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이야기 258

장마 I

장미가 지나가고 있다. 지루하고 긴 장마다. 구름이 낮게 떠서 이곳저곳을 떠돌다 집중호우를 뿌리고 남녁 바닷가엔 폭풍이 불며 강물이 넘쳐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장마는 내가 있는 곳까지 폭풍을 몰고왔다. 창앞에 서있는 키 큰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허리를 가누질못하고 이리저리 몸을 뒤채고 흔들어대며 울부짖는다. 비는 거세게 내려치며 유리창을 흔들며 지나가고 있다. 어디서 날아왔을까? 나무 그늘에서 태평성대를 누리던 매미 한 마리가 비바람에 쫓겨 날아와 방충망에 붙어 바짝 몸을 숨기고 비를 피하고있다. 비바람 치고 천둥이 몰려 다니는 날은 나도 무섭다. 혹시 내가 사는 높은 건물이 바람에 맞서다가 무너지는 것은 아닐까? 번개가 내 방까지 순식간에 들어와 나를 감전 시키는건 아닐까? 유리문을 모두 닫고 음악을 ..

- 그의 이야기 2021.10.31

양평에서 I

푸른하늘에 날개모양의 구름이 흘러가는 날, 우리는 양평의 산아래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날개는 계속 펄럭이고 있었다 그렇다. 당신들의 날개도 펄럭이기를... 붉은 포도주를 마시며 이야기는 무르익는데 저녁해가 서산으로 기울며 어느샌가 달이 떠올랐다 아하! 오늘이 보름이로구나. 보름달은 우리들 가슴속으로 깊이 들어왔다. 이곳은 단월(丹月)면이다. 붉을 단, 달 월. 어찌 이리도 우연이랄 수 있을까? 붉은 달아래 우리들의 나이는 무르익고 있다.

- 그의 이야기 2021.10.31

쌩텍쥐 페리의 야간비행(I'm Saint-Exupéry)

“삶에는 해결책이 없다네. 오로지 전진하는 힘이 있는 거지. 그런 힘을 창출해 내면 해결책은 뒤따라 나오기 마련이지.”(셍떽쥐페리의 '야간비행' 중에서) ‘생텍쥐페리’는 비행사였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하늘을 나는 모티프가 나온다. 생텍쥐페리의 이름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어린 왕자』, 그의 등단작 『남방 우편기』, 그가 페미나상을 받은 『야간 비행』에도 비행사가 등장한다. 나는 비행기 조종과는 인연이 없지만 대한민국의 공군 출신이다. 비행기를 조종하는 비행사는 못 되었지만 지상사진과 항공사진을 겸했던 R.O.K. Air force photographer였다. 해외여행을 할때면 하늘높이 떠서 지구를 내려다보는것을 좋아한다 지금도 공항에 가면 괜히 가슴이 설레는 이유도 거기 있다. 내가 발을 딛..

- 그의 이야기 2021.10.31

사람이 꽃이다

요즘들어 '사람이 꽃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젊었을때는 들지않았던, 아니 미치 느끼지 못했던 생각이다. 몇 해전부터 요즈음까지 만난 사람들... 모두 황폐한 땅에 뿌리를 내리며 꽃을 피워주는 사람들이다. 라이락처럼 먼 곳에 있으면서도 향기를 느끼게하는 사람. 비록 가시는 있지만 자태가 아름다워 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사람. 오염된 물속에서 더 아름다운 봉오리를 터뜨리듯 험한 세상에서 늘 위안을 주며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 비록 꽃 빛갈은 통속적이고 유치해보이지만 늘 가까이서 친숙하고 정답게 대해주는 사람. 모두들 참 고마운 사람들이다. 그들이 있어 행복하다. '그래, 사람이 꽃이다' 오늘의 생각 / 비 오는 날, 산책을 나가 비에 젖은 꽃들을 보다가 생각했다. 그래, 내가 아는, 나에게 위안을 주는 ..

- 그의 이야기 2021.10.31

제주 형제섬에서 영준의 추억

제주에 와서 인터넷으로 검색을하여 명승지를 다니면서 눈길이 머무는 곳을 사진에 담다가 해가 떨어지고 저녁 늦게 돌아온다. 제주에 내려온지 10년이된 영준은 '제주섬이 요즘처럼 아름다운 때가 없다'고 말한다. 바다와 꽃들이 어우러지는 1년중 보기 힘든, 좋은 계절'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가는곳마다 꽃들이 너울댄다. 벚꽃, 유채꽃, 복사꽃, 사과꽃,... 들녁에도 노란 민들레들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나는 사진 한 장, 한 장마다 의미를 두고 그냥 지나치는 일없이 모두 카메라에 담는다. 그리고 이튿날 새벽 5시30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눈을 비비며 휘청거리는 다리로 모텔 층계를 내려와 바닷가로 나간다. 어둠이 차츰 벗어지며 형제섬 뒤로 하늘이 붉게 물들어온다. 아침해가 떠오르려는 것이다. 어느 순간 붉은 점이..

- 그의 이야기 2021.10.31

5월의 시작, 추억의 장소를 찾아서 - 강원도 철원 '고석정(孤石亭)'

4월이 가고 5월이 오면 또 다시 나는 추억에 잠긴다. 1982년 5월 1일, 한탄강 고석정 (孤石亭)은 꽃 피고 새 우는 햇빛 맑게 쏟아져 내리는 날이었다. 38년전, 5월의 그 장소는 나의 완성된 청춘의 장소였다. 누구나 젊은시절에 찾았던 추억의 장소가 있다. 1981년도에 신혼살림을 차린 나는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며 아침마다 출근버스를 타고 직장을 다니며 밤 늦게 퇴근을 하여 돌아가면 아내는 아내대로 집보다 직장에서 시간을 더 많이 보내며 나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부족한 직장여성이었다. 5월1일, 아내가 자신의 부서 직원들을 거느리고 야유회를 간다면서 함께 가자고해서 따라 나섰다. (윗 사진은 38년후에 다시 찾아간 고석정 / 아랫사진은 38년전 아내와 함께 갔던 고석성에서의 사진.) 한탄..

- 그의 이야기 2021.10.31

김장, 이젠 남성이 담가보자

김장, 이젠 남성이 담가보자 옛부터 김장은 조상 대대로 담아먹던 종합 영양소가 든 겨울식량의 반이었다. 그렇기때문에 김장은 일년농사의 결산이라고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엄두가 안 나서 사다 먹는 댁들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처음 구입할때의 그 맛이 오래 가지도 않을뿐더러 김치값도 감당키 어렵다는 푸념이 있다. 알고나면 손 쉽게 담을 수 있는 김장. 나는 해마다 남성인 내가 김장을 담근다. 기호에 따라 맛을 내면서 일찍 먹을 김치, 뒤 늦게 먹을 김치, 찌개용, 만두용, ... 저마다 특징을 더해가면서 담는 김장은 삶의 지혜다. 옛부터 입동 전후 1주일이 김장 하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말이 있다. 요즘은 온난화현상의 포근한 날씨로 인해 김장시즌도 살짝 늦춰졌다. 거의 김장을 했으나 아직 김장 준비에 나서는 ..

- 그의 이야기 2021.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