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獨白 264

봄이 오는 길목 II

그대 그리워라 책 읽다 한 군데 쉬어 물 오른 가지 바라 볼때마다 자주 가던 카페의 창 넓은 자리에서 햇빛을 받으며 책읽기를 좋아했었다. 책을 읽다보면 기다리던 사람이 나타나 앞자리에 앉았다. 얼마나 열중했으면 그 사람이 자리에 앉는것도 몰랐을까. 그립다. 내 젊은날이...보고싶다. 그 때의 청춘이... 어느덧 날이 저문다 봄 볕도 사위어들고 푸른 어둠이 찾아온다 그만 돌아가자 이미 내 청춘은 떠난지 오래다 그러나... 그대, 여전히 그리워라 물오른 가지 바라 볼적마다. - 석촌호수에서 사람의 왕래가 많은 인사동 골목 푸른눈에 갈색 머리의 이국사내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그의 전재산인듯한 가방 위에는 그의 C.D.몇 장과 오래된 지폐 몇 장 그는 왜 이곳 한국의 인사동까지 흘러와 노래를 부를까? 그..

- 그의 獨白 2021.11.02

봄이 오는 길목 I

봄이 오는 O.L.Park에서 바람속에 남쪽바다 소리가 실려온다 마른나무에 기대어 서면 꽃망울을 준비하는 나무들의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벤취에 앉아 가만이 귀 기우리면 마른 잔디 아래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오랜만에, 새파랗게 젊은시절부터 긴 세월을 함께 걸어온 대학동창을 만나 날이 많이 풀린 공원을 걸었다. 겨우내 감기에 쿨룩거리며 황폐해지고, 동면에서 마악 깨어난듯, 행동마저 아직 부자연스런 몸짓으로 햇살 부드럽게 내려쬐고 바람 잔잔한 공원을 중년을 훨씬 넘긴 두 사내가 아직 마음은 젊은듯 킬킬거리며... 몇 걸음 걷다가 내 친구가 몸을 되돌려 다시 걸어간곳. 어린청춘이 자전거를 가로등에 기대놓고 벤취에 앉아 이어폰을 들으며 봄이 오는 들녘을 바라보고 있는 풍경이었다. 내 친구는 그 풍경에 ..

- 그의 獨白 2021.11.02

Piano 이야기

Piano 이야기 1 Piano 이야기 I 그는 남의 집 담 밖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를 좋아했다 비가 온 날 저녁, 담밖으로 꽃송이가 고개를 숙이고 아직 빗방울이 몇 개 떨어질때쯤 그 집 안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 귀를 기우리고 서 있었다 가을이 되었다. 그 집 창문을 덮은 담쟁이 넝쿨이 붉게 물든 어느날 그 집에서는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가 들려 나왔다 그는 여지없이 길가에 서서 그 소리를 다 듣고 있었다 누구일까?... 그래도 그는 한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이따금씩 창문이 열리기를 기다려 보기도 했는데 창문은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 열리지 않는 창문을 밀봉해 버리듯 담쟁이 넝쿨만 온통 창문을 뒤덮고 있었다 한번은 그가 골목길을 마악 들어 서는데 그집 하얀색 대문이 열리고 그안에서 의족을한 청년이 ..

- 그의 獨白 2021.11.02

그 男子의 獨白 - 봄을 기다리며

겨울이 오고 또 한해가 시작 되면서 눈이 내렸다 우리는 또 어디론가 가야한다 세월에 밀려... 그래, 가자,... 도망치듯 멀리 떠나자 어디를 가든 예보다 못 할소냐 눈이 녹기전에... 바람이 그치기 전에... 벌써 2월의 첫 날이다. 아직도 잠이 들면 부지런히 꿈속을 돌아다니며 분주하다. 세상을 살아 나가며 정리라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은것 같다. 살아온 지난 날들을 잊어 버리고, 일기장을 지워 버리고, 불길한 조짐의 인간관계를 서둘러 끊어 버리고... 그래도 어떤날은 내 스스로 가위에 눌릴때가 있다. 오후들어 어제 내린 눈을 밟으며 공원을 걸었다. 저녁햇살이 드는 조각상이 눈을 뒤집어 쓰고 흡사 어딘가 도망가는 모습이다. 마치 바람나서 자식도, 배우자도 헌신짝처럼 버리고 새삶을 찾아 도피하는 불륜의 ..

- 그의 獨白 2021.11.02

Artist (藝術家)이야기

지구에 이변이 생기면 스스로 주체적이지 못하고 늘 어떤것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나약한 생명체들이 제일 먼저 멸종된다. 생명력이 길다는건, 바퀴벌레처럼 환경적응이 전천후가 되는 생명체라야 이 지구와 함께 공존하며 역사를 이어가게 된다. 그런 불확실함 속에 살아가는 생명들... 그 대열속의 예술가란 남다른 감수성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에 조그만 사회의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특히 사회적 위기가 다가올 때는 위기의 징후를 가장 먼저 포착해내 위기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작품으로 만들어 낸다 이런 위로의 글을 보내주신 분, 감사합니다. 그러나 실상 예술가들은 그렇지도 못 하답니다. 늘 즉흥적이고, 도발적이고, 영악스러운 계산이라곤 전혀 못 하며 앞 일을 조금도 예측 못하는 예술가들... 고흐가, 모딜리아니가, ..

- 그의 獨白 2021.11.02

그 해, ... 늦은 가을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각인되어 있는 순간들이 있다. 그 해, 대학 졸업반이었던 해, 마음만 분주하고 지는 해마저 짧게 느껴지던 늦가을이었다. 와우산 기슭에서 붉게 물든 西江 나루를 바라보며 돌을 쪼았다. 그러다가 속이 뒤집히면 서교시장으로 내려와 노무자들 틈에 앉아 도토리묵 한 접시와 막걸리 한 주전자를 들이키고 올라와 다시 돌을 쪼았다. 마른 잔디위에 세워놓은 여인 조각상 앞에서 시간이 나면 서있는 버릇이 생겼다. " 여인 조각상의 손이... 시려울것 같아서 손을 만져보니... 손이 따뜻해요..." 늘 검은 옷을 입고 다니던 서양화과 여학생이 다가왔다. 세월이 많이 흐른 후에도여인 조각상을 보면 손이나 발을 만지는 버릇이 생겼다. 정말 따뜻할까?...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다만,... 그 해의 짧은 가..

- 그의 獨白 2021.11.02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Goodbye Again /Aimez-Vous Brahms 가을에 많이 듣는 Brahms의 음악이 있다. Brahms의 음악은 나이가 들수록 이해를 하게 된다고 한다. 젊었을때 보다 인생의 깊이를 알게 될 무렵 비로서 Brahms의 음악에 귀가 열린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젊은 시절에는 우울하면서 장중한 Brahms의 음악을 느낄줄을 몰랐다. 그중 나는 Brahms Symphony No.3, 3악장을 특히 좋아했다. Brahms Symphony No.3, 3악장하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AIMEZ-VOUS BRAHMS?)"가 먼저 떠 오른다. 프랑소아즈 사강(Francoise Quoirez)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 한 "Good Bye Again"에 브람스의 3번교향곡 3악장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이후..

- 그의 獨白 2021.11.02

O.L. Park의 풍경들 III

앙드레지드의 '전원교향악 [La Symphonie pastorale, 田園交響樂]을 생각하며 산책 나갔다가 O.L.Park에서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을 보았다. 햇살 고운 가을날의 나무아래에서 젊은 사내아이가 애인인듯한 여인에게 Guitar를 치며 노래를 불러주고 있었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순간적으로 앙드레지드의 '전원교향악 [La Symphonie pastorale, 田園交響樂]'을 떠올렸다. 전원교향악은 앙드레지드에 의해 1919년에 발표된 글이고 줄거리는 이렇다. 목사인 '나'는 어느 노인의 죽음에 불려가서 장례를 치르면서 오갈데 없는 망자의 손녀인 맹인 소녀를 데려와 기르게 된다. 이미 다섯 자식을 기르고 있는 그의 처는 달가와 하지 않지만 목사 부인의 체면 때문에 감내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 그의 獨白 2021.11.02

도서 소개 - 안정효의 '가을바다 사람들'

Australia, Oceanroad 가는 길의 계속되는 바다 Australia에 갔다가 Oceanroad를 사진 촬영하러 떠났던 일이 있다. 가도 가도 펼쳐지는 바다를 끼고 꼬박 하루를 차를 타고 달려갔었다. 가면서 사진촬영 하기에 좋은곳은 내려서 바닷가로 내려가 촬영을 하고... 바다 수초가 파도에 밀려와 널린 해안을 걷다가 그곳을 지나치고 싶으면 차를 몰아 또 달리기를 되풀이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만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가을바다 사람들... 그렇게 그들은 지금도 남아있다. 나는 그 사람들을 생각할 때마다 안정효의 소설 '가을바다 사람들'을 떠올렸다. 가을이 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이야기. 내용인즉은... 한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가 어느 날 문득 여행의 충동을 느끼고 그길로 여행에 나선다. 특..

- 그의 獨白 2021.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