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가진 힘은 모두 풀어내어 개울물 속에서 물방울이 되게 바람을 적시는 비 비 같은 사람을 만나려고 늦 가을의 미루나무보다도 훤칠하게 서 있어본 사람은 보이겠다 오늘 중으로 뛰어가야 할 길을 바라보며 초조히 구름 속을 서성거리는 빗줄기, 빗줄기쯤. - 신대철, 시집 '무인도를 위하여'중 오래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비가 내린다. 비에 젖어 본 사람은 안다, 내리는 비와 그 비에 옷깃이 젖으며 무겁게 젖어드는 눅눅한 슬픔을. 그는 떠났고, 먼 길을 떠돌며 그를 그리워해야 할 것을 알고 있으므로 나는 슬프다. 그를 그리워하고, 기다리며 나는 구름처럼 떠돌고, 나는 더더욱 그를 그리워할 것이고. 그 깊은 마음 모두 풀어내어 바람으로 한 번쯤 지나칠 수는 없을까, 가만히 가만히 오래전 그 먼 시간을 떠올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