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 혹은 슬프지 않은 비극 유하 폼페이 유적지를 거닐었다 식은 용암에 묻혀 있는 그대를 생각했다, 철 지난 해수욕장의 풍경처럼 한바탕 들끓던 욕망이 지나간 자리 로마産 아가씨, 안토넬라의 노란 우산이 그 옛날 화신극장 쇼걸의 팬티처럼 아름다웠다 눈 파란 집정관의 딸을 그리며 들개처럼 질주하던 내 마음의 종로2가는 폐허였다 비극 시인의 집(j.Ⅷ n. 5)이 보였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비극을 구상하다 불덩이를 맞이했으리라 열일곱 시절, 그때 난 화신극장에 앉아 두 손으로 폭발하는 베수비오 화산의 용암을 만졌다 난 향락을 원했다 퇴폐를 원했다 화신극장은 나의 폼페이였다 비극 시인의 집이었다 식은 용암 속의 그대, 고통의 화석이여 무너진 화신극장의 돌기둥 앞에서 담담하게 인정한다 나는 이제 폐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