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국내여행 290

연천 '호로고루 성지' II

먼 옛날 이곳은 고구려와 신라의 전쟁터. 전쟁의 피가 붉게 물들었던 땅이 이제 수천평 해바라기밭이 되었네. 해바라기밭에 서서 몸을 낮추면 귓전에 전쟁터에서 숨져간 병사들의 나팔소리와 북소리가 들려. 아, 나는 저녁햇살 비치는 비문((碑文)을 읽으며 또 한번 향수에 젖지. 혹시 내 전생은 이 전쟁터에서 붉은피 흘리며 쓸쓸히 숨져간 젊은이는 아니었는지... - Photo / Copy : Chris Yoon 사진설명 :: 윗 사진 나무 사이, 해바라기밭 뒤로 보이는 성이 연천 호로고루(漣川 瓠盧古壘)이다. 호로고루는 개성과 서울을 연결하는 중요한 길목에 위치하고 있으며, 원당리에서 임진강으로 유입되는 지류가 흐르면서 형성된 현무암 단애 위에 조성되어 있다. 임진강 유역에는 강가 절벽에 수십 킬로미터에 걸쳐 높..

연천 '호로고루 성지' I

긴 여름을 보내며 우리는 가을을 기다렸다. 이제 무더위도 곧 가겠지. 코로나19도 곧 이땅에서 사라지겠지. 그러면 여행을 떠나 바닷가 카페 창가에 앉아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친구와 마주앉아 반나절의 정담도 나눌 수 있겠지. 가다가다 바닷가의 작은 호텔이 있으면 차를 세우고 나무계단을 올라가 바다가 보이는 방의 창가, 두 개의 침대에 하얀 시트가 덮인 침구를 가만가만 들추고 들어가 밤 새 들리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을 자겠지. 그러나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고 저녁뉴스에는 연일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 소식들이 보도된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있는가? 이 아까운 시간을 왜 이리 보내고 있는가? 우리, 다시 서른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 Photo / Copy : Chris Yoon (연천 '호로고루 성지..

양평에서 III

이윽고 짧은해가 뒷산너머로 숨고 어둠이 밀려온다 밤이 깃드는 것은 눈깜짝할 사이다 어느새 이렇게 어두워졌을까 불을 켜지않으면 산은 칠흙같은 어둠이다. 어둠속에서 또 한 사람의 형상을 본다 그는 작은렌턴을 이마에 두르고 트라이포드에 카메라를 장착한다 그리고 성큼성큼 산길을 따라 걷다가 적당한 자리에 카메라를 세워놓는다. 두 대의 카메라는 30초마다 한번씩 자동으로 셧터가 작동한다 그가 움직일때마다 머리에 두른 렌턴이 어둠속에 곡선으로 묘한 추상화를 남기며 빛으로 사라진다 그는 새벽 4시쯤 새벽안개가 몰려올 때까지 그렇게 작업을하며 야행성동물처럼 어둠속에서 움직일 것이다 새벽 4시가 지나면 희뿌연 여명이 렌즈안으로 새어들어오며 별빛은 희미해질것이다. 밤 새 그가 찍은 사진이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무수히 많은 ..

양평에서 II

숲 숲이 깊다. 가까이서 소쩍새우는 소리 저녁이 되었음을 알린다. 소쩍새는 밤 새 애가 닳도록 울것이고 나는 밤 새 소쩍새 소리를 들으며 밤하늘을 올려다 볼 것이다. 별 이윽고 어둠이 내린 밤하늘에 별이 떠오른다 처음엔 보일듯 말듯 히미하게 보이지만 어둠이 짙어갈수록 별들은 하나, 둘... 그 모습을 나타낸다 그렇게 밤이 올때까지 나는 낡은 의자에 기대앉아 밤하늘을 올려다 본다. Chris Yoon

양평에서 I

너와 같은 땅에 뿌리를 내리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한 평생을 살았다 이제 얼마나 남았을까?... 우리의 화양연화 (花樣年華) 그러나... 너는 아니? 한평생 우리는 목말라하며 살았다. 내가 뿌리를 내리고 피어날 곳은 아니었다 그러나 무리중에 가장 아름답게 꽃피우며 시샘의 나날을 견디었다. 지나가는 바람이 나의 외로움을 달래주었다. 작업 MEMO 개양귀비꽃이 한창이다 개양귀비들판에 서있으면 마약성분이 황홀하게 스며들듯하다 그러나 개양귀는 마약성분이 극히 낮아 화초로 쓰인다. 그래서 들녁에 씨를 뿌려 6월에 우리가 즐길 수 있다. 꽃 찍기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소질도 없는데 寫友와 함께 물의 정원으로 나가 6월의 뜨거운 태양아래 땀을 비오듯 흘리며 양귀비 꽃밭 주변을 맴돌았다. 무려 33 - 34도가 오..

새해, 임진각에서 III

그들과 따로, 또 같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길을 가고싶다. 인간은 태어나기를 사회적인 동물로 태어나 누군가와 의사를 나누고 집단체를 이루며 그들과 함께 가야한다 젊어 한때 사람에 치어서 산적이 있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세면과 샴푸를하고 미처 머리를 말릴틈도 없이출근버스를 타고 나가면 그때부터는 전쟁의 시작이었다. 하루에 내가 상대하며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하며 일을 하기위해 웃고, 타협하고, 다투고. 그날 그일을 해결하지 못하면 그를 미워하고... 그와 다투다보면 나 역시도 적잖은 상처를 입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늘 사람에 치여살았다. 그때 내가 했던 생각... 어느 강가 언덕위에 작은 집하나 짓고, 한 달에 쓸 백만원씩만 있다면 이렇게 복잡하고 머리아픈 곳을 떠나고싶다는 생각. 그렇게 나와 똑같..

새해, 임진각에서 II

임진강위로 기러기떼 날아간다 임진강의 기러기는 피난민을 닮았다 어린 일곱남매가 아버지를 따라 38선을 넘어 오는듯하다 맨 뒤의 막내 기러기가 숨이 찬듯 외친다 "아버지, 힘들어서 못가겠어요. 우리 쉬었다가요." "안된다, 갈 길이 멀다." 아빠 뒤를 따르는 큰 형이 말한다. 날개가 있어도 못 나는 새가있다. 언젠가부턴가 내 날개도 퇴화가 되었다. 이제 다시 날 수 있을까? 날자, 올해는 다시 한번 날아보자. 저 솟대... 솟대는 마을공동체 신앙의 하나로 음력 정월 대보름에 동제를 올릴 때 마을의 안녕과 수호, 풍농을 위하여 마을 입구에 세웠다지. 나도 나의 안녕과 마음의 풍요를 위해 내 마음에 솟대 하나 세워야지. - 임진각에서 Chris Yoon 꽂히고 싶다. 무언가 열중해 있는 사람은 멋이있다. 일이..

새해, 임진각에서 I

저 철책... 앞에 가로막힌 철책이 무겁게 가슴을 내리 누른다 저 철책을 넘어야한다. 철책에 자물쇠가 하나 매달려있다. 누군가 저 자물쇠를 채우고 열쇠를 건너편으로 던졌을 것이다 그 열쇠를 찾아 풀어야한다. 나의 현재 처해있는 풀기어려운 일들, 그 실마리를 찾아 나도 풀어야한다. - 임진각 철책앞에서 Chris Yoon 우리, 더 달릴 수 있을까? 벌써 오래전, 기능을 멈추고 녹슬고 총탄자욱으로 깊게 자욱이 난 기차가 멈춰서있다. 달리고 싶단다. 그래, 나도 달리고싶다. 우리, 아직 더 달릴 수 있을까? 임진각에 가면 한국전쟁때 수많은 총탄을 맞고 이미 녹이슬어 전시용으로 남은 기차가 있다. 참으로 슬픔과 분노를 억누르며 바라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형영할 수 없이 슬픔을 참기 어려운 묘한 기분이 든다. 그..

소래 생태습지공원

인천광역시 남동구 논현동에 있는 습지생태공원. 총 넓이는 약 350만 ㎡. 이중 폐염전을 중심으로 66만 ㎡가 1999년 6월 개장되었다. 생태전시관은 염전창고를 개조해 만든 것으로 벌노랑이와 해당화 등이 서식하며 갯벌이니만큼 새들의 생활터전이기도 하다. 소금창고와 풍차를 바라보며 걷는 길이 포토존으로 사랑받고 있고, 칠면조처럼 색이 변한다해서 이름 붙여진 칠면초와 광활한 억새로 가을을 만끽할 수 있으며, 풍차, 산책로, 쉼터 등이 마련되어 있다. - Photo :: Chris Yoon

해인사(海仁寺) III

해인사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여기에 보관되어 있는 팔만대장경판. 몽골족의 침입으로 혼란에 빠지자, 고려 조정은 평화를 소원하면서 백성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부처님의 말씀을 목판에 새기도록 했다. 팔만대장경판... 여기에는 고려 시대의 호국 정신이 담겨 있다. 1398년(태조 7)에는 강화도 선원사(禪源寺)에 있던 팔만대장경판을 지천사(支天寺)로 옮겼다가 이듬해 이곳으로 옮겨옴으로써 해인사는 호국신앙의 요람이 되었다. 그 뒤 세조는 장경각(藏經閣)을 확장하고 개수하였다 팔만대장경판은 8만 개가 넘는 경판에 글자가 새겨져 있다. 한 사람이 새긴 듯 정확하고 반듯하게 새겨져 있어 고려 인쇄술이 얼마나 높은 수준이었는지 알 수 있다. 이제 팔만대장경은 6월19일 오전 10시부터 인터넷으로 접수를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