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18. 술 취한 백일홍 1 손택수 백일홍 아래 누가 술병을 세워놓고 갔다 백일홍과 함께 대작이라도 했던가 해 떠라 해 떨어져라 술병을 기울였든가 술만 먹으면 몸에 난 상처자국들이 먼저 붉어져오곤 했다가 시려오곤 한다 내가 까마득 잊었다고 생각한 상처들, 흉터가 없으니 이제 다 나았다 훌훌 털어버린 기억들, 살갗 위로 고개를 내밀곤 한다 연고로 매끈해진 살갗 속에서 욱신거리는, 술만 먹으면 제 상처와 대작을 하면서 필름이 끊길 때까지 가야 하는 사내들이 있다 꽃펴라 꽃 져라 반쯤 마신 술병 앞에 놓고 백일홍 빛이 그늘까지 점점이 물들어 간다 술 취한 백일홍 2 손택수 백일홍 아래 누가 술병을 세워놓고 갔다 지는 꽃과 함께 대작이라도 했던가 해 떠라 해 떨어져라 술병을 기울였던가 빈 술병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