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이 깊어가던 날,
시름시름 앓으며 하늘을 바라보던 때,
장성 백양사 근처에 사는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
- 선생님, 감 좋아하세요?
그렇게 시작됐던 일이 생각지도 않았던 감을 두 박스나 받게 되었다
감은 몇 일 안있어 색도 곱게 익어가면서 홍시로 변했다
나는 그 감을 보내준 지인을 떠올리면서 차례차례 익어가는 순서대로 냉장고에 넣고
한 알, 한 알... 먹기 시작했다.
이른 새벽에 먼 동이 트기전에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면서,
밤이 늦도록 서재에 앉아 책을 읽으며 먹는 감의 맛은 나에게 특별했다
한 마리의 작은새가 추운 겨울을 보내며 생명을 이어가는 식량처럼
나는 긴 겨울을 감으로 연명을 했다
내가 이토록 감을 좋아했던가?...
추운 겨울날, 붉게 익어가며 남아있는 홍시알이 이토록 내 체질에 잘 받았던가?...
모를 일이다. 새벽에 일어나기전, 온 몸에 퍼지는 감의 효력은 가히 신통하리만치
나의 에너지원이 되어 나를 건강하게 만들었다
의사가 신기해 할 정도로.
내 스스로 체크하는 건강의 잣대를 제일먼저 가늠하면서 그저 신기해할 따름이었다.
- 선생님, 감 다 드셨어요?
몇 일전, 감을 보내준 지인으로 부터 안부 전화를 받았다
- 네, 잘 먹고 있습니다. 거의 다 먹어갑니다
- 더 보내 드릴까요?
그리고 오늘 다시 감을 세 박스나 택배로 받았다
나는 택배로 받은 감을 한 알, 한 알 정리하며 간수하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 전생에서 분명 남을 도운 일이 없을텐데
어쩌자고 이승에서 이토록 과분한 선물을 받았을까?...
모를 일이다.
전생에 그분과 무슨 인연을 쌓았길래 이렇게 이승에서 알게되어 신세를 짓고있는지...
그리고 얼굴 하나 안 붉히고 번죽좋게도 받아드리는지...
- 지난날의 일기 중에서
- Chris Nicolas
2022. 11. 7.
몇일전 문자를 받았다.
[ 오늘 보내드리는 감은 양** 교육장님이 보내드리는 무농약 재배된 감으로 겉이 매끄럽지 못한것도 있습니다.
맛있게 드시고 건강하세요. 내일 도착할겁니다.]
그리고 대봉 두박스를 택배로 받았다.
나는 어떻게 올겨울 이 감들을 보관할까 궁리하다가 두꺼운 종이 박스를 3단으로 만들어 두줄씩 칸칸이 진열하였다.
그리고 D.V.D.방에 보관하였다.
감사의 인사로 전교육장님께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드렸다.
- 역시 선생님 다우세요. 무척 정갈해보입니다.
저도 이미 노인 반열에 들어서 일부러 감을 먹어본답니다.
노인...? 우리가 어쩌다 노인 대열에 들어섰나? 나는 답을 보냈다.
- 네, 기존의 노인같지않은 또 다른 노인의 모습을 창출해내야겠죠.
잘 해낼겁니다. 우리는...
감을 볼수록 예쁘네요. 감사드려요.
작은 일에도 이렇게 행복에 빠져든다면 새로운 트랜드의 젊은 노인이 아닐런지요?
그렇다. 우리는 새로운 노인들이 되어야한다.
- Chris Yoon
'- 그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래된 흑백사진 IV - 저녁무렵 (0) | 2022.11.13 |
---|---|
오래된 흑백사진 III - 오후 (0) | 2022.11.12 |
오래된 흑백사진 II - Love (0) | 2022.11.10 |
오래된 흑백사진 I - 가을날 (0) | 2022.11.08 |
만손초(萬孫草) 이야기 (0) | 2022.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