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여행자의 詩 114

양평, 흐리고 비

The Spiral 답답하고 초조합니다. 늘 가슴위에 큰 돌을 얹어놓은듯 무겁게 짓누릅니다 때로는 소리도 질러보지만 가슴이 후련하질 않습니다 사람과 싸운다는 것, 투쟁을 한다는 것, 참으로 힘 든 일이죠. 그러나 해야합니다. 로마의 검투사처럼 싸워 상대를 제압시키고 그를 용서해야 합니다 아들한테서 문자가 왔습니다 - 난 아빠처럼 살(할)수 없을거야. 답을 씁니다 - 너도 세월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 어쩔 수 없이 해야만 돼. 언젠가 아들아이와 함께 보았던 영화 이 생각납니다. 평범이하였던 주인공이 세월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철저히 맹수가 되어가는 과정. 강을 향해 힘껏 두 팔을 벌려봅니다.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그러고도 남는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그런 텅 빈 내 마음 안..

겨울강

겨울강에서 하루종일 Dustin O'Halloran의 음악을 듣다 12월의 강물은 유난히 고요하고, 깊어보이고, 맑습니다 그 강가에 나와 하루종일 앉아있습니다 매일 보는 강물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흘러갑니다 춥습니다. 이제 완연한 겨울의 시작이군요. 매듭짓지 못하고 또 한 해가 간다는 것, 서글픈 일입니다 그래도 이 세상에서 아귀다툼하며 사는것이 초록별로 돌아가 조용히 지구를 내려다보는 것보다 훨씬 낫지않을런지요? 늦은 저녁, 경기도 곤지암에서 달려오는 길 급하게 차를 운전하여 서울로 돌아갑니다 차창에 낙엽 한 장이 따라옵니다 왜 그리도 측은해 보이는지요? 젊은시절, 회사를 그만두고 후리랜서로 나서 이 일, 저 일 마다않고 뛰어다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 어린 아들을 혼자두고 집을 나설때 걱정이 되면서..

Autumn Writing

어느새 12월입니다 이제 모두들 자신으로 돌아가야할 때가 되지 않았는지요? 참으로 분주하게 밖으로만 나돌았던 한 해였습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십시요 집을 떠나 세상을 떠돌며 남겨두고 온 사람들을 걱정해본 적이 있었는지요? 이제 곧 추위가 몰려올 것입니다 그래도 저의 여행은 계속됩니다 아침에 나왔다가 저녁해가 지고나면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늘 지나다니는 길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마치 밥 딜런같이 의문이 담긴 노래를 부르며 저의 여행은 계속됩니다 글 / 윤필립 Photo / Chris Yoon 노란 은행잎 위에 귀 기우리면 낙엽들의 슬픈 외침소리가 들립니다 나, 돌아간다고... 푸르디푸르게 살다가 이제 나, 돌아간다고... 나도 초록별로 다시 돌아가는 날, 수의대신 노란 은행잎에..

The Autumn Falls - November

November, The Autumn Falls 북한江 줄기를 따라 가다가 유난히도 물이 맑고 깊어보이는 곳에 차를 세우고 잠시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오래된 미루나무 아래 벤취에 앉아 江을 마주하고 앉았습니다 강물을 따라 흘러내려가는 낙엽들... 낙엽들은 왜 서로 모여 떠내려가는지... 아시는지요? 쓸쓸한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 왜 모여 살까요? 전화를 하며 서로 안부를 묻고. 한 사람이 아프다고 하면, 해장국을 끓여주고 한 사람이 외롭다고 하면, 멀리 여행을 계획하여 동행을해주고 한 사람이 춥다고 하면, 옷을 벗어 어깨를 덮어주고... 몇 해전, 히말라야 등반에 나섰다가 눈계곡으로 굴러떨어져 심하게 다쳐 허리를 치료하느라 외롭게 겨울을 보내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해, 11월. 멀리 백양사근방에 사시..

'행운을 기원합니다' 소년이 나에게 말을 건넸다

'행운을 기원합니다' 소년이 나에게 말을 건넸다 허기가 진다. 차를 세우고 삼거리에서 '소머리국밥'집을 찾는다. 양평은 해장국이나 소머리국밥이 이름난 곳이다. 국밥을 한 숫가락 뜨는데 벽에 걸린 글이 눈에 띈다. '행운을 기원합니다. 이필원' 그렇다. 그도 언젠가 이곳을 이렇게 혼자 찾아와 국밥을 먹고 돌아갔을 것이다. 이필원... 나와 동시대를 살며 좋은 노래를 많이 만들어 불렀던 사내. 그의 노래 '소년'이 듣고싶어서 M.P.3를 찾아서 듣는다 소년 사람들의 마음 한켠에 네가 우두커니 앉아있을 때 난 소리없이 울고있는 소년 하나를 본다 그 어둑한 곳에서 네가 조그맣게 노래를 할 때 난 슬프게 울고 있는 소년 하나를 본다 지금 사람들은 무얼 하고 있을까 지금 어둠들은 어디로들 가고 있을까 네가 그 젖은..

두 줄기 江, 兩水里

언제부터 흘렀는지 모르게 두 줄기의 江이 있습니다. 양수리(兩水里 / 두물머리)는 두 물줄기인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 저는 두 갈래의 물줄기앞에서 잠시 망서립니다 어디로 갈까?... 그러나 망설임도 잠시, 이내 북쪽으로 차를 돌려 운전을 합니다. 그리고 C.D.에 후랑코 시모네의 을 장착시키고 가사를 음미를 하며 들으며 갑니다. 아시죠? Franco Simone - Fiume Grande (큰 강). 江은 계속됩니다. 흐르는 강줄기는 조용하고, 아늑하고,... 잔잔합니다. 가을 江 답군요. 江을 거슬러 오르며 계속 소식드리죠. 양평대교를 건너지않고 우측으로 핸들을 돌려 江을 거슬러 오르면 잔잔한 수면이 물안개를 피워올리며 잠시 쉬어가는 모습을 본다 퇴촌으로 가는 길이다 나도 여기서 잠시 쉬어가련다..

Traveler

또 떠나기로하고 길을 나선다. 어디로 갈까?... 잠시 망서렸으나 이내 마음을 정하고 차를 몬다. 이번엔 차를 운전하여 북쪽으로 가야겠다. 남쪽으로 단풍이 불붙듯 내려온다지만 그 불타 내려오는 단풍숲을 거슬러 오르리라 우선 북한강을 끼고 양평으로 가면서 산길로 접어들고. 은사시나무 숲을 지나 물 맑고 별빛 쏟아지는 조용한 마을로 숨어들어 짐을 풀고 잠을 자리라 근심도 없고 불면도 없는 밤을 보내고 새소리에 깨어 아침을 맞을때 먼 곳에서 바람불어와 구름이 흘러가면 구름이 흐르는 방향따라 다시 떠나리라 John Stanford - Aurora

Ara Vindra (좋은 날이 올거예요)

벌써 이렇게 되었나?... 할 정도로 '詩와 음악의 여행'이라는 주제로 여행기를 올린것이 지난 3월 末, 벚꽃이 필때부터 시작하여 이제 꼭 4개월을 조금 넘게 100회를 넘겼습니다. 여행을 다녀온 흔적들을 더듬어 사진 파일함에서 원고를 꺼내어 그에 맞는 詩를 고르고, 여의치 못할 경우엔 제가 직접 쓰기도 하고, 음악을 선곡하며 매일 일기를 쓰듯이 하루도 빠짐없이 원고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여행기를 마치려합니다. 듣기 좋은 노래도 세번을 들으면 실증이 나듯 보는 분들도 지겨울 때가 되었고 저 역시도 한낱 지나온 날들에 연연하는것 같아 이제 그만 마치는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새삼 원고를 정리하며 돌아다보니 참으로 이 지구를 많이 돌아다녔다는 생각도 들고 현실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길 위에..

지구의 끝, Buenos Aires

지구의 끝 Buenos Aires 지구의 끝에는 Buenos Aires라는 낯선 도시가 있고 그곳엔 우슈이아라는 폭포가 있고, 큰 등대가 있다 배를 타고 들어오는 뱃사내들은 그곳으로 가서 Piazzolla의 Tango를 듣고 사내들끼리 부등켜안고 탱고를 춘다 Piazzolla의 Tango는 흐린날의 회색도시를 연상시킨다. 그것도, 조금은 외설스러운 홍등가 분위기를. 느릿느릿한 음률은 끈끈하게 붙어서서 흐느적 거리며 춤을추는, 조금은 땟물이 흐르고 피곤하게 사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해피 투게더 박남준 은행나무 앞에 서면 항상 푸른 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내게도 슬픈 기억들이 떠올랐네 우슈이아라고 했었지 세상의 끝이라는 곳 등대가 하나 서 있다고 했던가 가슴에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그곳에 가서 슬픈 기억들..

Priere Pour Aller Au Paradis(당나귀와 함께 천국으로 오르기 위한 기도) - Francis Jammes

Priere Pour Aller Au Paradis 당나귀와 함께 천국으로 가기위한 기도 - Francis Jammes 제가 당신께로 가야 할 때에는 축제가 벌어진 들판에 먼지가 이는 날이 되게 하소서. 제가 이곳에서 그랬던 것처럼 제 마음에 드는대로 천국으로 가는 길을 가게 해주소서. 그곳은 한낮에도 별들이 빛나는 곳. 내 지팡이를 짚고 큰 길을 걸어가게 해주소서. 저는 제 친구인 당나귀들에게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 내 이름은 프랑시스 잠이야. 나는 지금 천국으로 가고있지. 하느님 나라에는 지옥이 없다고 하더군 - 나귀들은 아주 유순하게 가만히 머리를 숙여 조그만 발들을 움직일 것입니다 내가 이토록 사랑하는 이 짐승들 속에 끼어 당신 앞으로 갈 수 있도록 해주소서. 그들이 나를 뒤따르게 하며 당신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