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국내여행 290

남도여행 7 - 큰 江..., 흘러간 靑春

남도여행 시리즈 7 - 큰 江..., 흘러간 靑春 큰 강. 큰 강이 흐른다. 그동안 몇 개의 큰 강을 건너왔다 앞으로도 몇 개의 큰 강을 건널지 모른다 남자들이 평생동안 건너는 큰 강은 몇개나 될까? 건너지 않으면 안 될 큰 강... 큰 강을 내려다 본다 고여있는듯한데 흐르고 있다 그렇다 큰 강은 나의 청춘이었다 고여있는듯 했지만 항상 흐르고 있었다 어딘가에서는 급류로 흐르다가 어딘가에서는 제 자리를 맴돌며 흐르지 않았다 그러나 중요한건 늪처럼 고여 썩지않고 계속 흘러왔다는 것이다 Fiume Grande - Franco Simone ci pensi mai amore mio a quando c'era tempo per noi due? avevo l'aria di chi ha sempre vinto e mi..

남도여행 6 - 고여있는 시간의 늪에선 Tango를

남도여행 시리즈 6 - 고여있는 시간의 늪에선 탱고를. 늪이 있기에 물은 정화된다. 늪이 있어서 생명들이 영위한다. 지난 시간들이 늪처럼 고여있기에 오늘의 나는 존재한다. 지난날 힘에 겨웠을때 불태웠던 일기장과 젊은날의 사진들이 다시 보고싶다. 이젠 과거의 흔적들을 다시 찢어 없애거나 불태우진 않으리라. 인간은 상처를 드러낼때 더욱 아름답지 않을까?... 늪속에서 지난 시간들이 헤어나질 못하고 허우적대고 있다. 그동안 잊어버린줄 알았었다. 그러나 그냥 그 시간들은 늪속에 잠겨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이번 여행길에 우- 하고 일제히 일어나 갈대잎처럼 서걱거리며 다가왔다. 모든것이 리셋(reset)이 되고 셀프(self)가 통용화된 세상에 살며 왜 우리의 지난 날들은 불가능한 것일까? 나는 자신에게 타이른다..

남도여행 5 - 시 간 여 행

남도여행 5 - 시 간 여 행 오랜 시간들이 늪처럼 고여있는 마을로 들어서니 세월의 이끼가 켜켜이 쌓인 돌담 골목, 그 위로 담쟁이 넝쿨이 얹혀져 푸르다 골목안으로 한 발자욱씩 발을 내딪어 들어가본다 작은 움직임에도 묵은 공기들이 조금씩 미동하며 침전물로 가라앉았던 미세한 입자들이 조금씩 떠오를듯한 고요로움이 있다 시간여행... 참으로 그럴싸한 이름이다 이 곳으로 걸어 들어서면 시간여행에 젖어들 수 있을것같다 그리고 다시는 못 빠져 나올것 같다 나는 타임캡슐을 타고 언제적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나? 1960년대?... 아니면 1970년대? 그러나 그 시절을 다시 들여다보고 싶을뿐,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그 치열했던 시절은... 이제는 다만 상흔(傷痕)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돌담에 기대여 스마트 폰으로 그..

남도여행 4 - 낙안읍성 민속마을

남도여행 시리즈 4 - 시간이 멈춰선 곳, 낙안읍성 민속마을 성벽위에 흙을 얹어 길이 되었다 길이 되고보니 풀씨가 떨어져 풀이 자라고 나무열매가 떨어져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더니 큰 나무가 되었다 그 길을 따라 걷는다 대숲사이로 바람의 길이 나있다 아침마다 대숲향기를 실어오는 바람에 마을은 눈을 뜰것이다 고여있던 묵은 공기를 그렇게 바람은 몰아내고 신선한 공기로 바꿔넣을 것이다 어디선가 대낮에 수탉우는 소리가 들린다 데쟈뷰... 그렇다. 어린시절 산넘고 물건너 저런 마을에서 몇일 묵은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정적(靜寂)이 편안함보다 솔직히 더 무서웠다 돌층계를 내려가면 곧게 뻗은 길이 나 있는데 인적이 없다 개미새끼 한 마리 얼씬 않는다 대낮의 태양은 뜨겁고 이방인의 시선은 신기한것 뿐이다 까뮈의 이 떠오른..

남도여행 3 - 낙안읍성 (樂安邑城)

남도여행 시리즈 3 - 흔적의 무거움 樂安邑城 城위로 사람이 걷는다 내 사주에는 할아버지의 인생을 유전받아 역마살이 들어 있다고 할머니는 생전에 늘 언짢게 말하셨다. 역마살... 나는 그래서 驛馬처럼 길 위에서 살아간다는 말인데 왠지 생각만해도 근사하고 그럴사하다. 그 역마는 십 수년을 해외로 혼자 떠돌고 지금도 길을 나서는 꿈을 꾼다. 나는 집을 나서면 시집 한 권과 음악을 듣는 M.P.3와 카메라를 두 대 가지고 떠난다. 그리하여 끊임없이 보고, 생각하고, 듣고, 찍으며 걷는다. 저 城 위로 끊임없이 돌아가며 걷는 사람들 나도 그들중 하나다. 그렇게라도 해서 역마살을 풀어야지. 사진 / 순천 낙안읍성 (樂安邑城) 전남 순천시 낙안면 동내리 437-1 낙안읍성 민속마을은 고려 후기부터 잦은 왜구의 침입..

남도여행 2 - 恨..., 그 소리를 따라서

남도여행 시리즈 2 - 恨..., 그 소리를 따라서 어딘가에서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 따라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옮긴다 樂安之館... 한 여인네가 흰 옷을 입고 恨서린 소리를 하고있다 나의 할머니도 흰 모시한복을 정갈하게 차려입고 가끔씩 대청마루에 서서 저렇게 창을 하셨다 오지않는 할아버지를 기다리며... 구름같고 물같은 나의 잘 난 할아버지는 밖으로 떠돌며 뭇여성들과 사랑을 나눔으로 한 세월을 보내셨고 그 구름같고 물같은 할아버지의 마음을 잡지못해 할머니는 唱으로 그 恨을 달래셨다 그러다가 다시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찾아 오신 해, 한 해를 채 못 넘기고 그해 동짓달에 할아버지는 세상을 뜨셨다 그때 할아버지의 나이 고작 서른아홉이었다 그 후로도 할머니는 흰 옷을 입고 대청마루에 서서 이따금씩..

남도여행 1 - 길 가는 者의 노래

남도여행 시리즈 1 - 길 가는 者의 노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나, 가만이 생각해 본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길을 돌아 왔는지 남도 청보리 익는 길위에 서서 나, 가만이 바람소리에 귀 기울여본다 푸른 젊은날을 지나오면서 얼마나 많은 투쟁을 하였는지 동백꽃 진 섬 위에 서서 나, 가만이 내려다 본다 욕망의 시기를 지내며 얼마나 헛된 꿈에 젖어 살았는지 먼 곳 고래울음소리 들리는 남해 바닷가에서 나, 헛된 꿈을 버린다 내가 찾는 등푸른 고래는 한낱 전설속에 존재했었다고 Chris Nicolas 사진 / 여수시 돌산읍 죽포리 방죽포 해변에서 방죽포해변은 길이 150m에 폭 30m의 해변으로 수심과 경사도가 낮은편이다. 파도가 세지 않아 아늑한 느낌을 주며, 백사장에는 고운 모래들이 넓게 깔려있다 흰 모래언..

Remembrance Jeonju (全州 )

여행은 항상 충격으로 다가왔다가 가슴 밑바닥의 추억으로 남는다 누군가 만난다는것은 또 얼마나 가슴 설레이는가? 맨 처음 찾아간 전주 전동성당(全州 殿洞 聖堂)1908년에 짓기 시작하여 1914년 완성되었다고 보기엔 믿기 어려운 아름다운 비쟌틴 건축물. 그러나 그아름다움과는 달리 프랑스 聖者가 순교했으며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을 처형했던 슬픈 역사의 장소. 오랜 역사가 숨쉬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곳. 그곳,...아주 오래된 마루바닥이 낡은 소리를 내는곳을 조용조용 발뒤꿈치를 들고 고양이처럼 걸어 들어가 기도를 한다. 오목대에 올라 내려다보면 전주의 한옥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마를 맞대은듯 기와들이 가즈런히 앉아 소근거린다 "사람 사는게 다 저런거야..." 내 귓전에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오목대 운조루....

Photo Poem - 두물머리, 또 겨울강

같이 죽자 장대 같은 아들의 멱살을 움켜잡고 새벽 얼음물 속으로 끌고 드는 아비와 두 다리 한사코 뒤로 버팅기는 아들 그날 강물은 소뿔에 받혀 퍼렇게 멍이 들었더니 갈대꽃 몇 번인가 흘러가고 다시, 나 겨울 강 보러 왔네 고삐를 누가 끌고 가는지 묻지도 않고 강둑은 끄덕끄덕 따라만 가는데 그 부자(父子)의 강은 어디쯤 흘러갔을까 오래된 눈물이 도진 듯 하늘이 풍경들 속에서 주춤 몸을 빼는데 얼비치는 저 시푸른, 멍꽃에서는 언제나 천륜의 냄새가 나더라 가슴에 장대 하나 가로지르고 또 겨울 강 보러 왔네 - 이화은의 '또 겨울강' 용문사 은행나무를 뵙고 오는길에 두물머리 위 쪽, 북한강에 내려 강물을 바라보았다 겨울이 오면서 강물은 한층 더 깊고 푸르러졌다 언제부터 이곳이 이토록 아름다웠나?... 김훈의 소..

Les voyageurs (지구별 여행자의 노래 )

그간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八割)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罪人)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天痴)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 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 서정주의 '自畵像'에서 발췌 - 한때 서울 남현동 예술인 마을에서 신접살림을 차렸을때, 미당 서정주 선생과 한 이웃으로 살던 때가 있었다. 지대가 높은집에서 아랫동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살면서 하얀 모시 고의 적삼을 입고 소나무 아래를 산책하시는 선생을 가끔 뵈온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 그의 詩를 전부 이해했던건 아니다. 가끔 고전적인 어휘로 짧게 쓴 詩語들이 온통 가슴과 머릿속을 들쑤시고 휘저어 놓는것 몇개를 제외하고는. 오늘 여기 언급하는 '自畵像'은 마치 나의 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