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한때 지나가는 소나기였네 김정한
이 비 피하기 위해
회색 빌딩 숲속으로
뛰어가는 사람들
비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 빗속을 초연히 걸어가는 사람들
그 속에 내가 있었다
채 준비 못한 우산 대신
온몸으로 그 비를 맞으며
빗물처럼 우는 사람들 속에
나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옷이 젖더라도,
온몸이 아프더라도,
그 비를 다 맞고 있었다
한 때 지나가는 소나기인줄 알면서도
피해 갈 수 없었던
흠뻑 젖을 줄 알면서도
온몸으로 맞으려만 했던
그 빗 속에 내가 서 있었다
사랑은 한 때 지나가는 소나기였다
오늘도 온몸을 비에 적시며
무작정 그 비를 다 맞으며 내가 서 있다
해외 여행길에서 소나기를 만나는건 자주 있는 일이다.
유럽의 날씨는 종잡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럴때는 꼼짝없이 비를 다 맞거나 어느 건물아래에서 잠시 비를 피해야 한다.
그러나 잠시 지나가는 소나기인줄 알면서도 그 비를 다 맞으며 여행자들은 뛰어간다.
왜 일까? 갈 길이 바쁘다는 마음, 다시 말해 조금이라도 여행을 더 하고 싶은 마음때문이다.
젊은날의 사랑도 마찬가지였다.
그 사랑이 불발탄으로 끝날줄을 뻔히 알면서도 그 사랑의 늪에 빠져 허우적댔다.
잠시 시간을 갖고 조용히 기다릴것을...
그러면 소나기도, 젊은날의 열병같은 사랑도 그냥 지나갔을것을.
詩 / 사랑은 한때 지나가는 소나기였네 - 김정한
여행지 / / 오스트리아, 짤스브르크 (Salzburg, Aust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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