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이야기

禪의 선물

Chris Yoon 2022. 11. 11. 06:57

 


지난 가을이 깊어가던 날,

시름시름 앓으며 하늘을 바라보던 때,

장성 백양사 근처에 사는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

- 선생님, 감 좋아하세요?

그렇게 시작됐던 일이 생각지도 않았던 감을 두 박스나 받게 되었다

 

감은 몇 일 안있어 색도 곱게 익어가면서 홍시로 변했다

나는 그 감을 보내준 지인을 떠올리면서 차례차례 익어가는 순서대로 냉장고에 넣고

한 알, 한 알... 먹기 시작했다.

이른 새벽에 먼 동이 트기전에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면서,

밤이 늦도록 서재에 앉아 책을 읽으며 먹는 감의 맛은 나에게 특별했다

 

한 마리의 작은새가 추운 겨울을 보내며 생명을 이어가는 식량처럼

나는 긴 겨울을 감으로 연명을 했다

내가 이토록 감을 좋아했던가?...

추운 겨울날, 붉게 익어가며 남아있는 홍시알이 이토록 내 체질에 잘 받았던가?...

모를 일이다. 새벽에 일어나기전, 온 몸에 퍼지는 감의 효력은 가히 신통하리만치

나의 에너지원이 되어 나를 건강하게 만들었다

의사가 신기해 할 정도로.

내 스스로 체크하는 건강의 잣대를 제일먼저 가늠하면서 그저 신기해할 따름이었다.

 


- 선생님, 감 다 드셨어요?

몇 일전, 감을 보내준 지인으로 부터 안부 전화를 받았다

- 네, 잘 먹고 있습니다. 거의 다 먹어갑니다

- 더 보내 드릴까요?

그리고 오늘 다시 감을 세 박스나 택배로 받았다

나는 택배로 받은 감을 한 알, 한 알 정리하며 간수하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 전생에서 분명 남을 도운 일이 없을텐데

어쩌자고 이승에서 이토록 과분한 선물을 받았을까?...

모를 일이다.

전생에 그분과 무슨 인연을 쌓았길래 이렇게 이승에서 알게되어 신세를 짓고있는지...

그리고 얼굴 하나 안 붉히고 번죽좋게도 받아드리는지...

 

 

- 지난날의 일기 중에서

- Chris Nicolas

 

 

 

 

2022. 11. 7.

 

 

몇일전 문자를 받았다.

[ 오늘 보내드리는 감은 양** 교육장님이 보내드리는 무농약 재배된 감으로 겉이 매끄럽지 못한것도 있습니다.

맛있게 드시고 건강하세요. 내일 도착할겁니다.]

그리고 대봉 두박스를 택배로 받았다.

 

나는 어떻게 올겨울 이 감들을 보관할까 궁리하다가 두꺼운 종이 박스를 3단으로 만들어 두줄씩 칸칸이 진열하였다.

그리고 D.V.D.방에 보관하였다.

 

 

 

감사의 인사로 전교육장님께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드렸다.

- 역시 선생님 다우세요. 무척 정갈해보입니다.

저도 이미 노인 반열에 들어서 일부러 감을 먹어본답니다.

 

노인...? 우리가 어쩌다 노인 대열에 들어섰나? 나는 답을 보냈다.

- 네, 기존의 노인같지않은 또 다른 노인의 모습을 창출해내야겠죠.

잘 해낼겁니다. 우리는...

감을 볼수록 예쁘네요. 감사드려요.

작은 일에도 이렇게 행복에 빠져든다면 새로운 트랜드의 젊은 노인이 아닐런지요?

 

그렇다. 우리는 새로운 노인들이 되어야한다.

 

 

- Chris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