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이야기 258

오래된 흑백사진 I - 가을날

50년전, 우리는 100년을 1세기라고 하니까 50년이면 반세기전이다. 나는 그때 스물일곱인가, 여덟인가?... 서울역앞 교통센터에 위치한 굴지의 무역회사의 신입사원으로 비서실, 홍보과, 기획조정실... 을 운좋게 거치게 되면서 뭐가뭔지도 모르고 회사생활에 적응해나가고 있었다. 어느 일요일, 경기도의 장승마을이라는 교외로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 그때만해도 버스에서 내려 무턱대고 걸으면서 사물을 관찰하던 조용한 청년이었다. 마을입구에 장승들이 즐비하여 장승마을이라 부르고, 초가지붕을 가을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바꿔덮어주고, 농민들이 알뜰하게 농사를 짓던 시절이었다면 누가 믿을까?.. 불과 50년전에 흑백사진을 촬영하며 이 사진들이 오늘날 귀중한 자료가 될줄은 몰랐었다. 가만히 흑백화면을 들여다본다. 멍석과 ..

- 그의 이야기 2022.11.08

만손초(萬孫草) 이야기

저 위의 '만손초 (萬孫草)'라는 식물이 어떻게 인연이되어 나에게 왔는지 나는 분명히 기억한다. 벌써 4년전의 일이다. 나는 그때 잠실의 위치좋고, 터 넓고, 환경좋고, 사람들이 좋은 곳에서 살다가 층수를 더 올려 돈을 벌어보겠다는 욕심많은 사람들에 몰려 부득불 이사를 하게 되었다. 아파트 재건축이라는게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싸움도 많고, 그러다가 결국엔 손을들고 이주금을 받아 6년 조금 더 넘게 어디로 가서 피난살이를 하다와야 하는 것인데... 오래되고 연세가 지긋한 분들은 단촐하게 작은 곳으로 가서 몇년있다가 오려고 소파니, 가구니, 부엌살림까지 모두 내버리고 간편하게 전자제품 몇개만 가지고 살던 곳을 훌훌 떠나버린다. 나는 살던 곳에 미련이 남아서 동네를 아침마다 걷다가, 사라질 것들을 사진을 ..

- 그의 이야기 2022.10.29

늑대 이야기

늑대는 평생 한 마리의 암컷만을 사랑한다. 그러다 암컷이 먼저 죽으면 가장 높은 곳에서 울어 대며 슬픔을 토한다. 늑대는 자신의 암컷을 위해 목숨까지 바쳐 싸우는 유일한 포유류다. 늑대는 자신의 새끼를 위해 목숨까지 바쳐 싸운다. 늑대는 암컷이 죽으면 어린 새끼를 홀로 돌보다가 새끼가 성장하면 암컷이 죽었던 곳에 가서 자신도 굶어 죽는다. 늑대는 사냥을 하면 암컷과 새끼에게 먼저 먹도록 양보하고 자신은 주위를 살피며 경계를 늦추지않고 망을 보다가 온 가족이 다 먹고난 후에야 먹는다. 늑대는 제일 약한 상대가 아닌 제일 강한 상대를 선택해 사냥한다. 늑대는 독립한 후에도 종종 부모를 찾아와 인사한다. 늑대는 인간이 먼저 그들을 괴롭히지 않는 한 인간을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 함부로 !!! 남자를 보고 늑대..

- 그의 이야기 2022.10.19

Art

가을이다. 1960년대말의 가을이 생각난다 대한민국 미술전람회(國展)은 1949년 정부 주관으로 창설된 이래 30회를 거듭하면서 많은 작가를 배출(輩出)하고 미술 인구의 저변 확대에 기여하는 등 우리나라의 근대 및 현대 미술의 정립과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러니까 내가 태어난 다음해에 생긴 국전은 내가 어린시절 미술에 소질과 뜻을 두고 공부를 계속 못해서 안달을 하다가 정식으로 서울예고와 홍익대학을 다니면서 28회 국전의 신인작가로 등록을 한 곳이다. 시대적 동요에 부응하고자 「대한민국 미술 전람회」의 명칭을 「대한민국 미술대전」으로 바꾸는 등 제도적인 개혁을 하여 '82년부터 시행되었다. 과거의 국전은 신진 작가의 발굴을 위한 신인 공모전과 추천(推薦)·초대(招待)작가 등을 혼합 실시했으..

- 그의 이야기 2022.10.14

잠실 Story

너의 열일곱 살이 존재하는 곳은 어디지? 볼쇼이 카레트니 거리지. 너의 열일곱 불행이 존재하는 곳은 어디지? 볼쇼이 카레트니 거리지. 너의 검은 연발총이 숨겨진 곳은? 볼쇼이 카레트니 거리지. 그럼 네가 사라진 곳은? 볼쇼이 카레트니 거리지. 친구여, 넌 이 거리를 기억하겠니? 아니지, 넌 볼쇼이 카레트니를 영원히 잊지 못할 거야. 볼쇼이 카레트니라는 이름 한 번 들어본 적 없던 사람이 그의 인생의 절반을 잃어버린 곳이니 말이야. 그거야 두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지. 너의 열일곱 살이 존재하는 곳은 어디지? 볼쇼이 카레트니 거리지. 너의 열일곱 불행이 존재하는 곳은 어디지? 볼쇼이 카레트니 거리지. 너의 검은 연발총이 숨겨진 곳은? 볼쇼이 카레트니 거리지. 그럼 네가 사라진 곳은? 볼쇼이 카레트니 거리지...

- 그의 이야기 2022.09.24

재개발구역 - 강신애​

재개발구역 강신애 ​ ​ 잔해가 된 동(棟)과 동 사이 밀려다닌다 ​ 착암기 소리에 등뼈가 수척해져서 ​ 바닐라 빛 태양 아래 허물어진 것들 다시 허무는 바람 ​ 시멘트 가루와 해진 비닐이 고양이 터럭처럼 흩날리는데 굴삭기들이 쉬고 있는 무인도 ​ 이건 꿈일까? ​ 깨진 유리문 타넘어 펄쩍 뛰어 눌러보지만 그 번호가 있던 자리에 엘리베이터가 없다 ​ 우린 영역을 섬기는 짐승 ​ 쉽게 거처를 옮기는 구름처럼 가벼운 당신의 딱딱한 먹이가 없다 물을 붓고 혼잣말을 적시는 그림자가 없다 ​ 하양 검정 점박이의 눅눅함과 정연한 수염의 끈기를 꽃씨와 새들이 희롱하고 ​ 밤이면 대단지 아파트 그 많은 유리창 불빛 기억하는 눈알들 ​ 자꾸만 눈을 비빈다 ​ 빈 그릇과 부서진 난간에서 읊조린 꿈 샅샅이 핥으며 ​ 가림막..

- 그의 이야기 2022.08.30

개양귀비(Coquelicot)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마약 성분을 가진 양귀비(Papaver somniferum)는 한 두 송이 관상용으로 심어 기르는 것도 불법인지라 마약 성분이 없어 원예용으로 화단이나 길가에 심어 즐기는 '개양귀비'가 눈에 뜨이니 이야기하려한다. 양귀비(아편꽃, 앵속)의 익지 않은 열매에 상처를 내어 받은 유즙이 '아편'이다. 어린 시절, 한국전쟁 이후 세대라서 크고작은 전염병에 시달리며 유년시절을 보냈었다. 여섯살쯤 되었을까? 이질에 걸려서 얼굴은 백짓장같이 하얗고 비비꼬이도록 말라가지고 항상 배가 아파서 시름시름 앓던적이 있었다. 그때 동네에 더덕을 엮어서 팔러왔던 중늙은이가 나를 보고 이야기했었다. - 애기가 어디가 아픈모양이군요. 얼굴빛이 창백하고 속이 안좋은 모양입니다. - 예, 제 손자인데 이..

- 그의 이야기 2022.08.25

서울 강남의 물난리속, 한 장의 사진

좌 / 물에 잠긴 코엑스(COEX) 중 / 물에 잠긴 강남 은마아파트 우/ 물이 빠진후의 강남거리 어제부터 폭우가 계속 내린다. 장마가 거의 끝났다고 생각하던 8월8일, 어제 서울은 시간당 100mm이상의 폭우를 동반한 비가 쏟아져 기록적인 강수량을 보였다. 서울 남부지역 기준으로 시간당 100mm 이상의 비가 쏟아졌으며, 이는 1940년대에 기록된 118.6mm를 넘어 선 수치라고 한다. 낮부터 시작된 비는 점차 거세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폭우로 기록되었는데 오후6시가 넘어 갈 무렵부터 폭우가 시작되면서 서울 전역에 비상경보가 울렸다. 또, 비교적 저지대 지역인 서울 강남과 서초지역에 큰 침수 피해가 발생하며 직장인들의 퇴근길이 물바다가 되었다. 상 / 강남 퇴근길의 물바다 중 / 반포자이아파트 지하에..

- 그의 이야기 2022.08.09

포루투갈 호카곶 (Cabo da Roca)과 제주 월령리 마을의 선인장군락지

호카곶 Cabo da Roca 포르투갈 신트라에 있는 유라시아 대륙 최서단의 곶. 그곳에는 등대가 있다. 호카곶의 십자가 탑에는 유럽의 땅끝임을 알리는 포루투갈의 시인 카몽이스의 詩 구절이 쓰여 있다. AQUI ONDE A TERRA SE ACABA E O MAR COMECA “여기... 육지가 끝나는 곳이고, 그리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이다.” 신트라에서 403번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리다보면 어느 마을의 좁은 도로를 달리다가 점차 높은 지대로 올라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창밖 저멀리 탁 트인 푸른 전경이 펼쳐지는데 이곳이 바로 그 옛날 사람들이 세상의 끝이라고 생각했던 그 호카곶(Cabo da Roca)이다. "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 포르투칼, 카보다로카 기념탑에 새겨 진 문구이다. 유럽..

- 그의 이야기 2022.06.10

Saguaro(사와로)선인장

- 너의 고향은 어디지? - 멀리, 아주 멀리 아리조나 사막이 나의 고향이지 모래위의 선인장들은 그리움에 목이 마른듯 서있다 그들은 유랑의 무리처럼 모두 팔을 벌리고 태양을 향해있다 그들의 노스탈쟈는 오래된 고질병인듯 침묵하고 있다. 광교의 오후, 나는 그들의 우울한 합창을 듣는다 선인장은 종류가 많다.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새로운 종류가 자꾸나온다 작은 것부터 큰 종류까지 무궁무진하다 그중 내가 좋아하는 선인장은 Saguaro이다-(사와로 라고 읽읍니다) 왠지 사람을 닮은것같고 사막에서 온갖 역경을 다겪고 살아남은 남성같은 느낌이든다 Saguaro는 미국의 애리조나(캘리포니아 바로 밑에 위치함)주의 대표적인 꽃이다 미국 애리조나 주 남부의 소노란 사막과 멕시코 북부에서만 볼 수 있다. 이 선인장 이 사는..

- 그의 이야기 2022.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