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24. 빈숲 류근 가을엔 그 숲에 가지 못했다 낮은 십자가와 여자들만 사는 집, 그리고 몇 그루의 꽃나무들이 일으키는 삼각의 숲 내가 자주 생각에 잠겨 있던 숲은 봄과 이른여름의 것이었다 마침 한 여자와 결별했으므로 그 이후의 계절이 거기 다녀갔는지 알 수 없다 멈춰 있는 것은 조금 아프거나 편안한 기억들 뿐 구름조차 세상에 온 것들은 잠자코 멈춰 있지 못한다 그 숲의 가을에 가지 못했다 멈춰지지 않는 상처로만 명멸을 거듭하는 숲, 봄과 이른 여름에만 존재해서 더 이상 결별이 이룩되지 않는 숲, 그리고 이제는 불타는 여자가 오지 않는 숲 경기도 화성시 남양동 성모 순례지는 병인년(1866년) 대박해 때 많은 순교자들이 피 흘리며 죽어간 무명 순교지이다 남양 순교지(聖母聖地)는 다른 순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