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여행자의 詩

사랑은 한때 지나가는 소나기

Chris Yoon 2021. 11. 15. 01:59

 

 

 

 

사랑은 한때 지나가는 소나기였네           김정한

 

 

이 비 피하기 위해

회색 빌딩 숲속으로

뛰어가는 사람들

비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 빗속을 초연히 걸어가는 사람들

 

그 속에 내가 있었다

채 준비 못한 우산 대신

온몸으로 그 비를 맞으며

빗물처럼 우는 사람들 속에

나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옷이 젖더라도,

온몸이 아프더라도,

그 비를 다 맞고 있었다

한 때 지나가는 소나기인줄 알면서도

피해 갈 수 없었던

흠뻑 젖을 줄 알면서도

온몸으로 맞으려만 했던

그 빗 속에 내가 서 있었다

 

사랑은 한 때 지나가는 소나기였다

오늘도 온몸을 비에 적시며

무작정 그 비를 다 맞으며 내가 서 있다

 

 

 

 

 

해외 여행길에서 소나기를 만나는건 자주 있는 일이다.

유럽의 날씨는 종잡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럴때는 꼼짝없이 비를 다 맞거나 어느 건물아래에서 잠시 비를 피해야 한다.

그러나 잠시 지나가는 소나기인줄 알면서도 그 비를 다 맞으며 여행자들은 뛰어간다.

왜 일까? 갈 길이 바쁘다는 마음, 다시 말해 조금이라도 여행을 더 하고 싶은 마음때문이다.

젊은날의 사랑도 마찬가지였다.

그 사랑이 불발탄으로 끝날줄을 뻔히 알면서도 그 사랑의 늪에 빠져 허우적댔다.

잠시 시간을 갖고 조용히 기다릴것을...

그러면 소나기도, 젊은날의 열병같은 사랑도 그냥 지나갔을것을.

 

 

詩 / 사랑은 한때 지나가는 소나기였네 - 김정한

여행지 / / 오스트리아, 짤스브르크 (Salzburg, Austr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