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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신궁 (明治神宮)에 꽃 비가 내린다

메이지 신궁 (明治神宮)에 꽃 비가 내린다 봄 비속에 소원을 적어 물 오른 가지에 걸어 놓으면 소원이 이루어 진단다 나도 소원을 쓴 종이를 접어 나무 가지에 꽂는다 愛, 信, ... 한때, 세계를 장악하며 전쟁을 일삼았던, 너무도 강인했던 일본 사내들을 우리는 역사속의 인물로 알고있다. 오늘날 그 일본제국의 사내들은 多情多感하고 心弱한 사내들로 변모했다. 時代는 그렇게 사내들마저 바꿔 놓았다. 역사적으로 논란이 많은 메이지 신궁은 일본의 근대화에 영향을 준 메이지 일왕(1852~1912)과 호헌(昭憲)황태후를 모신 곳이다. 1920년에 건립된 높이 12미터나 되는 일본초대의 목조 도리이(鳥居)가 있고, 안에는 본전(本展)이 있다. 일왕관련 유품들이 소장되어 있고, 일본의 전통적인 신도(神道) 건축양식으로..

- Japan (日本) 2021.10.16

토우(土雨) - 권혁제

토우(土雨) 권혁제 평택 삼리에 비가 내렸다 저탄더미 속에 들어간 빗물이 검은 까치독사로 기어 나왔다 석탄재 날린 진흙길 따라 드러누운 경부선 철길 나녀(裸女)가 흘린 헤픈 웃음 위로 금속성 거친 숨을 몰아쉬며 기차가 얼굴 붉히며 지나갔다 한 평 쪽방의 몇 푼어치 사랑에 쓸쓸함만 더해주는 기적소리 누이의 교성이 흘러 다니는 삼리 누이의 꿈은 거기에 있었다 밤마다 사랑 없는 사랑이 하늘로 가는 문턱을 움켜잡고 비명을 질러댔다 축축한 신음소리만 되돌아오는 갈 길 먼 꿈들은, 역광장에 쏟아져 나와 가슴 뚫린 퍼런 그림자로 떠돌아 다녔다 갈 수 없는 가난한 어머니의 품을 찾아서 무뚝뚝한 하행선 열차가 떠나가고 반시간 쯤 후에 비가 내렸다 부활의 율동으로 옷을 벗는 누이, 삼리에 내리는 비릿한 토우. 권혁제 시인..

- 그의 애송詩 2021.10.16

편지를 쓴다 - 류 근

내가 사는 별에는 이제 비가 내리지 않는다 우주의 어느 캄캄한 사막을 건너가고 있는 거다 나는 때로 모가지가 길어진 미루나무 해 질 무렵 잔등 위에 올라앉아 어느 먼 비 내리는 별에게 편지를 쓴다 그 별에는 이제 어떤 그리움이 남았느냐고, 우산을 쓰고 가는 소년의 옷자락에 어떤 빛깔의 꽃물이 배어 있느냐고, 우편배달부는 날마다 내가 사는 별 끝에서 끝으로 자나가지만 나는 한 번도 그를 만나지 못하였다 나는 늘 이 별의 한가운데 살고 있으므로 날마다 우주의 사막을 가로질러가는 시간의 빛살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거다 그래도 나는 다시 편지를 쓴다 비가 내리는 별이여 우주의 어느 기슭을 떠돌더라도 부디 내가 사는 별의 사소한 그리움 한 방울에 답신해다오 나는 저녁놀 비낀 미루나무 위에서 못날 까마귀처..

- 그의 애송詩 2021.10.16