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1960년대말의 가을이 생각난다
대한민국 미술전람회(國展)은 1949년 정부 주관으로 창설된 이래 30회를 거듭하면서 많은 작가를 배출(輩出)하고 미술 인구의 저변 확대에 기여하는 등 우리나라의 근대 및 현대 미술의 정립과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러니까 내가 태어난 다음해에 생긴 국전은 내가 어린시절 미술에 소질과 뜻을 두고 공부를 계속 못해서 안달을 하다가
정식으로 서울예고와 홍익대학을 다니면서 28회 국전의 신인작가로 등록을 한 곳이다.
시대적 동요에 부응하고자 「대한민국 미술 전람회」의 명칭을 「대한민국 미술대전」으로 바꾸는 등 제도적인 개혁을 하여 '82년부터 시행되었다.
과거의 국전은 신진 작가의 발굴을 위한 신인 공모전과 추천(推薦)·초대(招待)작가 등을 혼합 실시했으나 공부하는 학생은 출품을 할 수 없으며 대신 대학미술전이 생겼다.
해마다 30회를 거듭하며 경복궁에서 국전은 전시되었다.
나는 28회 국전을 끝내고 전시되었던 작품을 리어카를 불러 싣고 제동고개를 넘고 창경궁을 지나 명륜동을 거쳐 삼선교에서 성북동으로 들어와 내려놓고 그해 가을을 시름시름 앓듯 보냈다.
나는 이미 나이가 들고 미술작가를 중단한지 오래지만 그때의 기억과 영광을 가슴에 안고 살고있다.
그러나 이제와서 분명한건 예술이란 반드시 미술대학을 나와야만 하는것이 아니고 사람마다의 특성과 태어남이 다르듯 개인의 기질에 따라 살아가면서 표현하는 것이 모두 예술이라고 말하고싶다.
그러는 나는 적어도 중도에 직장을 가져 작가생활을 포기를 했지만 살아온 나날들이 전부 예술로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내가 처한 모든 문제의 깊은 생각이나 해결, 그냥 공백시간에 하던 생각과 손으로 만든 것들, 끄적인 글들이 모두 예술로 통하는 길이었다.
세상은 예술에 의해 변화된다.
이것이 권력자에게는 치술로, 생명을 다루는 자에게는 의술로,
야욕을 품은 자에게는 전술로,
속임수로 살아가는 자에게는 사술로,
성에 함몰된 자에게는 외설로,
낮에 취하고자 하는 자에게는 낮술로 변질되나
영원을 구하는 자에게는 예술작품으로 승화되어
영존하기 때문이다.
예술작품의 궁극은
이성이나 논리로 감상자를 설득하려는 것이 아니라
무뎌진 그들의 감성과 감각을 부활시키는데 있다.
나는 거의 한 세기를 향해 살아나가고 있지만 예술의 형태는 많이 바뀌었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대하면 작품을 만드는 재료와 소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그러나 당황할건 없다.
예술은 문명과 달리 발전해가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패션에 따라 옷을 갈아입고 변신하거나 변모되어갈 뿐이다.
달라진건 사람들이다.
미술을 가격과 작가의 명성으로 값을 결정한다.
이 세상은 이성이 무너진 사람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감성이 무너진 사람들에 의해 더욱 어두워진다.
가을이다.
인사동으로 나가 화랑순례를 하며 무너진 감성을 다시 쌓으며 정비해야겠다.
- Chris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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