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여행자의 詩 114

바다의 戀歌

내가 어느날 갑자기 젊은 들꽃이 되어 이 바다앞에 서면 나는 긴 열병 끝에 온 어지러움을 일으켜 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망각의 해변에 몸을 열어 눞히고 쓸려간 인파는 아직도 외면하고 아, 사랑은 이렇게 작은것이었구나 시 : 마종기의 Music : Manolo Carrasco - Arena Y Mar (모래와 바다) 오래된 것들은 살면서 언젠가 다시 생각이 나고 그 시절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비록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았던 그 추억이 빛바램마저도, 그리고 지난 날, 그 아팠던 사랑의 그림자가 남아 있지 않았다해도, 오래된 병속에 넣어 띄운 편지처럼 생을 사유하게 만든다. 아직 다다르지 못했지만, 다다르고 싶은 곳을 향해 떠가는 열망 같은 것. 유토피아적 노스탤지어라고 말하면 조금 위안이 될까? 그 ..

Perigiali ( 페리기알리 해변에서)

Maria Del Mar Bonet - Perigiali ( 페리기알리 해변에서) 비둘기처럼 하이얀 호젓한 해변에서 우리는 목이 말랐네 그러나 물은 짜디 짰네 금빛 모래 위에 그녀의 이름을 썼지만 해풍이 불어와 그만 지워져 버렸네 욕망과 충동으로, 바램과 열정으로 가득 차 우리는 삶의 길을 잘못 선택했고 우리들의 삶은 바뀌었네 페리기알리 해변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그리스 시인, '요르고스 세페레스' 의 詩와 세계적인 저항음악의 뮤지션, 'Mikis Theodorakis'의 곡이 만나 완성된 이 음악은 해리스 레모노플로스의 이국적 느낌이 강한 부주키 연주와 'Irene Pappas'의 독특한 아코디언 음색이 더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음악이다. 노랫말에 나오는 'Perigiali' 란 곳은 그리스..

Alienation - 뭐였나, 서로에게 우리는 - 윤필립

뭐였나, 서로에게 우리는 윤필립 당신과 나 사이에는 늘 시간의 어긋남이 있었다는걸 봄바다에 혼자 앉아 생각해 본다. 내가 일찍 눈을 떠 당신을 찾는 그 시간에 당신은 다른 일로 다른 거리를 늘 배회하고 있었다 서로 사랑한다는 우리는 늘 그 모양으로 떨어져 살았다. 당신이 있는 서울에 꽃 피고 새가 울어도 나는 이국에서 혼자 사막을 걸으며 당연히 세상이 그런건줄 알았다. 소용돌이 치는 혼돈 속에서, 인생의 실패만 거듭하다가 허무와 실의속에 비참한 일생을 마쳤던, 과거의 시대에 어긋난 사랑을 했던 역사속의 인물들을 떠올려 본다, 쇼팽, 모딜리아니, 로트랙, 수잔 발라뚱... 한시대를 풍미했던 비극적 사랑의 주인공들이 묻혀있는 이국의 무덤 우리는 왜 같은시간을 함께 공유하지 못하는걸까? 서로의 국적이 다르지도..

사랑은 한때 지나가는 소나기

사랑은 한때 지나가는 소나기였네 김정한 이 비 피하기 위해 회색 빌딩 숲속으로 뛰어가는 사람들 비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 빗속을 초연히 걸어가는 사람들 그 속에 내가 있었다 채 준비 못한 우산 대신 온몸으로 그 비를 맞으며 빗물처럼 우는 사람들 속에 나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옷이 젖더라도, 온몸이 아프더라도, 그 비를 다 맞고 있었다 한 때 지나가는 소나기인줄 알면서도 피해 갈 수 없었던 흠뻑 젖을 줄 알면서도 온몸으로 맞으려만 했던 그 빗 속에 내가 서 있었다 사랑은 한 때 지나가는 소나기였다 오늘도 온몸을 비에 적시며 무작정 그 비를 다 맞으며 내가 서 있다 해외 여행길에서 소나기를 만나는건 자주 있는 일이다. 유럽의 날씨는 종잡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럴때는 꼼짝없이 비를 다 맞거나 어느 건물아래..

바람, 비...

분명히 불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지만, 잡으려고 하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마음이란 사용하는게 아냐, 마음이란 그냥 거기에 있는 것이지. 바람과도 같은거야. 당신은 그 움직임을 느끼는 것 만으로도 좋아.' - 무라카미 하루키 / 사랑은 바람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中에서 - 여행지 / Spain, Consuegra(콘수에그라)풍차마을 잘츠부르크(Salzburg)다리 위에 비는 내리고 잘츠부르크(Salzburg)에 비가 내린다 여기는 비내리는 다뉴브강의 다리 위, 비 내리는 날 자살자들이 많은 곳. 그들은 사랑의 상처를 잊기어려워 강물로 뛰어 든다 나는 죽으러 이곳까지 온것이 아니다 하루를 꼬박 다리위에서 하루를 보낸다 다리위에 걸린 수많은 자물쇠들 그 자물쇠들은 한때 사랑했던 연인들의 ..

길 가는 자의 노래 - 류시화

집을 떠나 길 위에 서면 이름없는 풀들은 바람에 지고 사랑을 원하는 자와 사랑을 잃을까 염려하는 자를 나는 보았네 잠들면서까지 살아갈 것을 걱정하는 자와 죽으면서도 어떤 것을 붙잡고 있는 자를 나는 보았네 길은 또다른 길로 이어지고 집을 떠나 그 길 위에 서면 바람이 또 내게 가르쳐 주었네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을 다시는 태어나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자와 이제 막 태어난 자 삶의 의미를 묻는 자와 모든 의미를 놓아 버린 자를 나는 보았네 - 시 / 길 가는 자의 노래 - 류시화 - 여행지 / Vienna, Austria 旅行者 날 기억하는 사람 나를 잊은 사람 내가 잊은 사람 내게 다가오는 사람 나를 떠난 사람 내가 보낸 사람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너무 많은 이별들을 만들고 또 그리워하고 내가 사랑한 ..

'사는 법' - 김순아

여 . 행 . 자 . 로 . 사 . 는 . 법 늘 떠나고 싶었어.. 해 기울지 않는 어디 달 지지 않는 어디 익명의 섬 하나쯤 있을 것 같았어 두려웠어 언제나 황량한 겨울이 겨울 아침의 쓸쓸한 풍경들이 내 어두운 시간이 힘들고 외로웠어 떠나고자 하는 열망 그건 덫인지 몰라 어디에도 이르지 못하고 되돌아오는 순환선 같은 삶 어디에 내 안주할 땅 있을까 다시 바라보면 저 쓸쓸한 풍경들도 그 얼마나 가슴 사무치는 일인데 이 세상에 산도 있고 바다도 있지만 마음 밖에 있을 때는 산도 바다도 보이지 않듯 내게 .. 늘 그리움으로 출렁이는 바다도 누군가에겐 절망이며 상처일 수도 있겠지 모든 날이 .. 눈 비 내리고 바람만 불지 않듯 인생이 늘 춥거나 쓸쓸하진 않겠지 언젠가 나도 .. 햇빛 잘 드는 창가에 앉아 그때..

바람 저편에 서면 - 김춘경

바람 저편에 서면 김춘경 그러하다 바람은 길 끝에서부터 불기 시작하고 바람의 파장이 어깨를 스쳐갈 때쯤 그때서야 비로소 길 위에 서 있음을 깨닫는다 서로 닿지 못하는 동안의 떨림과 서로 닿았을 때의 흔들림. 그 짧은 교차가 허공을 진동하면 어느새 길은 또 멀어진다 바람이 분다 바람 저편에 서면 지독한 고요함에 슬픔이 밀려온다

뭐였나, 서로에게 우리는 - 김충규

뭐였나, 서로에게 우리는 김충규 서쪽으로 간다 당신은 숨을 놓겠다는 건가요 해가 저렇게 퍼런데 벌레들도 용맹하게 잎을 갉으며 살아가는데 그러고 보니 당신의 등이 굽었다 오래오래 지쳤다는 증거 낙타를 동경하던 당신이 스스로 낙타가 되었다 서쪽에 이르렀을 때 당신 앞에 큰 의자가 놓여 있으면 좋겠다 침대면 더 좋다 거기서 오랫동안 당신이 잠에 빠졌으면 좋겠다 함께 갈까요? 하는 듯이 당신이 내 눈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았을 때 함께 갈 수 없는 길이잖아요 라는 듯이 나는 눈을 피했다 하필 초록의 전쟁이 벌어진 이 봄날에 당신은 서쪽으로 간다 그런 당신에게 안 갈 수 없나요? 라는 물음은 부질없다 서쪽으로 가서, 당신은 새로운 모습으로 말을 타고 이곳으로 돌아올 수도 있을까 내가 지켜본 평소의 당신이라면 어려울 ..

Journey To Fairyland

잠결에 새소리를 들었다 카페와 술집이 많은 송파에 왠 새소리였을까? 그랬던가?. 올림픽 공원과 석촌호수를 오가는 새들이 밤의 행로를 날며 울음 울었을 것이다 가방을 꾸리고 여권을 꺼내 놓는다 내일이면 여행을 떠나야지. 밤 새가 울음소리 내어 날아가듯이 밤 비행기를 타고 나도 지구의 반대쪽으로 가고 싶다 아르헨티나는 멀다고 했던가? 밤새 배를 타고 들어온 사내들이 부둣가에서 날이 새기를 기다리며 서로를 끌어안고 체온을 유지하려 탱고를 춘다는 곳. 가야지. 떠나야지. - 윤필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