 도착했으니 가방은 조용해지고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다 여행은 항상 당신의 궤도에 있다 * 아들아이가 직장을 그만두고 제주도를 여행중이라는 연락이 왔다 즉시 답장을 했다 '그래, 잘했다. 어짜피 인생은 다시 일어서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