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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2013. 11. 18. 가을 한용국 - 부재시편 6 그때 장엄하던 구름의 행렬이 창밖이었던가 어디서든 술과 과일은 끝없이 배달되었고 성욕은 알맞은 거리에서 자동 삭제되었으니 자주 불어터지던 사발면 위로 곰팡이보다 먼저 복사꽃 피어오르던 수천번의 엔터로도 열리지 않았을 우리들의 신전 저마다 슬픔의 칼을 들고 서로의 발바닥에 그림자 문양을 새기며 무엇이든 숭배하였고 그만큼의 힘으로 무엇이든 저주하였으므로 금단의 열매를 천정 높은 곳에 달아두고 누워서 빈둥거리며 뒹굴거렸던 등짝을 휘갈기며 찬란하게 웃어제꼇던 그때, 아무도 멸종을 두려워 하지않았던 가을이었다. 가을 편지 정숙진 가을이 아직 다 가지 않았는데 낙엽 따라 날아온 송년 소식이 초대장에 담겨 내 곁에 앉아 있네 가을인가 했더니 어느새 겨울로 가려는 ..

- 그의 애송詩 2021.10.12

천년 은행나무의 말씀 - 김영선

천년 은행나무의 말씀 김영선 무겁고 화급할 때 그 부처님 찾아가면 그저 놓으라고만 하시더니 천태산 영국사 부처님도 하냥 같은 말씀이시라 본전도 못한 어설픈 장사꾼처럼 터덕터덕 내려오다 마주한 천년 은행나무, 멀거니 한참을 올려다보고 섰는 나에게 눈주름살 같은 가지 가만가만 흔들어 하시는 말씀, 견뎌라, 사랑도 견디고 이별도 견디고 외로움도 견디고 오금에 바람 드는 참혹한 계절도 견뎌라 밑 드러난 쌀통처럼 무거운 가난도 견뎌라 죽어도 용서 못할 어금니 서린 배신과 구멍 뚫린 양말처럼 허전한 불신도 견디고 구린내 피우고도 우뭉 떨었던 생각할수록 화끈거리는 양심도 견뎌라 어깨너머로 글 깨우친 종놈의 뜨거운 가슴 같은 분노도 꾹 누르고 싸리나무 같은 가슴에 서럽게 묻혔던 가을 배꽃처럼 피어나는 꿈도 견뎌라 들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