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애송詩

밤, 부두 - 이상원

Chris Yoon 2021. 10. 12. 06:20

2013. 8. 31.

 

 

밤, 부두             이상원



배들이 돌아왔다.

쭈글해진 주름살을 들어낸 채

술집 간판 몇 개가 덜그럭대는 부두,

절어있는 街燈은 긴 그림자를 하품처럼 달고 서서

돌아가 누울 아랫목이 그립다.

마파람이 큰 파도를 데리고

수평선에 마악 당도하는 시간,

목사리한 로프를 잘게 떨며

배들은 이마에 식은 땀이 배이고

질척이는 어둠이 비로 내려

주의보는 항로마다 자물쇠를 채운다.

이제 더는 항해를 기약할 수 없으리라

해풍에 질린 사내들은 빠짐없이

물의 집에 들어 한 생을 기탁하고

돌아누운 건물들의 잠처럼 모두가 울 안에 갇혀,

그 땅에 安住해 큰 바다는 서서히,

아주 잊혀져 가리라.

 

 

 

 

 

부두하면 페이소스[pathos]를 느끼는건 당연한지도 모른다

오래전부터 부두는 돈을 벌기위해 떠나가는 者와 남아있는 者가 이별을 하는 곳이었고

떠나간 者를 기다려야하는 숙명적 빈곤의 대명사같은 자리였다

결국 떠나간 者는 돌아오지 못하는 불귀의 객이 되었고 남은자는 굶주림과 슬픔으로 미쳐 바닷가를 떠돌다 죽어갔다

20년전 기억, 오리지널 대포항이 떠오른다. 그때는 작은 물치항, 商街가 아니라 사람냄새가 나는 골목이었다.
주인도 고달프고, 나그내도 외롭고. 그나마 소주 반병은 부자였고 고작 컵 쇠주가 마음의 약이었다.

때론 안주로 "내배도 사 주세요"라는 웃지못할 흥정도 있었다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고 남정네는 멀리 울릉도 오징어 남발이(원정조업)로 석달째 감감 무소식인데

먹고살 일이 막막했다. 이제는 오래된 흑백영화처럼 상영할 수 없는 과거속의 영상이다.

Chris Nicol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