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이야기

만손초(萬孫草) 이야기

Chris Yoon 2022. 10. 29. 02:20

 

저 위의 '만손초 (萬孫草)'라는 식물이 어떻게 인연이되어 나에게 왔는지 나는 분명히 기억한다.

벌써 4년전의 일이다.

나는 그때 잠실의 위치좋고, 터 넓고, 환경좋고, 사람들이 좋은 곳에서 살다가 층수를 더 올려 돈을 벌어보겠다는 욕심많은 사람들에 몰려 부득불 이사를 하게 되었다.

아파트 재건축이라는게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싸움도 많고, 그러다가 결국엔 손을들고 이주금을 받아 6년 조금 더 넘게 어디로 가서 피난살이를 하다와야 하는 것인데...

오래되고 연세가 지긋한 분들은 단촐하게 작은 곳으로 가서 몇년있다가 오려고 소파니, 가구니, 부엌살림까지 모두 내버리고 간편하게 전자제품 몇개만 가지고 살던 곳을 훌훌 떠나버린다.

나는 살던 곳에 미련이 남아서 동네를 아침마다 걷다가, 사라질 것들을 사진을 찍다가... 그렇게 버티다가 결국은 막바지에 떠나기로 했다.

그런데 이사를 가려고 하다 정원을 둘러보니 누군가 버리고간 화분들이 딩굴었다.

나는 화초들이 아까워서 이삿짐 정리를 해준다고 온 후배가 돌아가는 편에 실어보냈다.

그리고 훗날 그 후배집에 가보니 그 화초는 조금 더 자라있었다.

그런데 잎 가장자리에 아주 작은 새끼들이 매달렸다가 떨어져 또다시 하나의 독립체로 성장을 하는게 아닌가!

'만손초 (萬孫草)'라는 이름도 알게 되었다.

 

그 후, 그 후배도 이사를 가게 됐다면서 어지간한 살림들은 모두 내놓았다.

물론 그 속에 '만손초 (萬孫草)'가 들어가 있는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안쓰러운 마음에 '만손초 (萬孫草)'  한 그루를 뽑아들고 집으로 돌아와 빈 화분에 심었다.

그 해 여름,  '만손초 (萬孫草)'는 몰라보게 자라 수많은 자손을 번식시키고 베란다 가득하도록 실한 잎을 자랑했다.

겨울이 왔다. 나는 항암치료를 받느라 내몸 하나 간수를 못해 그냥 베란다의 화분들을 비닐로 덮어주었다.

이듬해 봄, 화초들은 거의 얼어죽어 있었다.

그중 하나 남았던 '만손초 (萬孫草)'가 봄부터 가을까지 잘 자라주었다. 바로 윗 사진들이다.

저렇게 잎 가장자리에 클론을 매달았다가 떨어뜨려 번식을 시킨것들이다.

올해는 작년에 얼려죽인 '만손초 (萬孫草)'가 미안하여 일찍 실내로 들여놓았다.

내년에는 우환도 물러가고 행복이 찾아올거라고 기대하면서.

 

- Chris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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