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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 그리고 여행자의 길 I

2013. 2. 11. 여행자의 길 최상호 긴 바다쪽 절벽을 따라가다가 울산 지나서 예쁜 수로부인 유람길쯤으로 거슬러 오르다가 동해 일주도로를 면해 누운 어느 해안선 어둠에 묻힌 정자의 품속에다 여장을 풀었다 수수께끼의 얼굴 감춰진 채 살 냄새 그윽하던 해맞이 여관 가슴께로 빠알간 젖무덤이 솟아오르는 아침 파도의 하얀 이빨이 맞대인 언덕에서 과메기를 샀다 사랑하라 사랑하라 살아 있을 동안 뼈가 마르도록 서로 그리워하여라 바닷바람을 쐰 물고기가 비릿한 냄새를 풍기며 외쳤다 수평선을 향해 갈매기 몇 마리가 힘찬 비상을 하였다 윗 詩의 여행지는 시인의 고향인 경주 감포 바다에서 부터 시작된듯 하다. 감포 바다에서 포항 호미곶으로, 울산을 지나 간절곶 바다까지 해안선을 따라간 여정인듯 하다. 나도 이 해안선을 ..

- 그의 애송詩 2021.10.11

아메바 사랑 - 이덕규

아메바 사랑 이덕규 내가 남자도 여자도 아니었을 때 사랑이 무엇인지 몰랐을 때 오직 내 안의 그 누군가를 향한 어떤 막막한 그리움의 몸부림 끝에 바위가 갈라지듯 내 몸은 둘로 나뉘었다 수수 억 년 내가 나를 사랑한 나머지 이별부터 배워버린 절반의 사랑, 절반의 몸을 나누어 가진 네가 그리워서 자꾸 자라는 몸을 나는 또 수없이 나누었고 내 몸에서 떠난 너는 또 그만큼씩만 누군가 그리워서 몸을 나누었다 마침내 모든 헤어짐 뒤에 찾아온 다단계 그리움이 온 누리에 사무쳐 모두들 신열에 들뜬 정수리를 바위에 찧으며 울 때, 목숨을 나누기에 좋은 시절이라고 아프게 마음을 나눈 몇몇 알몸의 그리움들이 비릿한 물 속에서 걸어 나왔다 그 때, 이미 나는 남자였고 너는 여자였고……, 우리는 다시 끝없이 사랑을 나누고 또 ..

- 그의 애송詩 2021.10.11

겨울, 내 몸엔 천개의 눈이 있다 - 정찬일

2013. 2. 4. 겨울, 내 몸엔 천개의 눈이 있다 정찬일 이 도시 속에서 아직은 기다리마, 내게는 天開의 눈이 있다 투명한 눈꽃 속에 숨죽이고 있는 겨울나무를 들여다보며 당초 내 몸에 천개의 눈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마 산란한 빛을 풀어놓는 겨울햇빛, 그 속에서 길을 잃어도 꿈속으로 들어가 되돌아 나오는 길을 잃어도 담뱃재 흩날리는 잿빛 도시 속의 나에겐 천개의 눈이 있으니 아직 봄의 채비를 서둘지 않으마 한겨울, 맞바람 속에서 살랑대는 저 많은 후박나무 이파리들을 바라볼 때 발자국 하나 없는 사구 위를 홀로 걸어갈 때 다 자라지 않은 내 팔 위로 저녁새들이 날아들어 여린 팔이 활처럼 휘어질 때 내게 천개의 눈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러니 아직 절정의 생명을 서둘지 않으마 내 몸에 달린 천..

- 그의 애송詩 2021.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