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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편지 - 유 하

2013. 4. 24. 뒤늦은 편지 유 하 늘상 길 위에서 흠뻑 비를 맞습니다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떠났더라면, 매양 한 발씩 마음이 늦는 게 탈입니다 사랑하는 데 지치지 말라는 당신의 음성도 내가 마음을 일으켰을 땐 이미 그곳에 없었습니다 벚꽃으로 만개한 봄날의 생도 도착했을 땐 어느덧 잔설로 진 후였지요 쉼 없이 날갯짓을 하는 벌새만이 꿈을 음미할 수 있는 정지의 시간을 갖습니다. 지금 후회처럼 소낙비를 맞습니다 내겐 아무것도 예비된 게 없어요 사랑도 감동도, 예비된 자에게만 찾아오는 것이겠지요 아무도 없는 들판에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게으른 몽상만이 내겐, 비를 그을 수 없는 우산이었어요 푸르른 날이 언제 내 방을 다녀갔는지 나는 모릅니다 그리고 어둑한 귀가 길, 다 늦은 마음으로 비를..

- 그의 애송詩 2021.10.11

벚꽃, 지면서 높이 날아 오르다

2013. 4. 19. 하루종일 분홍눈이 내렸다 세로도 가로도 없는 그 공간을 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기에 우리는 라는 말을 발견했다 그후 우리는 별에 착륙했고 중력은 희박했고 궤도를 이탈한 계절은 랜덤으로 찾아왔다 어제는 겨울, 오늘은 여름, 낮에는 가을, 밤에는 봄 우리는 당황했지만 즐거웠고 우리는 은밀했다 이상했지만 세계는 완벽했고 중력은 충분히 희박했다 검색창 밖으론 하루종일 푹푹 분홍눈이 내렸고 하루종일 우주선처럼 둥둥 떠다녔다 사랑과 합체한 사랑은, 그리고 또 우리는 그후 별의 거북무덤엔 다음처럼 기록되었다 사랑을 체험한 뒤에는 전과 똑같은 인간일 수 없다! 합체 / 안 현 미 바람이 부는 날, 창 밖에는 분홍 나비떼가 날고있다 수천마리 나비떼의 亂舞... 나는 조용히 그것을 바라본다 한 해, ..

- 그의 애송詩 2021.10.11

四月 비, 옛사랑의 기억

봄밤에 휘파람새 우는 소리 듣는다 휫 휫 홋홋… 누군가 슬픈 꽃 같은 입술로 조심스레 휘파람 부는 것 같다 제주 이모에게 그런 휘파람 불어주던 눈빛 깊은 젊은 남자 있었다 4월이었고 이모에게는 첫사랑이었다 단 한 번의 휘파람 단 한 번의 사랑 그리고 서러운 세월 하얗게 흘러갔다 제주 이모 가는귀 먹은 지 오래지만 4월에 우는 휘파람새 소리는 다 듣는다 밤에 휘파람새 찾아와 울고 서툴게 서툴게 따라 부는 이모의 휘파람 소리 그런 밤에 약속처럼 봄비 봄비 내린다 제주, 四月 / 정일근 詩 누구에게나 숨겨진 풋사랑의 기억이 있다 어린시절, 우리집 대문앞에는 낯 선, 휜칠한 형들이 항상 서있었다 대문을 열고 나가면 어디선가 바람같이 나타나 꼭꼭 접은 편지를 아무도 모르게 누나에게 전해 달라는 심부름을 시켰다 그..

- 그의 애송詩 2021.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