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지드의 '전원교향악 [La Symphonie pastorale, 田園交響樂]을 생각하며
산책 나갔다가 O.L.Park에서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을 보았다.
햇살 고운 가을날의 나무아래에서 젊은 사내아이가 애인인듯한 여인에게 Guitar를 치며 노래를 불러주고 있었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순간적으로 앙드레지드의 '전원교향악 [La Symphonie pastorale, 田園交響樂]'을 떠올렸다.
전원교향악은 앙드레지드에 의해 1919년에 발표된 글이고 줄거리는 이렇다.
목사인 '나'는 어느 노인의 죽음에 불려가서 장례를 치르면서 오갈데 없는 망자의 손녀인 맹인 소녀를 데려와 기르게 된다. 이미 다섯 자식을 기르고 있는 그의 처는 달가와 하지 않지만 목사 부인의 체면 때문에 감내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힘들어 하며 늘 불만스럽다.
소녀는 할머니가 청각이 거의 없을 정도로 난청인 상태에서 자랐기 때문에 들을 수는 있었어도 말과 글을 배울 수가 없었다.
시각장애에 후천적인 청각장애나 마찬가지였다. 집안 한 귀퉁이에서 쪼그리고 짐승처럼 살아왔다. 목사는 말과 글을 가르치면서 자신도 모르게 연민의 정이 세속적인 사랑으로 바뀐다.
어느날 자신의 큰 아들이 방학을 하여 내려와 그녀앞에 나타난다.
그는 그녀를 사랑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그는 그의 아들이 그녀에게 접근하자 필사적으로 막으며 갈라놓는다. 또한 그의 처의 본능적인 직감을 비켜나갈 수도 없다. 그의 처는 불안해한다. 친구인 의사가 소녀의 눈을 뜨게할 수도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는 고민한다.
만약 소녀가 눈을 뜨면 자신의 늙은 모습을 보고 실망하여 소녀의 사랑이 식지나 않을까 두려워한다.
망설이던 끝에 수술을 받게 한다. 수술은 성공하고 그녀는 볼 수 있게 된다. 소녀는 큰 아들을 보자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은 목사가 아니라 큰 아들이었음을, 목사 부인의 야위고 수심에 찬 모습을 보자 자신이 한 가정을 파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자신이 너무나 크나 큰 죄를 짓고 있음을 느끼고, 또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사제가 되기로 결심하자 절망에 빠져 차가운 강물에 투신하여 자살하고 만다. 목사의 순수하지 못한 사랑이 소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다. 소녀와 자식을 잃은 목사는 절망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앙드레지드는 어떤 종교적 신념으로도 인간의 진실한 감정과 자연스러운 삶을 부정하고 억압해서는 안 된다고, 신에 대한 사랑으로 인간에 대한 사랑을 대신할 수 없음을 말하고 있다.
여기서는 아름다운 대사가 정말 많이 나온다. "정말로 땅은 새들이 노래하는 것처럼 아름다운가요?
사람들은 왜 그 이야기를 더 해주지 않는 걸까요?” 앞을 보지 못하는 소녀 제르트뤼드는 자신을 돌보는 목사에게 간절하게 묻는 대목이다.
또한 서정적 표현에 이끌려 가끔씩 꺼내어 읽는 장면인데 여기에서 내가 사진을 촬영하며 느낀 대목이 나온다.
아무도 없는, 텅 빈 교회당에서 그의 아들인 쟈크가 그녀의 손을 잡고 이끌며 풍금 치는 법을 가르치는데 이 장면을 우연히 지나치다 숨죽여 보는 목사의 모습이다.
나는 마치 목사가 된 기분으로 숨죽여가며 나무 뒤에 숨어서 저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길
나에겐 나의 길이 있었습니다.
그대에겐 그대의 길이 있었습니다.
그 길이 어디쯤서 마주칠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나는 늘 두리번거립니다...
< 이정하 / 어디쯤인지 >
올 장마는 좀 지루하게 길었습니다.
방마다 문을 열면 눅눅한 공기가 흐르고 날씨가 개이면 돌리려던 세탁기에는 빨래가 산더미처럼 쌓였습니다.
장마가 끝나려는지 밖에는 매미소리가 흐드러져 운동도 할겸 카메라를 들고 산책길에 나섰습니다.
성급한 연인들은 벌써 나무아래를 맴돌다가 어디론가 떠나갑니다.
저 나이의 젊음, ...그저 싱그럽고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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