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전, 우리는 100년을 1세기라고 하니까 50년이면 반세기전이다.
나는 그때 스물일곱인가, 여덟인가?... 서울역앞 교통센터에 위치한 굴지의 무역회사의 신입사원으로 비서실, 홍보과, 기획조정실... 을 운좋게 거치게 되면서 뭐가뭔지도 모르고 회사생활에 적응해나가고 있었다.
어느 일요일, 경기도의 장승마을이라는 교외로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
그때만해도 버스에서 내려 무턱대고 걸으면서 사물을 관찰하던 조용한 청년이었다.
마을입구에 장승들이 즐비하여 장승마을이라 부르고, 초가지붕을 가을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바꿔덮어주고, 농민들이 알뜰하게 농사를 짓던 시절이었다면 누가 믿을까?..
불과 50년전에 흑백사진을 촬영하며 이 사진들이 오늘날 귀중한 자료가 될줄은 몰랐었다.
가만히 흑백화면을 들여다본다.
멍석과 삼태기, 싸리비... 이름도 생소한 농기구들이 있고 들깻단이 벽에 기대여 마르고있다.
할머니가 체로 까불러 곡식낱알을 골라내는데 콩인듯싶다.
콩깍지가 앞에 수북하게 쌓이고 할머니의 삶이 고단하게 보이지않고 그저 인자해 보이는 표정이 우리들의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흰머리에 비녀를 꽂고 집에서 입는 일상복이 치마, 저고리였는듯...
나는 앞으로 몇일간에 걸쳐 그때, 내눈에 비쳤던 아름다운 풍광. 그것들을 찍으며 다녔던 고독감, 그리고 주변에 아무도 없이 혼자 시간이 날때마다 정리했던 흑백사진을 공개하려한다.
자칫 여기저기 옮겨다닐적마다 휴지통으로 들어갔으면 생명이 다했을 사진들이다.
- Chris Yoon
'- 그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禪의 선물 (0) | 2022.11.11 |
---|---|
오래된 흑백사진 II - Love (0) | 2022.11.10 |
만손초(萬孫草) 이야기 (0) | 2022.10.29 |
늑대 이야기 (2) | 2022.10.19 |
Art (0) | 2022.1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