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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같은 사람

2013. 2. 15. 섬 1 - 편지 아우로부터 편지가 왔다. 고등 2년 때 가출한 그를 찾으러 갈꽃 피는 여수 남쪽 섬을 간 적이 있었다. 흙바람 가득한 섬은 아우의 행방보다 더 나를 사로잡았고, 지금도 그를 보면 흙바람같다. 아우는 밤에 홀로 사고한다고 썼다, 그리고 편지 끝에 원서비용으로 6만원이 필요하다고 부기했다. 나는, 시골 관청의 8급 주사보이고 점심은 사무실에서 시켜먹고 화투를 쳤고 가끔 여자들이 도시에서 찾아왔다, 밤에는 그러나 혼자 잠들고팠다. 안개는 무시로 깔려와 기관지를 자주자주 다치더니 나는 몇칠의 병가를 내고 버스를 탔다. 아우는 지방대학의 철학과와 신축도서관에 묻혀지냈다. 그의 흙바람내 나는 서랍을 뒤져보았다. 스스로 고독한 짜르라 칭한 아우의 비망록 악필이었던 글씨는 여전했..

- 그의 애송詩 2021.10.11

겨울 강구항 - 송수권

2013. 2. 13. 겨울 강구항 송수권 상한 발목에 고통이 비듬처럼 쌓인다 키토산으로 저무는 십이월 강구항을 까부수며 너를 불러 한 잔 하고 싶었다 댓가지처럼 치렁한 열 개의 발가락 모조리 잘라 놓고 딱,딱, 집집마다 망치 속에 떠오른 불빛게장국에 코를 박으면 강구항에 눈이 설친다 게발을 때릴수록 밤은 깊고 막소금 같은 눈발이 포장마차의 국솥에서도 간을 친다 현대시학. 2001년 12월호에서. 강구항은 경상북도 영덕군 강구면 강구리의 오십천 하구 전면에 있는 항구이다. 종전 대한민국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국가어항으로 관리하여 왔으나, 2011년 3월 9일 국토해양부에서 관리하는 연안항으로 항종을 변경, 지정되었다. 강구항은 동해안에서 손꼽히는 미항으로 하천을 따라 오르며 열려있는 다소 좁고 긴 포구가 짜..

- 그의 애송詩 2021.10.11

겨울바다, 그리고 여행자의 길 II

2013. 2. 12. 겨울바다에 가는 것은 바로 나를 만나러 가는 것이다 고독을 만나러 가는 것이고 자유를 느끼기 위해 가는 것이다 동굴 속에 머물러 지내다가 푸른 하늘을 보러 가는 것이다 겨울 바다에 가는 것은 갈매기 따라 날고 싶기 때문이다 시린 바닷바람 가슴 가득히 마셔 나를 씻어내고 싶어 가는 것이다. 겨울바다에 가는 것은 / 양병우

- 그의 애송詩 2021.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