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ahara 사막 31

사막에서의 Bromance

사막의 Bromance Bromance라는 단어가 있다. 형제(brother)와 로맨스(romance)가 결합된 조어로 남자들 사이의 진한 유대와 우정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른바 ‘남-남 케미’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단순한 ‘남-남 케미’만이 아니라 브로맨스는 남자들 사이의 진한 우정을 넘어서 살짝 야릇한 분위기가 있다. 인간과 인간이 만나 두사람만의 공간에서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그를 좋아한다는 것, 그것은 특별한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우정이 강도가 깊어지다보면 생길 수 있다. 나는 그 심리적인 Bromance현상을 피력[披瀝]하려 한다. 나는 스페인 여행을 할때, Tarifa(타리파)항에서 모로코로 들어가기 위해 탕헤르로 가는 FERRY선상에서 만났던 청년의 이야기를 해야한다. 지브롤터 해협(..

- Sahara 사막 2021.12.13

Sahara에서의 하룻밤

Historia De Un Amor 나, 그,... 우리 모두 다, 행복하기를 새해가 시작된지도 이미 두 달이 지나갔다. 해가 바뀌고 두 달이 지나갔고 3월이 되었음에도 나는 아직 긴 동면에서 깨어나지 못하듯 움추리고 폐쇄적인 내성향적 성격을 띄고 지난해 여행지에서 만났던 친구들을 떠올리며 긴 하루를 보낸다. 그렇다. 젊은시절의 여행의 기억은 세계의 명승지를 찾아다니며 그 장소에 내 열정과 사고(思考)를 넣어 사진촬영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젠 나이가 들며 그렇지않다. 아니, 그럴 수가 없다. 여행지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며 그와 어떻게 어울렸다가 헤어졌느냐가 관건이다. 예술보다 인간이 우선이고 인간이 예술로 자리잡고있다. 탕헤르로 가는 선상에서 바닷물빛처럼 푸른 눈동자를 지닌 ..

- Sahara 사막 2021.12.13

낙타가 울고 있다 - 이 섬

낙타가 울고 있다 이 섬 낙타가 우는 것을 보았다 큰 눈망울 가득 눈물이 글썽이는 걸 보았다 이집트에 있는 시내산 오르는 길 붉은 바위로 뒤덮인 가파른 오르막길을 낙타 등에 앉아 산을 올랐다 급경사의 산길을 오르며 가늘게 떨리는 낙타의 다리를 보면서 미안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조금이라도 무게를 줄여 보겠다고 오르는 방향에다 기우뚱대며 몸을 얹어보지만 소용이 없다 낙타는 습관처럼 지그재그로 이어진 돌길을 타박타박 올라가는데 휘청거리며 떨리는 다리가 슬프고 덕지덕지 군살이 덮인 무릎도 안쓰럽고 이 세상 아픔 없이 살아간다는 것이 눈물 없이 살아간다는 것이 약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인지 시내산에서 보았던 낙타의 눈에 그렁그렁 맺혀있던 눈물이 마음속에 있는 명치끝을 자극한다 지금도 어디선가 낙..

- Sahara 사막 2021.12.13

낙타의 생 - 류시화

낙타의 생 류시화 사막에 길게 드리워진 내 그림자 등에 난 혹을 보고 나서야 내가 낙타라는걸 알았다 눈썹밑에 서걱이는 모래을 보고서야 사막을 건너고 있음을 알았다 옹이처럼 변한 무릎을 만져 보고서야 무릎기도 드릴 일 많았음을 알았다 많은날을 밤에도 눕지 못했음을 알았다 자꾸 넘어지는 다리를 보고서야 세상의벼랑중에 마음의 벼랑이 가장 아득하다는 것을 알았다 혹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음을 보고서야 무거운 생을 등에지고 흔들리며 흔들리며 사막을 건너 왔음을 알았다

- Sahara 사막 2021.12.13

사막에서 - 윤필립

불볕 속에 숨이 막힌다 모래바람 속에서 방향을 잃었다 필요한 것이 너무 많은 곳에서 필요한 것이 아무것도 생각나질 않는다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죽어간 사람들을 기억하며 목이 마르다 사막을 끝까지 가면 물병 하나 들고 당신이 계시리라는 확신 어쩌다 마주치는 사막의 풀처럼 흔적이라도 드물게 남기며 나도 뜨겁게 살아야겠다 사막에서 - 윤필립

- Sahara 사막 2021.12.13

낙타 - 신경림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 같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 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채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는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 신경림 / 낙타 -

- Sahara 사막 2021.12.13

낙타와 낙타풀

세상은 척박한 사막. 오늘도 낙타가 되어 터벅터벅 불면의 모래언덕을 넘는다. 얼마나 걸어야 이 목마른 사막은 끝이 날까. 이 시간 깨어 있는 그대 머리맡으로 엽서를 띄운다 묵묵히 사막을 걸어가는 낙타가 등에 혹처럼 솟아 있는 육봉 속의 물과 지방을 모두 소진한 다음엔 무엇으로 갈증을 해소하고 황량한 사막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궁금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우연히 그 궁금증을 어느 시인에게서 들었는데 낙타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씹는 풀이 있는데 그 풀의 이름이 낙타초라고 한다 사막에서 자라는 낙타초는 수분이 말라버려 줄기가 날카로운 가시로 변한 풀로서 그 가시 끝에는 신경을 마비시키는 성분이 들어 있다고 한다. 낙타는 줄기가 변한 그 가시로 스스로 자신의 혀와 입과 목을 찌른 후 자신의 몸에서..

- Sahara 사막 2021.12.13

낙타일기 - 하두자

낙타일기 하두자 네 귀는 타클라마칸의 바람 소리를 언제나 듣고 있다 눈썹과 눈썹사이에 걸려 있는 네 노역이 아득히 펼쳐 있는 모래사막 월하천을 끼고 방울을 울리면서 명사산 모래 능선에 서 있어도 네 눈엔 역사의 슬픈 발자국이 남긴 너울 펼럭이는 푸른강을 잊지 못하지 바다에 이르지 못하고 묻혀 버린 강의 숨결이 보고도 싶지 풀피리 소리도 들리지 않은 평원은 사막을 몰고 가는 사구가 되어 지평선 멀리 하얀 달무리 지나가는 길이 되었다 가파른 먼 길 걸어 오느라 닳아버린 네 개의 통굽 발톱들 네 등짐을 풀고 쉴 수 있는 오아시스는 어디쯤 있을까 네 형상의 끄트막이 지문처럼 얹혀 있는 쇠잔한 너의 등부리에 내가 짊어지고 가야하는 시간의 행로도 함께 얹혀 있다 Karunesh - Colors of the East..

- Sahara 사막 2021.12.13

사막에서 10 - 김소엽

사막에서 10 김소엽 사막에 와서 나는 별이 그렇게 많이 하늘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걸 알았다 사막에 와서 나는 별이 그렇게 크게 하늘나라에서 빛나고 있음을 알았다 사막에 와서 나는 하나님이 지금도 살아 계셔서 이 세상을 내려다보고 계심을 알았다 사막에 와서 나는 처음으로 진정한 외로움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사막에 와서 나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해야 될 이유를 발견하게 되었다 사막에 와서 나는 이 땅에서 사는 피조물인 내가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 감히 안아달라고 청했다

- Sahara 사막 2021.12.13

사막 - 임영조

사막 3 / 임영조 낙타가 가는 길은 늘 사막이었다 삶이란 대개 마른 모래벌판에 터벅터벅 발자국을 찍는 일 뛰어봤자 세상은 또 사막이었다 간혹 가다 얻는 한 무더기 가시풀 그 억세고 질긴 요행을 오래 씹었다 입안에 피가 터져 흥건하도록 반추하는 노역의 쓰라린 세월처럼 맨밥은 참 팍팍하고 지금거렸다 등짐이 무거워도 고개를 들고 평생을 앞만 보고 걸었다, 더러는 무릎이 까지도록 설설 기면서 비단길이 어디냐고 물으면 사막의 하루는 일교차가 심했다 모래바람 뿌옇게 미친 날이면 속눈썹 긴 눈을 자주 끔벅거렸다 수상한 풍문만 천지에 분분할 뿐 온다던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길 없는 길을 가는 낙타는 등에 진 제 육봉이 무덤이 된다 가도가도 끝 모를 길은 사막길 그 길만이 道라고 굳게 믿는 낙타는 제 무덤을 지고 다..

- Sahara 사막 2021.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