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15. 섬 1 - 편지 아우로부터 편지가 왔다. 고등 2년 때 가출한 그를 찾으러 갈꽃 피는 여수 남쪽 섬을 간 적이 있었다. 흙바람 가득한 섬은 아우의 행방보다 더 나를 사로잡았고, 지금도 그를 보면 흙바람같다. 아우는 밤에 홀로 사고한다고 썼다, 그리고 편지 끝에 원서비용으로 6만원이 필요하다고 부기했다. 나는, 시골 관청의 8급 주사보이고 점심은 사무실에서 시켜먹고 화투를 쳤고 가끔 여자들이 도시에서 찾아왔다, 밤에는 그러나 혼자 잠들고팠다. 안개는 무시로 깔려와 기관지를 자주자주 다치더니 나는 몇칠의 병가를 내고 버스를 탔다. 아우는 지방대학의 철학과와 신축도서관에 묻혀지냈다. 그의 흙바람내 나는 서랍을 뒤져보았다. 스스로 고독한 짜르라 칭한 아우의 비망록 악필이었던 글씨는 여전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