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獨白

봄이 오는 길목 II

Chris Yoon 2021. 11. 2. 07:26

 

그대 그리워라

책 읽다 한 군데 쉬어

물 오른 가지 바라 볼때마다

 

 

자주 가던 카페의 창 넓은 자리에서

햇빛을 받으며 책읽기를 좋아했었다.

책을 읽다보면 기다리던 사람이 나타나 앞자리에 앉았다.

얼마나 열중했으면 그 사람이 자리에 앉는것도 몰랐을까.

그립다. 내 젊은날이...보고싶다. 그 때의 청춘이...

 

 

 

어느덧 날이 저문다

봄 볕도 사위어들고 푸른 어둠이 찾아온다

그만 돌아가자

이미 내 청춘은 떠난지 오래다

 

그러나...

그대, 여전히 그리워라

물오른 가지 바라 볼적마다.

 

- 석촌호수에서

 

 

 

 

 

 

 

사람의 왕래가 많은 인사동 골목

푸른눈에 갈색 머리의 이국사내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그의 전재산인듯한 가방 위에는

그의 C.D.몇 장과 오래된 지폐 몇 장

 

그는 왜 이곳 한국의 인사동까지 흘러와 노래를 부를까?

그의 모습은 애잔하고

그의 노래에는 애조가 깃들었다

그러나 지나 다니는 사람들은 그에게 관심조차 없다

 

나는 한동안 망연히 서서 그의 노래를 듣는다

서글푸다

인사동에서 먼 이국의 노래를 듣는다는 것이

그의 노래는

내가 인사동에 나올 적마다

항상 울려 퍼질 것이다

 

- 인사동에서

 

 

 

 

 

 

 

 

이제부터 눈을 감고 내 이야기를 들으며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 보시길...

황혼녘, 해가 지는데 할아버지와 손자가 산책을 하다가

할아버지가 손자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손으로 V字를 그리며 제법 포즈를 잡고있는 손자에 비해

할아버지는 무릅까지 엉거주춤 구부린체 자세를 낮추고 사진을 찍는데

자세가 영 어설푸고 불안하다.

 

이윽고 찍었다.

자못 의심스러운지 자전거에서 내려 쪼르르... 손자가 달려가더니

할아버지가 들고 있는 카메라의 액정을 보고 확인을 한다.

그렇게 손자와 할아버지는 한동안 머리를 맞대고 찍은 사진을 들여다 본다.

 

맘에 안드는지 손자가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고 이번에는 더 늠늠한 포즈를 잡으며

할아버지는 더 무릅을 구부리고 자세를 낮춰 사진을 찍는다

 

이것은 몇일전 내가 본 풍경이다.

이보다 더 근사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어디에 또 있으까?

자고로 할아버지는 나이가 들면 손자와 친구가 된다.

늘 함께 붙어 다니고 손자의 요구대로 말도 잘 들어주고 뭣이던지 해준다.

참으로 좋은 친구 같다.

 

나는 한동안 이런 상황을 아주 멀리서 지켜보고 서 있었다.

아무리 거리가 멀어도, 상황 설명이 없어도 빙긋이 웃음이 나오도록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단편영화같은 상황은 몇일간 계속 훈훈하게 떠올랐다.

 

오늘 산책길에 그 할아버지와 손자를 또 보았다.

그들은 나란히 벤취에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君子蘭 피어나다

 

겨우내 아파트 복도에 내 놓았던

군자란 화분에서 꽃대가 세개 올라오더니

선홍빛 꽃이 피었다

 

22년전, 아내가 병원에서 퇴원하던 날

작은 플라스틱 화분으로 가져왔던것

차마 버릴 수없어

같은 종류를 구입해 식구 數대로 더 심었던것

 

그 군자란이 저렇게 자라 꽃을 피우는데

우리부부는 꽃이 지고있다

 

- Chris Nico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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